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功 세운다고 경솔하고 성급하게 나서더니

太兄 2025. 2. 8. 20:21

功 세운다고 경솔하고 성급하게 나서더니

조선일보
입력 2025.02.08. 00:15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 심판 6차 변론기일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6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6차 변론기일에서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윤 대통령이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한 적은 없다. ‘인원’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앞서 곽 전 사령관은 국회 내란 국조특위 등에서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했다. 그런데 이번 공개 변론에서 윤 대통령은 “인원”이란 단어를 사용했고, 자신이 그것을 “당연히 국회의원으로 이해했다”고 한 것이다. 의원이든 인원이든 윤 대통령이 국회에 군을 투입해 장악하려 했다는 사실 자체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엄중하게 증거를 가리는 상황에서 혼선이 초래되는 것은 사실이다.

윤 대통령이 계엄 당시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정치인 체포를 명령했다는 증거로 검찰에 제출된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의 ‘메모’도 비슷한 논란 속에 있다. 홍 전 차장은 4일 헌재 공개 변론에 출석해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체포 대상 정치인) 명단을 불러줬는데, 당시 국정원장 관사 앞 공터에서 주머니에 있던 수첩에 받아 적었다”며 “사무실에 와서 보니 내가 봐도 알아보기 어려워 보좌관을 불러 정서(正書)를 시켰다”고 말했다. 통화 당시 적은 원본 종이는 구겨서 버렸다는 것이다.

이 같은 두 사람의 진술이 논란이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이들의 말이 수사기관이나 헌재에서보다 민주당 의원들을 통해 먼저 공개됐기 때문이다. 민주당 김병주 의원은 계엄 사흘 후인 지난해 12월 6일 곽 전 사령관을 유튜브 생방송 인터뷰했다. 당시 김 의원은 “인원” “요원”이라고 말하는 곽 전 사령관에게 “국회의원들을 밖으로 끌어내라?”라고 유도 질문을 했고, 곽 전 사령관은 “예”라고 답했다. 최초의 발언이 이런 식으로 공개되는 바람에 지금 혼선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홍 전 차장의 메모도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처음 공개했다.

수사기관과 법원, 헌재에서 차분히 진상을 가리면 될 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거나 개인적으로 공을 세우려는 마음이 앞서 논란을 만들었다. 경솔하고 성급한 행태들을 개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