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제재 폭격 맞을라" 中 외국인 투자, 3년 만에 77분의1 토막
[온차이나]
작년 45억 달러, 한국의 13% 수준
美中 경쟁·소비 부진에 외자 이탈
반간첩법·반외세 분위기도 영향
"개혁개방 경제, 갈림길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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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외국인의 중국에 대한 직접투자액수가 45억 달러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33년 전인 1991년(44억)과 비슷한 규모죠. 정점이었던 2021년 3441억 달러와 비교하면 77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코로나 19 팬데믹이 본격화된 2020년부터 외자 철수가 계속됐지만 이렇게 썰물처럼 빠져나간 정도는 아니었어요. 미중 경쟁에 따른 생산 기지 이전, 중국 내 소비 부진 등이 주요인으로 꼽힙니다. 2023년부터 시행된 반간첩법으로 인한 경영 환경 악화, 일본인 학생 연쇄 피습사건에 따른 불안감 등도 영향을 미쳤어요. 중국 경제의 미래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가 바닥까지 떨어진 겁니다.
중국 정부는 작년 초 리창 총리 주도로 ‘외자 안정 행동 계획’까지 만들어 다양한 대책을 시행했는데도 이런 결과가 나오자 충격에 빠진 모습이에요.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2월10일 자 1면 기사에서 “중국 시장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한 외국 자본이 철수한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설득력이 떨어졌습니다. “일부 외국 매체가 ‘중국 정부가 외자를 반기지 않는다”고 선동한 결과”라며 해외 언론 탓을 하기도 했어요.
◇2021년 정점 대비 77분의 1 토막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은 2월14일 작년 국제수지 현황을 발표했습니다. 작년 한 해 중국으로 들어온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총 45억 달러였어요. 2021년 3440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중국의 FDI는 2022년 1902억 달러, 2023년 427억 달러로 급감했는데, 이제는 거의 바닥까지 내려앉았습니다. 그나마 작년 3분기까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가 4분기에 175억 달러가 유입되면서 플러스로 돌아선 게 중국으로서는 다행이었어요.
45억 달러의 FDI는 1992년 이래 가장 적은 액수였습니다. 우리나라의 작년 FDI 346억 달러의 13% 수준이죠. 중국은 1991년 FDI가 44억 달러를 기록한 이후 해마다 외국 기업 투자가 밀려들었습니다. 2005년부터 2022년까지는 한해도 1000억 달러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었어요.
반대로, 중국 기업들의 작년 해외 직접투자는 1728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들어오고 나간 걸 따져보면 1684억 달러가 유출된 셈인데, 사상 최고액수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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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부터 명품 브랜드까지 줄줄이 철수
중국 시장이 외국 기업의 외면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미중 경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 내에 생산기지를 두면 대중 제재와 관세 전쟁 등으로 인한 불이익을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다 보니 인도, 동남아, 멕시코 등지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거죠.
지난 2년간 일본 소니와 마쓰시타, 미국 PC 제조업체인 델과 휼렛패커드 등이 줄줄이 중국 공장을 접고 동남아 등지로 생산 기반을 옮겼습니다. 일본 타이어업체 브리지스톤도 작년에 중국 내 공장을 모두 정리했어요. 미국 IBM과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중국 내 연구시설을 폐쇄했습니다.
애플 아이폰을 위탁 생산해온 대만 폭스콘은 한때 중국 내 고용 규모가 30만명이나 됐지만, 지금은 12만명 수준으로 줄었다고 해요. 인도, 베트남 등지로 생산 기반을 대거 옮긴 겁니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월13일 중국 내 최대 아이폰 생산공장이 있는 허난성 정저우 르포 기사에서 “올해는 폭스콘의 중국 내 고용이 더 줄어들 것”이라고 보도했어요.
부동산 거품 붕괴에 따른 중국 내수 침체와 성장률 지체 등도 외자 철수의 주요인입니다. 중산층이 지갑을 닫으면서 소비가 부진한 상황에서 중국 기업과 치열한 가격 경쟁을 벌이다 보니 이익을 내기는커녕 손실 줄이기에 급급한 형편이라고 해요. 구찌, 루이뷔통, 샤넬, 프라다, 버버리 등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들은 과거 앞다퉈 중국으로 몰려왔지만, 지금은 속속 중국시장을 떠나고 있습니다. 작년부터 6대 글로벌 명품 브랜드 점포 14곳이 문을 닫았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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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자 고용 규모 15% 이상 감소
반간첩법 시행으로 경영 환영이 나빠진 것도 외자 기업 철수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힙니다. 언제 어떻게 중국 당국에 체포될지 몰라서 불안한 거죠. 지난 2년간 글로벌 자산운용사 뱅가드그룹, 미국 유명 로펌 스카덴 등 금융·법률·조사 분야의 다양한 글로벌 업체들이 중국시장에서 철수했습니다. 제조업 생산시설부터 소비재 업체 매장, 서비스 분야 업체까지 거의 전 분야에서 외자 기업 철수가 진행된다고 할 수 있어요.
외자 기업 철수는 중국 고용환경 악화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수년간 외자 기업의 고용 규모가 15% 이상 줄었다는 보도가 나와요.
일본 닛케이는 2월17일 “개혁개방 정책하에 외국 자본과 인재, 기술을 끌어들여 성장해온 중국 경제가 갈림길에 섰다”고 썼습니다. 고비를 맞았다는 거죠. 콴즈슝 노무라증권 자본시장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작년 10월 보고서에서 “미중 충돌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외자 기업의 중국 시장 철수 움직임에 가속이 붙고 있다”면서 “온쇼어링(생산시설 국내 이전)을 위주로 한 전 세계적인 공급망 재편도 계속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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