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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좀 푹 자고 싶다" 카이스트 박사가 드디어 찾은 기술

太兄 2024. 10. 5. 18:42

"잠 좀 푹 자고 싶다" 카이스트 박사가 드디어 찾은 기술

[스타트업 취중잡담] 숙면 밴드 슬리피솔 개발사 '리솔'의 이승우 연구소장

이영지 더비비드 기자
입력 2024.10.05. 05:50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창업에 뛰어들며 한국 경제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성장을 돕기 위해 스타트업 인터뷰 시리즈 ‘스타트업 취중잡담’을 게재합니다.

이승우 슬리피솔 연구소장이 이마에 두르듯 착용하면 불면증 완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숙면 유도 밴드 '슬리피솔'의 라이트 버전을 들고 있다. /더비비드

‘스타트업(start-up)’은 이전에 ‘벤처기업’이라 불렸다. 아무도 하지 않은 모험(venture)을 하는 기업을 말한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 공개한 현황을 보면 2020년 우리나라 벤처확인기업은 3만9511개다. 통계를 시작한 2015년 3만1260개에서 꾸준히 늘고 있다.

스타트업 리솔에서 연구소장으로 일하는 이승우(65) 박사는 벤처 1세대다. 카이스트에서 박사를 마치고 내 최초로 초음파 진단 기기를 만든 벤처기업 메디슨(현 삼성메디슨)에 청춘을 바쳤다. 2013년에는 또 다른 스타트업 바이오사운드랩을 세워 스마트 보청기를 개발하기도 했다.

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그는 여전히 모험 중이다. 아들뻘인 권구성 대표와 함께 2017년 스타트업 리솔을 창업했다. 그의 직함은 여전히 ‘연구소장’에 머문다. 세 번의 창업 그리고 세 번의 연구소장직을 고집한 이유를 들어보기 위해 이 박사를 만났다. 그 시절의 ‘벤처기업’과 요즘의 ‘스타트업’이 어떻게 다른지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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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치료기 만드는 스타트업 리솔

뇌파 동조 기능을 강화하고, 충전 없이 사용하는 슬리피솔 라이트. /리솔

리솔은 두개 전기 자극(CES. Cranial Electrotherapy Stimulation)를 이용한 기능성 수면 관리 기기 ‘슬리피솔’을 개발했다. CES란 1㎃(밀리암페어)보다 적은 양의 미세전류를 머리에 전달해 불안감, 스트레스 등의 증상 완화를 돕는 비약물적 치료법을 뜻한다.

리솔이 특허 낸 기술인 CS-tACS(뇌파 동조)에 주목할 만 하다. CS-tACS는 미세전류를 뇌에 전달만 하는데 그치지 않고, 수면에 적합한 상태를 만들어주기 위해 뇌에서 뇌파를 분석해 적절한 미세전류를 전달시키는 기술이다. 단순히 미세전류를 전달시키는 방법보다 효과적으로 뇌의 활성도를 끌어올린다.

리솔은 작년 9월 중소벤처기업부 ‘딥테크 팁스(TIPS) 프로그램’에 선정됐다. 딥테크 팁스는 10대 신산업 분야 유망 스타트업을 선별·육성하기 위해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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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리피솔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오리지널, 플러스, 라이트다. 오리지널은 제일 처음 나온 제품이고, 플러스는 뇌파 동조 효과를 한층 업그레이드 한 제품이다. 오리지널과 플러스 모두 충전해서 쓰는데, 라이트는 충전 없이 약 8개월 간 사용한다. 머리띠 형태로 이마에 착용하면 된다. 두개 전기 자극의 불면 개선 효과에 대한 임상 연구를 마쳤다. 서울대학교 분당병원에서 2019년과 2021년 두 차례에 걸쳐 57명을 대상으로 임상 연구를 했다. 4주 동안 매일 하루 30분씩 사용한 피실험자들이 수면, 불안, 우울 및 삶의 질 요인 등 대부분 지표에서 호전됐다고 답했다.

리솔의 기술력을 눈 여겨본 국내외 기업이 리솔에 먼저 협력의 손을 내밀고 있다. 최근에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스마트 워치와 연동해 수면 상태와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슬리피솔 바이오’ 앱을 내놨다. 글로벌 제약사 한국에자이와 불면증 치료 임상연구에도 들어갔다. 이번 임상으로 불면증, 우울증 등 기존 정신질환에서 치매 등 퇴행성 뇌질환에 대한 치료 솔루션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선진국에서나 만들 수 있던 복잡한 기계

이승우 박사가 두번째로 몸 담은 벤처회사 BSL 재직 시절모습. 스마트 보청기 소개 한국의 의료기기 회사들과 함께 중앙아시아 국가들을 방문해 스마트 보청기를 소개했다. /이승우 박사 제공

우리나라 벤처기업 1호는 카이스트 대학원 연구실에서 출발했다. 1985년 봄. 순항 중이던 ‘초음파 진단장치 개발 프로젝트’가 좌초 위기에 빠졌다.

