사회, 경제

불씨 하나에 투기 불 붙는 서울, 경솔한 정책 안 돼

太兄 2025. 3. 21. 20:12

불씨 하나에 투기 불 붙는 서울, 경솔한 정책 안 돼

조선일보
입력 2025.03.21. 00:20업데이트 2025.03.21. 00:27
그래픽=김성규

정부와 서울시가 강남 3구와 용산구 전체를 집·땅 거래 때 허가를 받도록 하는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확대 지정했다. 특정 구역이 아닌 구 전체를 지정하기는 처음이다.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던 송파구 잠실, 강남구 삼성·대치·청담의 규제를 푼 지 34일 만에 규제 대상 지역이 종전보다 3배 늘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전세 끼고 집 사는 갭투자를 원천 봉쇄하고 실거주 목적만 허용하는 규제다. 일단 6개월간 지정한 뒤 필요하면 연장하거나 인근 지역도 추가로 지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애당초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에 신중했어야 하는데 상황을 오판해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는 결과를 낳았다. 전국의 집값이 내리는 와중에도 서울 집값만 오르는 현상은 작년부터 이어졌다. 올 들어서는 경제 전체가 가라앉고 기준금리까지 인하했는데 돈이 서울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가는 이상 징후가 뚜렷했다. 서울 일부 단지 아파트가 평당 2억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서울시는 경기 부양을 위한 규제 개혁의 일환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했다고 해명한다. 재산권 침해 우려가 있는 토지거래 허가제를 5년 가까이 지속하는 것에 문제의 소지는 있다. 하지만 규제 완화에는 타이밍도 중요하다. 서울시는 부동산 시장에 이상 징후가 보이는데도 섣부르게 규제를 완화해 집값에 기름 부은 결과만 낳았다.

지난 2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 아파트 거래가 늘고 가격은 평균 1억원 올랐다. 수억원 뛴 곳도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7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체 매매가는 한 주만에 0.25% 올랐다. 송파구(0.79%) 강남구(0.83%) 서초구(0.69%)의 주간 상승률은 ‘미친 집값’ 양상을 보이던 2018년 이후 7년 만에 가장 높았고, 마포·용산·성동구로도 가격 상승세가 번졌다. 명백한 정책 오판이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부동산 시장의 변동성이 커졌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판단 착오를 사과했다.

한국은 아파트가 사람이 사는 곳인 동시에 돈 버는 투기 수단이 된 나라다. 기회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투기가 일어난다. 특히 서울이 그렇다. 서울에는 작은 불씨 하나만 던져져도 투기가 불붙을 수 있다. 경솔한 정책은 금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