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자원 개발도 정치화 된 나라, 무슨 일을 하겠나

太兄 2025. 2. 8. 20:20

자원 개발도 정치화 된 나라, 무슨 일을 하겠나

조선일보
입력 2025.02.08. 00:20
웨스트카펠라호가 포항 앞바다에서 약 40km 떨어진 대왕고래 구조에서 탐사시추 작업을 벌이고 있다./한국석유공사 제공

‘대왕고래 프로젝트’로 불리는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의 1차 시추에서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왔다. 정부는 “가스 징후는 발견했으나 경제성을 확보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발표했다. 정부는 이번에 확보한 시료를 정밀 분석한 다음, 외국 기업과 손을 잡고 나머지 6개 유망 지점에 대한 추가 시추를 추진할 계획이다.

과거 개발에 성공한 동해 가스전도 11번째 시추에서 성공했고, 노르웨이 북해 유전은 33번째 시추에서 유정을 발견했다. 이번 1차 시추 결과는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결과를 놓고 성공, 실패를 말한다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 그런데 벌써 ‘사기극’이라는 비난까지 나오고 있다. 1차 시추만을 놓고 ‘사기극’이라고 한다면 세계의 거의 모든 유전이 사기극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윤석열 대통령이 이 시추를 정치 문제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가 물리탐사 자료를 토대로 석유 발견 가능성을 기대해온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석유공사와 산업자원부 차원에서 차분하게 진행하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 작년 6월 윤 대통령이 갑자기 나서서 대국민 깜짝 발표를 했다. 발표도 “최대 140억 배럴”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는 등 내용을 부풀렸다. 산업자원부 장관은 “최대 매장량이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라고 한 술 더 떴다. 실제 유전이 있어도 시추 성공률이 희박한 것이 유전 개발 사업인데 ‘가능성이 높다’ ‘시가 총액’ 운운은 정치적 수사에 가까웠다. 그러자 민주당은 총선 패배와 지지율 하락에 따른 국면 전환용 카드라고 비판했다. 실제 그런 측면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심하고 개탄스러운 것은 이렇게 모든 것이 정치 싸움으로 귀결되는 나라에서 무슨 일을 하겠느냐는 것이다. 이 일을 하면 저 당이 반대하고, 저 일을 하면 이 당이 반대한다. 이명박 정부가 해외 자원 개발을 추진했는데, 박근혜·문재인 정부가 난데없이 적폐 대상으로 단죄하면서 어렵게 뚫은 자원 개발 프로젝트가 대부분 무산된 바 있다. 이후 희토류 가격이 폭등하면서 두고두고 아쉬움을 남겼다.

자원 개발은 희박한 가능성에 희망을 걸고 많은 실패를 거쳐야 결실을 거둘 수 있는 분야다. 지금의 동해 시추 사업도 시추 성공률이 최대 20% 정도라서, 최소 5개의 시추공을 뚫는 것을 전제로 시작한 사업이었다. 전문가들은 1차 시추에서 확보한 시료와 지질 데이터가 향후 시추 과정에서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는 정보로 활용될 것이라는 점 등을 들어 무의미한 실패는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국가적 사업은 정치에서 해방시키고 과학과 경제 논리로만 추진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