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칼자루 쥔 野… 검찰 500억 깎고, 법원 240억 늘려
법사위서 의결한 예산안 살펴보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내년도 법무부와 검찰 예산을 정부안 대비 500억원 가까이 삭감했지만, 대법원 예산은 240억원 넘게 증액했다.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및 위증 교사 사건 1심 선고를 앞두고 민주당이 검찰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법원 예산 증액에는 흔쾌히 동의하자 법조계에선 여러 해석이 나왔다.
국회 법사위는 지난 8일 전체 회의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심사해 법무부 소관 예산·기금은 487억3950만원 순감하고, 대법원 소관 예산은 241억3100만원 순증하는 내용의 2025년도 예산안 및 기금 운용 계획안을 의결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종합 심사와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 해서 법사위에서 의결한 예산안이 최종 확정안은 아니다. 하지만 과반 의석을 확보한 거대 야당이 상임위 단계에서 밀어붙이는 만큼 검찰 예산 삭감과 법원 예산 증액 흐름은 이어질 공산이 크다.
법사위 예산 심사에서 정부가 편성한 법무부·검찰 예산은 칼질에 가까운 삭감이 이뤄졌다. 법사위는 검찰 특수 활동비(특활비) 80억900만원과 특정 업무 경비(특경비) 506억원 전액을 삭감했다. 특활비는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수집이나 사건 수사 등에 쓰는 경비고, 특경비는 수사·감사 등 특정 업무에 쓰는 경비다. 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내역이 입증되지 않으면 삭감하겠다고 했다”고 했지만, 검찰은 특활비 자체가 기밀 유지가 필요한 범죄 정보·수사 활동에 쓰이는 만큼 사용처를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법무부는 다른 부처와 달리 검찰 특경비만 삭감한 데 대해 “(딥페이크 등) 디지털 성범죄, 마약 범죄, 산업재해 등 민생 침해 범죄 수사 업무 전반에 사용되는 필수적인 비용”이라고 했다. 법사위는 같은 날 딥페이크 범죄에 신분 비공개 수사 및 위장 수사를 허용하기로 했다. 법무부는 예결위 예산안조정소위가 열리는 오는 18일 전까지 일부 검찰청의 최근 특정 업무 경비 사용 내역을 제출하는 방안을 법사위와 협의 중이다.
반면 사법부 예산은 국선 변호사 관련 사업(217억원)을 포함해 246억원 늘었다. 감액된 사업은 2개(3억8800만원)뿐이었다. 여야가 법사위에서 합의 처리한 것들이다. 대법원의 인건비를 올해보다 200억원가량 증액하는 정부안에 대해서도 야당은 반대하지 않았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재판 지연 해소와 환경 개선 필요성에 여야가 모두 공감했다고 본다”고 했다. 반면 법조계 관계자는 “야당이 흔쾌히 법원 예산 증액에 동의해 줬다는 점이 눈에 띈다”고 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오는 15일에 이재명 대표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5일에는 위증 교사 사건의 1심 선고를 할 예정이다. 다만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 재판과는 무관하다”고 했다.
이 밖에 민주당은 동해 석유 탐사를 위한 ‘대왕고래 프로젝트’나 정부가 비상시를 대비해 쓰는 ‘예비비’도 삭감하겠다고 하고 있다. 민주당은 원전 예산 등도 소관 상임위 심사에서 삭감할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실 순방 관련 예산 등도 삭감 우선순위에 오를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사실상 정부의 손과 발을 묶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대신 ‘이재명표 예산’은 적극 증액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표의 대표 브랜드인 지역 화폐 관련 예산이 대표적이다. 국회 예산결산특위 민주당 간사인 허영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적어도 작년 이상은 돼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지난해 예산안 처리 때 민주당은 애초 정부 예산안에 한 푼도 반영되지 않았던 지역 화폐 예산을 끝내 3000억원으로 증액시켰다. 민주당은 또 기후 위기와 청년 일자리, 저출생, 고교 무상교육 분야 예산은 큰 폭으로 증액하겠다고 했다.
李 대표 판결 앞두고 법원 예산 늘려준 민주당
민주당이 국회 법사위 예산심사에서 대법원의 내년 예산을 200여억원 증액시켰다. 정부가 올해보다 늘려 국회에 올린 예산액을 민주당이 추가 증액한 것으로, 전례 드문 일이다. 대법원은 재판 지연 해소 등을 위해 법관의 초과 근무 수당과 국선변호인 관련 예산 등을 요청해 왔는데 민주당은 정부 원안보다 246억원 늘려 주었다. 내년 대법원 전체 예산도 올해보다 1300억원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민주당은 그동안 마찰을 빚어온 검찰과 감사원 예산은 대폭 깎았다. 검찰 수사·정보 활동에 쓰이는 특수활동비 80억원과 특정업무경비 506억원은 전액 삭감됐다. 수사가 차질을 빚어도 상관없다는 것이다. 감사원의 특활·특경비 60억원도 모두 삭감됐고, 법무부 예산은 487억원 깎였다. 이 대표와 민주당 의원들을 수사한 검찰·법무부와 전 정권 감사 등으로 갈등을 빚은 감사원엔 보복한 반면 오는 15·25일 이 대표 사건의 판결을 내릴 법원은 예산 증액으로 회유하려는 모양새다.
그동안 민주당이 법원에 대해 이토록 유화적인 태도를 보인 적은 별로 없다. 문재인 정부 때 박범계 의원은 법원행정처장에게 “의원님 ‘(이 예산) 꼭 살려주십시오’ 이렇게 말해 보라”고 해 논란을 빚었다. 결국 대법원은 해당 예산을 포기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법무부·검찰청 국감은 자정까지 강도 높게 진행하면서도 법원 국감은 일찌감치 끝냈다. 법원의 숙원 사업이던 판사 임용 법조인 경력을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도 발의 한 달 만에 신속 처리했다. 21대 때 같은 법안을 부결시켰던 것과 대조적이다.
법원 비하 논란을 일으킨 이 대표 측근 의원은 곧바로 당직에서 쫓겨났다. 김우영 의원이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에게 “법관 출신 주제에”라고 깎아내리자 이 대표는 즉각 ‘엄중 경고’ 조치를 내렸고, 김 의원은 “모든 법관님들께 사죄드린다”며 당직에서 물러났다. 반면 이 대표는 국감 중 검찰과 국악인을 향해 “검사 아랫도리 비호” “기생집”이라고 막말했던 의원들은 그냥 놔뒀다. 이 대표 방탄에 앞장선 민주당이 이 대표 판결을 며칠 앞두고 법원에 러브콜을 보내며 속 보이는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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