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합쳐 전·현직 40명 채비... ‘검사 출마’ 득보다 실 많은 이유
[주간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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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월 10일 총선을 앞두고 검찰 출신 인사들의 출마 선언이 잇따른다. 주간조선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40명이 넘는 전·현직 검사가 이번 총선에 출마할 것으로 파악된다.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로 등록한 ‘검사 출신 정치 신인’만 해도 20명이 넘는다. 여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권력의 중심에 자리 잡으면서, 후광효과나 공천에서의 유리함을 기대하며 총선에 도전하는 검사 출신 인사가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야권에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나 민주당에서 추진 중인 검찰개혁과 관련해 역할을 하겠다며 출사표를 던진다.
그러나 현 정부 주요 요직을 검찰 출신이 장악한 상황에서, 검찰 출신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 자리마저 차지하게 될 경우 정치권력이 특정 법률가 집단에 편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른바 ‘검찰 정치’가 권력싸움에 경도될 수 있다는 우려와, 검사들의 출마 행보가 ‘검찰공화국’이라는 현 정권의 부정적 이미지를 강화해 정부·여당에 부메랑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검찰총장 격노 부른 현직의 출마
올해 초 서초동에서는 ‘돌부처’라 불리던 이원석 검찰총장이 격노했다는 풍문이 돌았다. 연말연시부터 전·현직 검사들의 출마 러시가 이어진 가운데, 현직 검사 신분으로 출마를 준비하는 모습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이 총장은 일부 검사들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 데 분노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가 신년사에서 “정치적 중립은 검찰이 지켜야 할 최우선 가치”라며 “이를 훼손하거나 의심받게 하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으며 작은 오해의 소지도 없도록 공정하게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 역시 이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됐다.
대검찰청은 지난해 12월 28일 현직 신분으로 출마를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진 김상민 검사(전 서울중앙지검 형사9부 부장검사)와 박대범 검사(전 마산지청장)에 대해 좌천성 인사조치를 내렸다. 이후 박 검사는 출마 의사를 접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김 검사는 즉시 사직서를 제출했다.
김 검사는 지난해 추석 명절을 앞두고 지역민에게 총선 출마를 시사하는 문자를 보내 대검찰청의 감찰을 받았다. 그는 지난 1월 6일 출판기념회를 열고, 1월 9일에는 국민의힘 당적으로 경남 창원의창 예비후보로 등록을 마쳤으나 아직 사표는 수리되지 않았다. 대검찰청이 지난 1월 12일 법무부에 김 검사에 대한 중징계를 청구했기 때문. 국가공무원법은 중징계 절차를 밟고 있거나 비위 관련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경우 사직을 허용하지 않는다.
다만 이른바 ‘황운하 판례’에 따라 사표가 수리되지 않더라도 총선 출마는 가능하다. 황운하 민주당 의원은 지난 21대 총선에서 현직 경찰 신분으로 당선됐고, 이후 당선 무효 소송에서 승소했다. 야권에서도 해당 판례에 따라 최근 사표를 제출하고 총선 출마 의사를 밝힌 현직 검사들이 있다. ‘추미애 사단’으로 불리는 신성식·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다. 두 사람은 문재인 정부 당시 요직을 지냈지만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 한직으로 밀려났다. 이 연구위원은 아직 예비후보로 등록하지 않았지만, 신 연구위원은 1월 16일 민주당 당적으로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본격적인 총선 행보에 나섰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예비후보자 명부에 따르면 김상민 검사와 신성식 연구위원은 직업을 ‘검사’가 아닌 ‘정당인’으로 기재했다.
현직 검사의 총선 출마는 수사와 기소의 중립성을 해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창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현직 검사가 곧바로 정치권으로 직행하는 것은 그가 수행한 사건들의 수사와 기소가 공천을 받기 위해, 정치권 진출을 노리고 특정 세력에 잘 보이기 위한 정치적 동기에 의해 편향됐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낳을 수 있다”며 “이는 검사의 직무 수행에 대한 신뢰를 저해하고, 국민적 신뢰를 받아야 하는 검찰 조직의 수사·기소 중립성을, 더 나아가 국가를 불신하게 만든다. 국민은 검사 개개인보다 검사를 통칭해서 본다”고 전했다.
때문에 최근 정치권에서는 최강욱 전민주당 의원이 2020년 12월 대표 발의한 ‘검사 출마 제한법(검찰청법 개정안)’이 재조명됐다. 검사의 공직 출마 제한 기간을 현행 퇴진 후 90일에서 1년으로 늘리자는 것이 법안의 주요 내용이다. 다만 해당 법안은 3년이 넘도록 국회에 계류됐다가 오는 4월 총선과 맞물려 폐기될 전망이다.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총선을 1년가량 앞둔 지난해 3월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당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법안에 대한 법무부의 부처의견을 제출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법무부는 반대 의견을 밝혔다. 문재인 정부 시절 찬성했던 법무부가 윤석열 정부 들어 입장을 바꾼 것이다.
검사 출신 정치인의 입법 성적은?
