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탄소중립에 묶인 LNG… 계약도 못해 공급 불안
당장 두 달 뒤면 540만t '구멍'
‘탈탄소 대못’으로 불리는 지난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국내 에너지 안보에 또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번에는 LNG(액화천연가스)다. 당장 두 달 뒤인 내년부터 연간 LNG 공급 물량의 10%가 넘는 540만t 규모 장기 계약이 사라지게 되면서 수급에 비상등이 켜졌다. 현실적으로 달성 가능성이 매우 낮은 탄소 중립 목표를 법으로 못 박으며 모든 에너지 계획을 옥죈 결과라는 진단이 나온다. 2050년까지 모든 LNG발전소를 멈추고, 도시가스 등의 용도도 크게 줄이겠다는 계획 탓에 제때 LNG 장기 계약을 못 하며 눈앞의 위기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정부와 한국가스공사는 부랴부랴 대체 물량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4~5년 이상 상당 물량이 가격 변동에 그대로 노출되면서 가스와 전기 요금 인상으로 인해 소비자의 부담까지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LNG 540만t, 두 달 뒤면 한 번에 사라진다
지난달 31일 가스공사에 따르면 1990년대 말부터 해마다 898만t을 수입하던 카타르와 오만산(産) LNG는 올 연말로 계약이 종료된다. 중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3대 LNG 수입국인 우리나라에서도 연간 도입 물량으로 1·2위인 대규모 계약이 한꺼번에 끝나는 것이다. 반면 내년부터 카타르·호주 등에서 새로 도입하는 LNG 물량은 연간 358만t에 그쳐, 당장 내년부터 540만t이 구멍 나게 된다. 2022년 4540만t, 지난해 4412만t이었던 국내 LNG 수입량의 10%를 웃도는 대규모다.
‘자원 무국(無國)’으로 불리는 우리나라에서 LNG는 필수 에너지원으로 꼽힌다. 비싸다는 비판을 받지만, 석탄발전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탄소 배출이 적고, 전력 수요가 급변할 때 대응하기 좋아 여전히 전력 생산의 30%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2000만이 넘는 가정과 기업들도 도시가스 형태로 공급받거나, LNG발전소에서 만든 난방이나 온수를 일상이나 산업 생산에 활용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2024년이면 종료되는 카타르·오만산 계약을 대체할 물량 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수년 전부터 나왔지만, 탈탄소를 내세운 지난 정부는 LNG 장기 계약을 미적거렸고, 2021년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약속하고 법까지 만들면서 계약을 사실상 막았다. 보통 LNG 장기 계약은 20년 이상 장기간을 대상으로 하지만, 2050년까지 모든 LNG발전소가 문을 닫고, 도시가스 수요도 지금의 4분의 1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계획 아래에서 장기 계약은 불가능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LNG 가격이 오르면서 중·단기 계약도 때를 놓쳤다.
가스공사는 5~15년 정도인 소규모 중단기 계약으로 연간 300만t 이상을 확보하고, 나머지는 시장에서 그때그때 사는 현물로 충당하겠다는 계획이다.
2019년만 해도 10%대 초반 수준이던 현물 계약 의존도는 이미 지난해 25% 이상으로 늘었고, 내년에는 30%대로 오를 전망이다. 손양훈 인천대 명예교수는 “급하게 물량을 조달해야 하는 현물 시장 의존도가 높아지면, 협상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고 상대적으로 비싸게 사게 되기 쉽다”고 했다.
◇시장 변동에 요금 충격 등 우려
물량과 가격이 안정적인 장기 계약이 줄고 현물 의존도가 높아지면, 전기·가스 요금 등으로 충격이 확산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2022년 2월 러-우 전쟁이 발발하고 유럽에서 LNG 수요가 늘어나자 국내에서 수입하는 동북아 LNG 가격은 전쟁 발발 직후 MMBtu(열량 단위)당 80달러대로 치솟았다. 불과 2년 전인 2020년 2달러 안팎을 나타냈던 것을 감안하면 40배가 급등했다. 낮은 LNG 요금에 편승해 현물 계약을 늘리던 가스공사는 이웃 일본보다도 20~30% 비싼 값에 LNG를 수입하며 직격탄을 맞았고, LNG로 만든 전기를 사는 한전의 부담도 크게 늘었다. 두 회사 모두 재무적 타격을 입었고, 원가보다 싸게 파는 ‘역마진’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요금은 가파르게 올랐다.
김정관 전 지식경제부(현 산업부) 2차관은 “탄소 중립은 맞는 방향이지만, 너무 성급하고 과도한 목표치를 세워두면 부작용도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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