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탄핵안 가결에, 여의도 "민주주의 만세" 광화문 "주사파들 척결"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자 서울 여의도에선 환호가, 광화문에선 비명이 일제히 터져나왔다.
여의도에 모인 탄핵 찬성 집회 참가자 200만명(경찰 비공식 추산 20만명)은 탄핵소추안 가결이 선포되는 순간 “민주주의 만세!”를 외쳤다. 이들은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지켜졌다” “정의가 승리했다”며 환호성을 질렀다.
야권 성향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등 주최한 탄핵 촉구 집회는 이날 오전 8시쯤부터 시작됐다. 국회의사당 정문에서 여의도공원에 이르는 700m 8차선 도로가 인파로 가득 찼고, 서여의도의 거의 모든 골목이 사람으로 붐볐다. 초등학생 딸, 유치원생 아들을 데리고 오전부터 여의도로 나왔다는 김은혜(40)씨는 “법을 지키지 않는 사람은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 두 아이를 데리고 국회 앞으로 나왔다”고 했다.
부산에서 상경했다는 최승현(59)씨는 “온 가족이 국회 앞으로 나온 보람이 있었다”며 “탄핵소추안 가결이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하고 뒤늦게나마 민주주의를 되찾은 느낌”이라고 했다. 서울 영등포구 거주 이정재(53)씨는 “내란을 저지르고 헌법을 위반한 것에 대한 당연한 결과”라며 “함께 시위에 나온 친구들과 이제는 마음 놓고 소주 한 잔하러 가겠다”고 했다. 경기도 성남에서 온 이종서(24)씨는 “나라가 일단 안정될 것 같아 안심이 돼 저녁 송년회를 마음 놓고 가는 중”이라며 “이후에도 탄핵이 헌재에서 인용될 때까지 집회에 참가할 예정”이라고 했다.
10대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중학생 정모(15)군은 “역사적 현장을 지켜보려고 이 자리에 나왔다”며 “12월 3일 밤 국회에 총을 들고 군인들이 몰려온 모습을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여의도 곳곳에선 ‘다시 만난 세계’ 등 가요가 울려 퍼졌다. 국회 인근 가게는 집회 참가자들을 위해 가수 아이유 등 연예인들이 ‘선결제’한 커피·빵 등을 받으려는 시민들로 오전부터 붐볐다.
여의도 금산빌딩 앞에서 일부 시민이 탄핵 반대 집회를 열면서 일부 충돌도 있었다. 한 시민이 탄핵 반대 시위대를 향해 주먹 크기 돌을 던지자 경찰이 즉각 제지하기도 했다. 시위 참여 인파가 몰리며 오후 2시 45분쯤부터는 9호선 국회의사당역과 여의도역에서 지하철이 무정차 통과하기도 했다.
반면 윤 대통령 탄핵 소추안 가결에 광화문에 모인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 100만명(경찰 비공식 추산 4만명)은 “말도 안 된다” “주사파 세력들이 폭동을 일으켰다” “이재명을 구속하라”며 비명을 질렀다. 결과를 믿을 수 없다는 듯 울음을 터뜨리거나, ‘으아아아’ 괴성을 지르는 사람도 있었다. 자유통일당,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 등 여권 성향 단체를 주축으로 한 이날 집회는 오후 12시부터 집회 참가자가 속속 모였다. 세종대로 왕복 8차선(700m가량)이 모두 집회 참가자들로 가득 찼다.
부산 서구에서 왔다는 김영순(70)씨는 “오늘 집회에 오려고 아침 7시 기차를 타고 부산에서 올라왔다”며 “비상 계엄 선포는 엄연히 대통령의 통치 행위로, 이를 두고 내란죄니 수괴니 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내란을 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동두천에서 50대 자녀와 함께 광화문을 찾았다는 박병근(81)씨는 “비상계엄 선포라는 극약 처방을 내린 윤 대통령의 뜻을 이해한다”고 했다. 대전 서구에 사는 직장인 김민석(26)씨는 “대통령은 탄핵당했지만 우리의 2차전은 지금부터 시작”이라며 “헌법재판소 앞에 끝까지 싸우겠다”고 했다.
한편 용산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는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경찰 수백여명이 추가 배치됐다. 한남대로에는 기동대 버스 40여대가 대기했다. 대통령실 서문 앞부터 녹사평역까지 양방향 인도에는 “반드시 승리한다” 등 윤 대통령을 응원하는 문구가 적힌 화환이 수천 개 배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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