“이론적인 바탕을 다 다지고 사업화로 넘어가야하는 단계였는데요. 후원기업인 남북의료기기가 사업을 철수했습니다. 연구비를 지원해 줄 다른 기업을 한 달 정도 찾아봤지만 여의찮아 직접 회사를 세우기로 결심했죠. 당시 카이스트 지도교수님이 미국에 교환교수로 가 있어 자리를 비운 상태였고 먼 거리를 무기 삼아 그냥 ‘통보’했습니다.”

혈기왕성한 20대 청년 7명이 모였다. 의료(Medical)와 초음파(Sonics)를 조합해 ‘메디슨(Medison)’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을 지었고 법학·회계 전공생까지 가세했다. 이 박사는 회로와 시스템 개발을 맡았다. “초음파 진단장치에 들어가는 부품 수가 자동차 하나 만드는 데 필요한 부품 수보다 많습니다. 부품만 있다고 해서 기계가 뚝딱 만들어지는 게 아닙니다. 어떻게 정확하게 배치하고 효율적으로 조합하는지가 제 전공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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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롭게 도전했지만 여건은 열악했다. “요즘은 성능 좋은 USB 충전기나 어댑터들이 흔한데요. 당시엔 초음파 진단장치에 쓸 전원장치 하나도 제대로 된 게 없어서 직접 만들어야 했습니다. 심지어 벽에서 나오는 전기조차 질이 좋지 않았죠. 학교에서 배운 것은 20~30% 정도밖에 활용하지 못했어요. 그 외엔 전부 하나하나 부딪혀가며 해결했습니다.”

이듬해 국내 최초 초음파 진단기기 ‘SA-3000′을 출시했다. 인체 내부를 들여다 볼 때 방사선을 주로 이용했는데, 초음파 진단기기의 등장으로 보다 안전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이후 계속해서 기기를 개선해나갔고, 1995년 전 세계 70개국에 진단기를 수출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후 경영난으로 2002년 회사가 부도가 났다. 이 박사는 회사 정상화를 위해 곧 대표 자리에 올랐고, 2007년까지 일했다.

◇불이 번지듯 이어진 창업

2017년 9월 메디슨 출신 구성원 5명과 ‘리솔’을 창업했다. /더비비드

메디슨에서 함께 나온 동료들과 다시 창업했다. 스마트 보청기 벤처기업 바이오사운드랩이다. 제조·영업 분야에서 일하던 동료직원이 사장으로, 이 박사는 연구소장으로 참여했다. “보청기에 IT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보청기를 고안했습니다. 사용자가 소리를 들으면서 보청기의 센서를 직접 조절할 수 있도록 만들었죠. 70만원으로 500만원짜리 외국산 보청기만큼의 성능을 낸다는 호평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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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불편을 기술로 해결해본 경험을 기반으로 세 번째 창업까지 내달렸다. 이번엔 잠을 소재로 잡았다. “아내가 해외 출장이 잦아 불면증이 심했습니다. 당시 국내·외에서 적절한 전기 자극을 이용해 수면 상태를 조절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쏟아져 나왔는데요. 뇌에 전기 자극을 주는 수면 안대를 샘플로 만들어 아내에게 써보게 했더니 효과가 있더군요.”

(왼쪽부터) 아이데이션 단계에서 일반 안대와 모양이 같은 리솔의 모습, 현재 리솔의 모습. /이승우 박사 제공

2017년 9월 메디슨 출신 구성원 5명과 ‘리솔’을 창업했다. 뇌에 이로운 해결책을 제공한다는 뜻으로 한자 ‘이로울 리’에 영어 솔루션(solution)의 앞글자를 땄다. 핵심 기술은 CES(두개전기자극)다. “전기 자극은 고대 이집트 때부터 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뇌 전증(간질)이 있을 때 전기뱀장어를 이용해 자극을 줬다고 하죠. 적절한 전기 자극은 몸에 이로울 뿐 아니라 치료 효과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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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자극이 몸속 세포에 에너지를 준다는 것이 핵심이다. “몸에 전기를 흘려보낸다는 게 언뜻 위험해 보이지만 사실 우리 몸은 이미 전기로 가득 차 있어요. 가장 강한 전기신호를 발생시키는 곳은 심장이죠. 상처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상처 부위에 전기 신호가 활발히 일어나기도 하는데요. 인공적인 전기 자극으로 뼈를 자라게 한 치료 사례도 있습니다.”

