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일반상식

北 '평양 드론' 주장하며 위협, 자신들은 10년간 드론 도발

太兄 2024. 10. 14. 19:33

北 '평양 드론' 주장하며 위협, 자신들은 10년간 드론 도발

조선일보
입력 2024.10.14. 00:25
북한 외무성이 11일 저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한국은 지난 3일과 9일에 이어 10일에도 심야시간을 노려 무인기를 평양시 중구역 상공에 침범시켜 수많은 반공화국 정치모략 선동 삐라(대북전단)를 살포하는 천인공노할 만행을 감행했다"며 공개한 사진. /연합뉴스

한국이 무인기를 심야 시간 평양 상공에 침투시켜 대북 전단을 살포했다고 북한이 주장하고 나섰다. 북 외무성은 “중대한 정치군사적 도발”이라며 “모든 공격력 사용을 준비”하겠다고 협박했다. 김여정도 “대한민국의 무인기가 다시 발견되는 그 순간 끔찍한 참변은 반드시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누가 무인기를 띄웠는지는 분명치 않다. 우리 군은 북 발표 직후 “그런 적이 없다”고 했다가, 지금은 “사실 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하고 있다. 김여정이 “도발의 주체, 그 행위자들이 누구이든 전혀 관심이 없다”고 한 것을 보면 북한도 전모를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 중요한 것은 누가 평양에 무인기를 보냈는지 보다 북이 비난할 자격이 있느냐다.

2022년 12월, 북한은 군용 무인기 5대를 서울과 경기·인천 영공에 침투시켰다. 5시간 동안 수도권을 휘젓고 다니던 무인기 중 한 대는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가 있는 서울 용산 상공의 비행금지 구역을 침범했다. 2017년엔 북한 금강산 근처에서 발진한 무인기가 강원도 인제에 추락했는데, 경북 성주 사드 기지와 또 다른 우리 군 기지 등을 촬영한 사진 551장이 나왔다.

북한 무인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한 기간이 10년이 넘고 횟수가 확인된 것만 10번 이상이다. 2013년 김정은은 무인기 훈련을 지도하며 “남반부 작전지대의 적 대상물 좌표들을 빠짐없이 장악”하라고 했다. 2014년 경기도 파주와 강원도 삼척, 서해 백령도에 추락한 무인기 3대가 발견됐는데, 그 속에 입력된 발진·복귀 좌표는 모두 북한 지역이었다. 청와대 상공에서 찍은 사진도 나왔지만, 북한은 책임을 부인하며 날조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북 외무성은 무인기 영공 침투가 “국제법에 대한 난폭한 위반”이자 “엄중한 범죄행위”라고 했다. 국제법에 어긋나는 줄 알면서도 10년 넘게 범죄행위를 해왔다는 자백과 다름없다. 그런데도 보복하겠다고 적반하장인 이유는 평양에 뿌려졌다는 대북 전단 내용에 있을 것이다. 북한이 흐릿하게 처리해 공개한 전단에는 ‘자기 배 불리기에 여념 없는 김정은’이란 문구가 인쇄된 것으로 전해진다. 김씨 일가의 명품 사진도 실렸다. 결국 북한 주민들이 김씨 정권의 진실에 눈뜰까 두려워 이 난리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