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지갑 닫자 루이비통이 고개 숙였다
세계 명품 업계 3분기 마이너스 행진
LVMH -3%. 케링 -16%. 살바토레 페라가모 -7.2%. 에르메네질도 제냐 -7%.
글로벌 명품 업계를 이끄는 주요 그룹들이 최근 3분기 실적을 잇따라 발표했다. 결과는 온통 마이너스였다. 작년 3분기와 비교해 전 세계 매출이 줄어든 것이다. 그들이 지목한 실적 부진의 이유는 같았다. 바로 중국이었다.
코로나 시기에도 끄떡없던 명품 업계가 중국의 영향으로 사색(死色)이 돼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다. 글로벌 명품 업계는 중국 시장 비율이 30% 안팎에 달하며 중국 의존도가 컸는데, 중국이 지갑을 닫으면서 실적 부진을 호소하고 있다. 중국이 최근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내놓았지만, 중국 젊은 세대의 소비 행태가 달라져 명품 업계가 중국발 영광의 시대를 다시 경험하지 못할 것이란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중국과 함께 큰 명품 업계
글로벌 컨설팅 업체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지난 2000년 174조원 규모였던 글로벌 명품 시장에서 중국의 비율은 1%에 불과했다. 하지만 중국이 급격한 경제성장을 하며 글로벌 명품 업계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쑥쑥 커졌다. 지난 2018년 글로벌 명품 시장이 391조원으로 커진 1등 공신도 중국이었다. 이때 글로벌 명품 업계 매출의 3분의 1이 중국인 지갑에서 나왔다. 비록 지난해 줄긴 했지만, 여전히 중국은 글로벌 매출의 4분의 1을 차지할 정도였다.
앞서 코로나가 전 세계를 강타했을 때 명품 업계를 먹여살린 것도 중국이었다. 시장조사 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코로나가 본격화한 2020년 미국 내 명품 매출이 22%나 줄어든 반면, 중국 매출은 2020년에 전년 대비 48%, 2021년에 36% 늘어났다. 루이비통·디올 등을 보유한 명품 그룹 LVMH는 코로나 시기 중국인들이 지갑을 활짝 열면서 급성장했다.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은 이때 자산이 세 배 가까이 늘며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의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이조스와 세계 최고 부자 자리를 놓고 다툴 수 있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중국인들이 이전처럼 유럽산 명품을 쓸어담지 않는다. 지난 15일(현지 시각) LVMH는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중국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아시아 시장(일본 제외)에서 매출이 16%나 줄었다. 2분기 14%가 빠진 데 이어 또다시 대규모 감소가 나타난 것이다. LVMH는 “중국 본토 소비자들의 상황이 역사상 가장 안 좋다”고 했다. LVMH 아르노 회장의 경우, 25일 현재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 기준 순위가 5위까지 내려앉았다.
구찌·발렌시아가 등을 소유한 케링, 제냐·톰 브라운 등을 보유한 에르메네질도 제냐도 잇따라 중국발 소비 부진에 마이너스 실적을 발표했다. 에르메네질도 제냐는 3분기에 중국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2.8% 급감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매출이 압도적인 아시아 시장에서 코로나 이후까지 이어진 흥청망청 쓰는 분위기가 확실히 바뀌었다”고 보도했다.
◇가성비 따지기 시작한 중국인들
중국은 3분기에 경제성장률 4.6%를 기록했다. 작년 1분기 이후 가장 낮은 경제성장률이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길어지고 있고 취업난과 저임금, 소비 부진 등이 복합적으로 겹쳤다. 특히 그동안 명품 소비의 중심에 있던 중국 밀레니얼, Z세대 등 젊은 세대가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 패션 전문 매체 징 데일리는 “중국 명품 소비의 60%는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에게서 나온다”며 “중국은 명품 소비자의 평균연령이 29세로 전 세계 명품 시장에서 가장 젊은 국가”라고 했다. 명품 업계는 딜레마에 빠졌다. 중국만 바라보자니 상황이 여의치 않고, 중국의 대안을 찾자니 중국만큼 구매력이 큰 나라가 없기 때문이다.
중국발 명품 업계 침체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명품 브랜드 전략 컨설팅 회사인 에퀴테의 CEO 다니엘 랭거는 “중국 소비자들이 가성비를 따지기 시작했다”고 했다. 실제로 중국에선 중고 명품 시장과 짝퉁 시장이 붐을 이루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의 많은 명품 소비자가 소유하고 있던 명품들을 중고 시장에 팔아 현금화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중국의 중고 명품 시장은 연 30% 이상 성장 중이라고 한다. 지난 23일 영국 이코노미스트의 계열사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중국에 대해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EIU는 “내년에는 인플레이션이 둔화돼 글로벌 소매시장이 2021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성장할 것”이라면서도 “중국은 4% 성장하는 데 그쳐 2022년 이후 가장 저조한 성장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
중국 정부가 사치 풍조 단속에 나선 것도 중국 내 명품 구매 의욕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시진핑 주석의 ‘공동부유(다 함께 잘살자)’ 정책 영향으로 소셜미디어에서 부를 자랑하는 이들의 계정이 중단되는 등 사회 분위기가 명품과 거리를 두고 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은 ‘중국이 경기 부양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중국발 명품 업계의 위기를 뒤집을 만큼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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