여권의 검찰 출신 출마예정자들은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 법무부 장관 출신 여당 비대위원장의 후광효과를 기대하는 반면, 야권의 출마예정자들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민주당의 검찰개혁에 힘을 싣겠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검찰 출신 출마자가 쏟아지는 배경이다. 때문에 검사들의 정치는 국정과 민생을 위하기보다 권력싸움에 경도될 가능성이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학자는 “정치에 요구되는, 정치인이 갖춰야 할 자질은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고 타협·협상하는 것이지만 검찰은 애초에 그런 에티튜드를 키울 수 있는 조직이 아니다”라며 “검찰은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직업 특성상 자신의 판단이 반드시 옳아야 하는 반면, 정치인은 ‘내 판단이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나와 상대방의 중간지점에서 새로운 답을 도출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검찰조직의 특성이 오히려 정책과 행정 차원에서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관후 건국대 상허교양대학 교수는 지난해 3월 참여연대가 주최한 ‘대선 1년, 검찰공화국을 말하다’ 토론회에서 “검찰이라는 특수한 법률가 집단의 행정 통치 상황에서 가장 우려되는 지점은 국가가 정책과 행정의 목적 달성 여부가 아니라 집행 과정에서의 부정부패 예방에만 관심을 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사회복지 분야를 예시로 들며 “본질상 일부 부정수급 가능성을 전제할 수밖에 없지만, 시급한 복지혜택을 부여한 후 부정수급을 해소하는 과거의 방식과 달리 검찰은 부정수급의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아예 선제적으로 일소해 결과적으로 복지총량이 축소되고 사회적 약자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반면 검사 출신 국회의원이 법조인 출신으로서 입법 활동에 전문성을 가지고 더욱 적극적일 것이란 기대 역시 현실과는 다소 다르다. 2021년 12월 발표된 국회입법조사처의 논문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의 입법활동은 차이를 보이는가’에 따르면 제19대 국회 동안 발의된 의원안 1만5444건 가운데 법조인 출신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총 1885건으로 12.2%를 기록했다. 전체 국회의원 중 법조인 출신 의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14%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법조인 출신 의원이라고 해서 법안 발의에 더 적극적인 것은 아니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의원안 가결률 역시 법조인 출신과 비법조인 출신 간 차이가 거의 없다. 전체 의원안 가결은 7.34%, 법조인 출신 의원안 가결률은 7.53%, 비법조인 출신 의원안 가결률은 7.32%로 나타났다.
논문을 작성한 전진영 국회입법조사처 정치의회팀장은 “유권자나 정당 공천자들이 ‘법조인 출신이 법을 잘 만들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 법조인 출신이 과다 대표되지만, 의회의 대표성과 다양성이 낮아지는 반면 입법 활동에서 비법조인 출신 의원과의 차이점은 없었다”며 “오히려 오랜 기간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이 과다 대표되어 온 탓에 법조인 집단의 이해관계에 상반되는 법률이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한 사례가 많았다”고 전했다. 이어 “의원이 꼭 법률 전문가일 필요는 없다. 국회 안에 법제실, 입법조사처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부분을 지원하는 전문가 집단이 있다”고 덧붙였다.
“군부, 운동권 이어 검찰이라고 생각”
“이번 정부 들어 유독 출마를 준비하는 검사 출신 인사가 많다. 어떤 세력이든 사법·입법·행정 모두를 한 손에 쥐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국민들이 ‘군부, 운동권 이어 검찰’이라고 생각한다. 출마예정자는 한동훈 비대위 체제의 물갈이 공천 등 여러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 기회라고 판단했겠지만 정작 정부·여당에는 치명적일 수 있다.” 한 야권 관계자는 검사 출신의 총선행보에 대해 이렇게 지적했다. 검찰 조직이 입법·사법·행정 전반에서 국정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되면 여론의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전문가들의 분석도 다르지 않다. 엄기홍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당의 검사 출신 인사들이 출마를 할 때 수도권 등 ‘험지’로 가는 것이 아니라, 안전한 쪽으로 향하고 있다. 이미 지역에서 활동 중인 당협위원장 등을 밀어내려고 하는데, 공천 과정에 무리를 주는 행위다. 현 여당 집행부와 정권에 상당히 위협적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어 “순수한 목적으로 나와 경선에서 이긴다 할지라도 비대위원장이 검사 출신인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인데,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고 덧붙였다. 박상병 정치평론가 역시 “선거는 민심과 여론이 중요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그간 내각에 검찰 출신을 대거 등용해 ‘검찰공화국’ ‘검사 왕국’ 비판을 듣고 있는 상황에서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검사 출신을 대거 공천하면 능력주의 평가를 떠나 여론이 들끓을 수 있다”고 전했다.
기소권을 가진 강력한 권력기관에 몸담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종착지로 금배지를 선택하는 모습이 검찰을 권력 지향적 집단으로 비치게 할 가능성도 있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과도하게 보이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검사는 더 위로 올라가야 한다는 권력 지향적 측면이 있을 수밖에 없다. 동기 중 한 명이 승진하면 나머지가 모두 옷을 벗는 관행이 있던 조직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검사 출신 인사들이 출마를 선택하는 이유에 대해 앞서의 법학자는 “검찰이 권력기관이라 할지라도 검사는 결국 법무부 공무원에 불과하다. 반면 국회의원은 개개인이 헌법기관인데다, 존재감도 크다”며 “국회의원보다 판검사에 더 많은 명예와 권위가 부여되는 프랑스, 일본과 달리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돈과 명예, 권력 등 사회적으로 중요하게 여겨지는 가치가 정치인에 집중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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