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라임 ‘정치권 연루 의혹’ 장씨, “좌파단체 실세” 사기로 실형

太兄 2024. 5. 5. 15:11

라임 ‘정치권 연루 의혹’ 장씨, “좌파단체 실세” 사기로 실형

[주간조선]

여다정 기자
입력 2024.05.05. 05:30업데이트 2024.05.05. 06:49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가 2019년 10월 14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국제금융센터(IFC 서울)에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라임펀드 자금을 건네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민주당 관련 인물이 지난 3월 사기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2022년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 지지단체인 ‘기본경제특별위원회’ 집행위원장을 맡은 바 있는 장모씨가 해당 인물로, 그는 라임펀드 사태에 연루돼 해외 도피 중인 김영홍 메트로폴리탄 회장과 채모 메트로폴리탄 공동대표, 이슬라리조트 운영자 김모씨를 거쳐 라임 자금 19억6000만원을 건네받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장씨는 민주노총 간부 출신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주간조선 취재 결과 장씨는 최근 사기 혐의로 징역 4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민주노총 위원장을 사칭해 피해자를 속이고 자금을 편취한 혐의다.

민노총 출신 이재명 지지 모임 집행위원장

장씨는 2021년 6월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지지 모임인 민주평화광장 산하 금융혁신위원회의 집행위원장으로 처음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다. 장씨는 위원회에 ‘좁쌀협동조합 회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후 2022년 1월에는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범경제인 모임 ‘기본경제특별위원회’의 집행위원장을 맡았는데, 이때에는 ‘JC파트너스 회장’이라는 직책으로 공식석상에 등장한다. 당시는 사모펀드(PEF) JC파트너스가 KDB생명 인수를 추진하던 무렵으로, 금융위원회로부터 KDB생명 대주주 변경 승인을 얻어야 하는 JC파트너스가 대주주 변경 승인이 늦어지자 유력 대권후보와 관련된 장씨를 회장으로 내세웠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후 장씨는 2022년 11월 코스닥 상장사 하이드로리튬을 인수한 리튬플러스의 리튬사업총괄단장으로 또다시 언론에 등장한다. 당시 한국경제는 리튬 테마를 노린 무자본M&A 세력 관련 보도를 하면서 장씨를 ‘민주노총 간부 출신으로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캠프에 있었던’ 정치권 관련 인물로 언급했다. 장씨가 민주노총 간부 출신이라는 것은 정치권이나 재계, 시장에서 공공연하게 사실로 받아들여진 이야기다.

그러나 주간조선 취재 결과 장씨는 민주노총 위원장을 사칭해 피해자로부터 5억7000만원이 넘는 돈을 편취한 혐의로 지난 3월 28일 징역 4개월이 확정됐다. 지난해 11월 1일 1심은 장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으나, 지난 1월 25일 2심은 징역 4개월로 감형했다. 이후 3월 28일 대법원의 상고기각 결정으로 형이 확정됐다. 더욱이 그는 과거에도 허위 이력을 내세워 저지른 사기죄로 여러 차례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다. 그는 ‘민주노총 자금 200억원을 관리한 경험이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특사로 북한에 다녀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보좌관을 역임했다’라고 거짓말을 해 2012년에도 사기죄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좌파 실세” 민노총·DJ 이름 팔아 사기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장씨는 ‘아름다운내일’ 법인의 감사로도 이름을 올렸다. 장씨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유모씨는 ‘아름다운내일’의 대표이자 상품권 발행업체 A사의 대표다. 유씨와 장씨는 자신들이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 콘도를 분양하고 분양대금을 받으면 피해자에게 거액을 투자해 줄 것처럼 피해자를 속이고, 가치가 없는 상품권을 넘겨 상품권 대금 명목으로 1억9500만원의 현금 등을 편취했다.

