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줬으면그만이지... -
스님이 눈보라치는 추운 겨울날, 고개 마루를 넘어서 이웃 마을로 가고 있었습니다.
저쪽 고개 마루를 넘어오는 거지 한사람을 만났는데, 곧 얼어 죽을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저대로 두면 얼어 죽겠다 싶어서, 가던 발길을 멈추고 자기 외투를 벗어줍니다.
그런데 외투를 벗어주면 자기가 힘들 것이나, 당장 안 벗어주면 저 사람이 금방 얼어 죽을 것만 같았습니다.
엄청난 고민 끝에 외투를 벗어 준 것인데, 걸인은 그 외투를 받고는
당연한듯이 그냥 가려 했습니다. 그래서 이 스님이 기분이 나빠져 "나는 엄청난 고민을 하고 외투를
벗어 줬는데, 저 사람은 고맙다는 인사 한마디 없구나."싶었지요.
그래서 "여보시오. 고맙다는 인사 한마디쯤은 해야 할 것 아니오?"
했더니, 그 걸인이 하는 말이 "줬으면 그만이지. 뭘 칭찬을 되 돌려 받겠다는 것이오?"
그래서 스님이 무릎을 탁 칩니다.
"아, 내가 아직 공부가 모자랐구나. 맞아. 줬으면 그만인데 무슨 인사를 받으려 했는가?
오히려 내가 공덕을 쌓을 기회를 준 것이 저사람이니, 내가 인사를 고맙다고 했어야지. 왜 내가 인사 받으려 한 것이냐?" 탄식을 하며 그 고개를 넘었다는 얘기입니다.
"주고 잊으라" 는 말입니다.
다른 말로는, "줬으면 그만이지~"
내가 '산이 참 좋다' 라고 했을 때, 산이 나에게 뭘 해주기를 바라지 않듯이, 내가 '꽃이 참 예쁘다' 고 했을 때, 꽃이 나에게 뭘 해주기를 바라지 않듯이, 사람도 그 상대방 자체를 인정하고,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면, 아무런 갈등도 괴로워
할 일도 없습니다.
그 스님도 크게 깨달았습니다.
"바라지 말라!" 고ᆢ ᆢ
원래 내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엄마 뱃속에서 빈손으로 왔으니까요. 세상 살면서 누리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는데, 우리는 은근히 보상을 기다립니다. 기다리다 반응이 없으면 서운해 하거나 괴씸히 여깁니다.
원래 내 것이 아닌 남의 것을 갖고, 공연히 선심쓰고 아무 상관도 없는 자신이 칭찬을 받으려하니,
'자가 당착'에 빠지는 것 아닐까요?
몸도 흙에서 왔기에 흙으로 돌아가고, 시간도 내 것이 아니니 돈도 명예도 건강도 옷도 신발도 수저 하나까지, 모두가 내 것이 아니니 놓고 가면서,
'내 것이라고 주장하고 목에 힘주며, 보상 받으려고 살았으니 훗날 진짜 주인 앞에 가서 어찌 고개를 들 수 있으랴?
아니 끝까지 내 것이라고 주장하며 입고 신고 움켜지고, 무덤 속이나 화장터 화구 안에 가져간들 내것이 될까?....
헛되고 헛되니 헛되고 헛되도다.
베풀고 나누며 살다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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