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일반상식

- 하얀 목련이 묻는다 -

太兄 2023. 3. 17. 14:44

- 하얀 목련이 묻는다 -

 

목련이 필 때면, 세상은 억세게 불던 초봄의 바람도, 새벽이면 가슴 밑을 아프게 쑤셔대던 서릿발도 사라진다. 오직 호흡을 멈추고 숨죽이는 간절함만이 두 손을 모은다.

 

그렇게 북풍이 떠나고 고요와 평안(平安)이 쌓이는 들판, 버들강아지 애처롭게 흔들리던 냇가 풍경 속에 바람이 자고 잔물결이 지면, 마침내 하얀 목련이 핀다.

기도 드리는 듯, 껍질에 싸인 커다란 꽃망울이 하늘을 항해 올라가고, 기도가 끝나는 날을 택하여 목련은 하늘을 향해 옷깃을 연다.

 

서리가 사라져 난산(難産)의 고통이 없는 4월 어느 날일 것이다. 오직 달빛만이 목련의 출현을 목격하리라.

 

아침에 이르러, 밝아오는 여명 속에서 하얀 목련꽃을 바라보는 기쁨. 너와 나의 가슴, 억센 북풍과 붉은 사상을 향한 증오와 피를 흘린 원망과 인간을 향한 분노로 가득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슬픈 우리의 눈 안에 들어오는 하얀 목련꽃.

 

네가 누구일지라도, 태양과 함께 떠오르는 안개를 받으며 목련은 피어 있을 것이고, 순결함으로 이해하는 목련의 하이얀 빛과, 그리고 지상(地上)으로 번지는 자비로운 하늘의 평화.

 

그때 우리는 목련을 위하여, 목련의 백의(白衣)를 지키기 위해, 잡다한 인간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진실의 향불을 올릴 것이다.

 

진실은 근원의 생명, 원초의 생명이 만들어준 궁극의 무기일 것이므로, 그 진실 곁으로 다시 우리의 티 없는 순결이 돌아오기를, 그리하여 단군의 땅에 하얀 목련의 날이 밝아오기를 바란다.

 

이 땅에 두번 다시 북풍과 붉은 적의(敵意)가 나타나지 않기를 바라면서 목련을 바라보리라.

 

부디 너는 하늘의 뜻을 저버리고 이 땅의 적을 부르지 말라. 사람의 적을 추종하지 말고, 인류의 적 공산(共産)을 추종하지 말라.

 

목련은 묻는다. 너는 왜 역사와 인간에 대한 반역을 저지르는가. 너는 왜 반역을 섬기는 자가 되었는가. 너는 왜 반역을 정의라 부르는가. 너는 왜 붉은 사상의 노예가 되어 있는가.

 

순결은 목련의 생명이다. 목련은 열매를 남기지 않는다. 순결을 간직한 채, 그저 하얀 무심(無心)과 귀천(歸天)의 허무만을 남길 뿐이다.

 

그러나 소쩍새 울음소리는, 어느 밤 뚜욱 떨어지는 목련의 몸짓 말없이 가라앉을 때, 어둠이 다할 때까지 남겨놓은 이의 아픔을 휘젓고 있으리라.

 

그리고 어느덧 존재를 묻고 살아가노라면, 곧 여름의 폭풍우, 가을의 흐느낌, 겨울의 한탄을 딛고, 봄이 다시 돌아올 것이다. 그리하여 목련은 피고 그리고 다시 물을 것이다.

 

이 땅에 반역은 사라졌는가.

 

2023. 3. 15. 전라도에서 시인 정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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