두 사람은 2014년 8월 20일 피해자를 만나 피해자가 진행 중인 B사업에 150억원을 투자해주겠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유씨는 피해자에게 “나는 한국노총 사무총장 출신이고 장씨는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으로 대한민국 좌파단체의 최고 실세다. 우리가 근로자들의 복지를 위해 조합원들을 등에 업고 개발사업을 하기 위해서 ‘아름다운내일’을 설립했다. 장씨가 아름다운내일에서 750억원짜리 콘도사업을 추진 중이고 분양이 끝났는데, 2014년 8월 말 분양대금이 들어오면 B사업(피해자의 사업)에 투자하겠다”고 거짓말했다. 장씨도 피해자에게 “내가 거물이다 보니 밖으로 나올 수가 없어서 유씨를 대표로 내세운 것이다. 내가 다 컨트롤한다”고 말했다.

이후 두 사람은 2014년 8월 26일 다시 피해자를 만나 ‘분양대금을 받으려면내일까지 1억원이 필요하다. 2014년 10월 1일이면 유통될 스마트생활상품권이 있는데, 상품권 3억원어치를 줄테니 현금으로 할인을 받아 달라. 분양대금이 들어오면 B사업(피해자의 사업)에 15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취지로 말해 피해자를 속였다. 특히 장씨는 범행 이후에도 민주노총 위원장 행세를 하기 위해 2015년 2월 피해자에게 ‘노사정회의’를 해서 잠시 후에 전화하겠다고 하거나, 2015년 5월 ‘집회 중’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확인서에 등장한 카지노 운영권자

최근 장씨의 이름을 가장 자주 접할 수 있는 사안은 라임사태다. 금융당국과 검찰은 지난해 8월 메트로폴리탄의 해외리조트 인수 과정에서 장씨 등에게 라임펀드 자금이 흘러들어간 정황을 발견하고 수사에 착수한 바 있다.

라임사태에서 장씨는 김영홍 메트로폴리탄 회장의 해외 도피 자금줄로 알려진 필리핀 이슬라리조트 카지노의 ‘실질적 운영권자’로 처음 이름이 알려졌다. 2019년 7월 라임사태가 불거진 이후, 같은 해 하반기 국내 카지노·정켓(카지노 고객유치 영업)업자들 사이에서 장씨가 이슬라리조트 카지노의 실질적 주인이라는 확인서가 공유됐기 때문이다. 당시 이슬라리조트 카지노를 매각하기 위해 이 같은 확인서가 국내 업자들에게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 필리핀은 자국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외국인이 국내 사업에 투자할 경우 지분을 40% 이상 소유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데, 불법적으로 허수아비 현지인 주주 ‘더미’를 내세워 차명 소유하고 실제 권리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확인서를 작성한 것이다.

해당 확인서는 2017년 11월 18일 작성된 것으로, 확인서에서 장씨는 ‘아름다운오늘’ 회장이라는 직책으로 이름을 올렸다. 확인서에는 ‘필리핀국 세부시 막탄 소재의 이슬라카지노 법인 지분 100%에 대하여 실질적으로 아래 사람(장씨)이 보유하고 있다. 아울러 이슬라카지노 법인은 아래의 사람이 본 카지노 사업의 실질적 운영권자이며 수익에 관한 모든 권한을 보유하고 있음을 확인한다’고 명시됐다. 확인서에서 이슬라카지노 법인을 대신해 확인 도장을 찍은 사람은 김영홍 회장의 측근이자 이슬라카지노 운영자였던 정모씨다. 정씨는 2022년 1월 국내에 송환돼 재판에 넘겨져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에 이슬라리조트에 대해 채권추심을 벌이고 있는 백모씨는 지난 5월 2일 장씨를 재고발했다. 백씨는 장씨가 정씨를 통해 이슬라리조트 불법 온라인도박 운영권을 획득하고, 2016년 6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온라인도박장을 운영하면서 막대한 수익금을 취득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장씨가 과거 민주노총 출신이라는 사실은 여러 루트를 통해 확인한 바 있다. (그의 출신 때문에) 이슬라리조트에 민주노총 자금이 들어갔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었다”며 “다만 사기 전과가 있는지는 몰랐다. 어떻게 이런 사람이 이재명 지지 모임에서 위원장을 맡을 수 있었는지 의아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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