최근 여러 나라에서 ‘뇌’에 대한 전기자극 연구가 쏟아지고 있다. “2022년 8월 영국 신경과학 전문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Nature Neuroscience)에 뇌 전기 자극술이 기억력 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실렸습니다. 뇌에 전기 자극을 어떻게 주느냐에 따라 집중력 개선, 스트레스·우울증 완화 등의 효과를 볼 수도 있어요.”

리솔 임상시험 결과 요약본. 두개전기자극 방식인 수면 밴드 (Sleep i Mask)를 사용한 시험군은 피츠버그 수면의 질 (PSQI) 과 불면증 심각도 척도 (ISI), 주간 졸음 척도 (ESS), 병원불안우울척도 (HADS) – 불안, 우울 및 삶의 질 (QOL-BREF) – 신체적 (Physical), 정신적 (Psychological), 환경적 (Environment) 요인 등 대부분의 지표에서 유의한 호전 및 개선을 보였다. /이승우 박사 제공

슬리피솔은 불면증으로 고민하는 사람을 타깃층으로 잡았다. “휴식을 취할 때 활성화되는 뇌파에 약 500㎂(마이크로암페어)의 전기 자극을 주며 우리 몸이 휴식하고 있다고 여기도록 만드는 원리입니다. 불면증과 우울증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같은 관계예요. 저는 불면증을 먼저 잡아야 한다고 봤습니다. 수면의 질을 높이면 뇌 건강 전반을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죠.”

2021년 12월 ‘슬리피솔’을 내놓았다. 미국식품의약국(FDA) 안전성 기준을 통과했다. 작년에는 뇌파 동조 기능을 업그레이드한 ‘슬리피솔 플러스’를 내놨고, 올해에는 ‘슬리피솔 라이트’를 연달아 출시했다. “궁극적으로는 같은 제품이지만, 소비자가 원하는 형태로 제품군을 다양화했습니다. 심장충격기로 심장에 충격을 주면 멈췄던 심장이 다시 뛰는 것처럼 뇌에도 우리가 원하는 동작이 가해지도록 전기 자극을 가할 수 있습니다. 슬리피솔 플러스와 라이트는 깊은 잠이 들기 전의 뇌파, 집중할 때의 뇌파 등과 비슷한 미세 전류를 흘려보내는 뇌 동조효과(entrainment) 기능을 강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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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을 출시한 이후에도 효과 입증을 위해 SCI급 국제학술지에 꾸준히 논문을 냈다. 2023년 11월 ‘스트레스를 동반한 우울 증상 개선에 대한 두개전기자극의 효과’라는 주제로 세계 기분장애학회 공식 학회지(Journal of Affective Disorder)에 논문 발표를 했다. 슬리피솔을 이용한 연구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윤인영 교수팀에서 연구를 해주셨는데요. 이 논문에서 슬리피솔로 두개전기자극을 가한 그룹에서 우울증 점수가 거의 정상 수준까지 유의미하게 개선됐다고 나옵니다. 스트레스 물질인 코르티솔도 감소했어요. 또 다른 국제 수면연구 학술지(Journal of Sleep Research)에는 ‘불면증상을 가진 사람들의 기분과 안녕감에 대한 두개전기자극의 효과’를 주제로 발표했습니다. 슬리피솔을 사용한 그룹에서 불면 증상이 개선됐다는 걸 확인했어요.”

◇그때는 맞고 지금은 다르다

슬리피솔 라이트 착용 시범을 보이고 있는 이승우 리솔 연구소장. /더비비드

이 박사는 리솔에서도 대표가 아닌 연구소장 자리를 고집했다. 리솔 권구성 대표(41)는 아들 뻘이다. “실제로 권 대표는 제 딸보다 딱 3살 많습니다. 나이와 관계없이 저보다 경영 잘하는 사람이 CEO 자리에 앉아야 하는 건 당연한 이치죠. 전 제 전공 분야인 연구개발만 해도 충분히 바쁩니다.”

2022년의 이 박사는 1985년 대학원생 이승우와 여전히 같은 길에 서 있다. 당시엔 벤처기업으로 불리던 것이 지금은 스타트업으로 이름만 조금 달라졌을 뿐이다. “그때 제 나이가 20대 후반이었습니다. 벤처 창업 이후 ‘저 어린 대학원생들도 회사를 세운다’며 창업에 뛰어든 사람이 많았다고 들었는데요. 지금의 저도 그런 자극을 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저 할아버지도 회사를 차리는데 우리도 해보자’라면서요.”

30여년 전보다 창업은 더 쉬워졌지만 그래서 더 어려워졌다. “자본금이 넉넉하지 않더라도 정부지원사업이나 대기업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누구나 창업할 수 있습니다. 그게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어요. 외부 투자 없이도 살아남을 수 있는 사업 모델을 만들어야 합니다. 독자적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하려면 소비자가 만족할 때까지 끈기있게 매달리듯 제품·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 우선순위 1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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