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총장은 검찰에 대한 신뢰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신임 검찰총장 후보로 심우정 법무차관을 지명했다. 심 후보자는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일 때 형사1부장으로 근무했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시절엔 법무부 기조실장으로 있으면서 문재인 정권이 강행한 윤 총장 징계에 반대해 결재 라인에서 배제된 적도 있었다. 이런 인연들이 이번 총장 지명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심 후보자는 어려운 상황에서 검찰을 이끌어야 한다. 박성재 법무장관은 지난 5월 이원석 검찰총장이 김건희 여사의 ‘명품 백 수수 의혹’에 대한 본격 수사 착수를 지시한 직후 검찰 인사를 전격 단행해 서울중앙지검 지휘 라인과 대검 간부들을 윤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로 채웠다. 그때 임명된 서울중앙지검장이 김 여사를 검찰청사가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해 놓고 이를 뒤늦게 총장에게 보고해 수사 불신을 자초했다. 검찰이 대통령 뜻에 따라 움직인다는 의구심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신임 총장마저 그 틀에 갇혀 버리면 검찰은 물론 국가를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다. 심 후보자의 최우선 과제는 검찰의 정치 중립을 지키는 것이 돼야 한다.
또다른 과제는 수사 지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김 여사에 대한 소환 조사는 주가조작 관여 의혹이 고발된 지 거의 4년 만에, 명품 백 사건은 7개월 만에 이뤄졌다. 시간을 끌다 불필요한 의혹만 키웠다.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한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에 대한 수사도 2년 동안 뭉개다 민주당이 이 전 대표 관련 의혹을 수사한 검사들에 대해 탄핵 소추안을 발의한 지 이틀 만에 소환 통보를 했다. 이 때문에 수사가 민주당과 검찰의 정치 싸움처럼 보이게 됐다.
새 검찰총장 임기(2년)는 현 정권의 임기 말과 겹친다. 임기 말로 갈수록 정권 입장에선 자기들 문제를 덮고 무마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정권의 검찰 압박이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문재인 정권이 그러다 정권을 잃었다. 민주당은 지금 이 전 대표 방탄을 위해 수사 검사 탄핵안을 발의하고, 검찰청을 없애고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또 추진하고 있다. 이 외압도 더 심해질 것이다. 이를 돌파하려면 검찰총장이 추상 같은 자세를 유지하는 수밖에 없다. 안 그러면 검찰은 설 자리가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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