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ㅡ k형 ㅡ 허우적이며
허우적이며 살아내다 문득 뒤돌아보니 형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늘 붙어다니며 젊은 치기로 밤새워 역사와 철학을 지어내며
막걸리 주전자를 퍼나르던 날들이 바로 어제일인양 그리워집니다
내 똑똑하여 세상에 한개 발자욱 남길거라던 우매한 꿈이 어느봄날 아지랑이처럼 자취 없어질때
형과 함께하던 고향의 강물과 미류나무 숲길과
별빛세던 숱한 밤이 반딧불로 반짝여옵니다
하룻밤새 왕조를 건국하고 타이타닉보다 큰 거함을 만들고 거친 해일넘어 우주의 바다를 항해했지요
바오밥 나무위 어린왕자의 꿈을 훔쳐보고
이카루스의 뜨거운 심장을 느껴보았지요
칠순근처 연륜에도 삶은 실타래처럼 이어지니 백년뒤의 버킷리스트를 설계해보는 무개념 착각에 빠질때도 있답니다
아찔한 사랑에 목매어 보고도싶고 흔한이별뒤에 무차별 폭음하고
오카리나연주곡 슬픈발라드 들으며
황혼무렵바닷가 백사장에 널브러져 울고싶기도 합니다
언제쯤에나 철이들까요
형도 그런가요?
윤회가 진리라면 오래전 나는 남사당 풍물놀이패였거나
화담선생 황진이시절 제법 재기넘치는 기방아이 였거나
김병연선생 따라 테두리넓은 청죽삿갓쓰고 평생을 떠돌았거나ᆢ
아마도 그랬을겁니다
k형!
아무려나 세월이가고 바람같은 생이 흐릅니다
아직 이생에서 숨쉬어 머무신다면 어찌든 소식전해주셔요
깊은산골계곡 마당바위찾아 솥단지걸고 천렵하여
못다마신 한생의 술독을 함께 비웠으면합니다
이생에서 인연없다면 후생에서 꼭 한번 그리 하십시다
나닮은 바보형!
빗소리짙은 오늘 더 많이 그립습니다!
2022.8.3
신동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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