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굴 水攻 또 있었다…이집트, 10년전 하수 오물로 하마스 공격
이집트, 시나이·가자 국경 무기 밀무역 막으려 2회 이상 범람시켜
팔레스타인의 하마스 지지는 치솟아…72%가 “기습공격은 옳은 일” 응답
이스라엘군이 가자 지구의 무장테러집단 하마스가 곳곳에 설치한 땅굴에 바닷물을 주입하기 시작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3일 보도했다. 하마스가 지하 30m 이상의 깊이에 파 놓은 총길이 500㎞가 넘는 땅굴에 바닷물을 넣어서, 땅굴을 폐쇄하고 하마스 대원들을 익사시키거나 지상으로 나오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이스라엘이 처음 시도하는 방법이 아니다.
이미 2013년에 이집트는 가자와 시나이 반도를 잇는 땅굴에 ‘물’을 넣었다. 한번은 역한 냄새가 나는 하수 오물이었고, 2015년에는 바닷물을 넣었다.
2013년 이집트 대통령은 하마스의 원조격인 ‘이슬람형제단’ 당수를 지낸 이슬람주의자 무함마드 모르시였다. 그는 이집트 최초의 민선 대통령이었다. 그러나 당시 이집트 영토인 시나이 반도에선 또 다른 이슬람테러집단인 ‘이슬람국가(IS)’를 비롯해 각종 무장 집단의 테러가 빈번했고, 한국인 여행객들이 표적이 되고 희생되는 테러도 수 차례 발생했다. 이 시나이 반도의 테러 집단들은 가자로부터 땅굴을 통해 무기를 밀수입하고 있었다. 가자 지구를 지배하는 하마스는 2007년 이후 이스라엘의 계속된 가자 국경 경제봉쇄 속에서, 의류ㆍ식료품 등 생활필수품을 이집트와의 땅굴 밀(密)무역으로 충당하고 있었다.
그러나 ‘하수 오물’ 주입에 대해, 당시 하마스는 매우 무딘 반응을 보였다. 하마스 측은 “주권국가인 이집트가 필요에 의해 취한 입장을 이해하며, 이집트도 우리의 (생필품) 필요성을 이해하기 바란다. 이집트 지도부가 팔레스타인인들을 고립시키지 않으리라고 믿는다”고 했다.
이슬람주의자인 모르시 정부가 ‘형제’인 하마스에 이런 오수 주입을 한 것은 나름대로의 계산에 따른 것이었다.
미 의회는 모르시 정부에 대한 경제원조 패키지를 중단했고, 이집트는 여전히 자신이 미국에게 ‘가치 있는’ 우방이라는 것을 입증해야 했다. 또 땅굴을 막아서, 가자 지구의 경제적 궁핍은 그 근본 원인이 이스라엘의 가자 국경 봉쇄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자 했다. 이슬람주의에 반대하는 이집트 군부는 또 오수 주입을 통해, 군부는 이슬람주의자 정부와는 ‘독립된 존재’라는 메시지를 이집트 국내에 알리고자 했다.
당시 시나이 반도와 가자 국경에는 200개 넘는 땅굴이 있었으며, 이집트는 오수 주입으로 20여 개 땅굴을 폐쇄할 수 있었다. 이집트는 모르시 이전에 호스니 무바라크가 대통령이었던 시절에도, 시나이ㆍ가자 국경 땅굴에 가스를 투입했다. 그러나 가스는 환풍구를 통해 배출해낼 수 있었다.
한편, 모르시 정부를 군부 쿠테타로 전복한 압델-파타 엘-시시 현 대통령은 2015년 9월 가자와 이집트 국경 사이 땅굴에 바닷물을 주입했다. 이스라엘 정부의 요청에 따라, 하마스의 지하 네트워크를 파괴하기 위한 것이었다. 당시에도, 지금과 같이 바닷물 주입으로 인해 가자 지구의 농경지가 훼손되고 지하수 자원이 파괴된다는 팔레스타인 정파들의 반발과 국제 사회의 비판이 컸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바닷물 주입 작전은 이전과는 차원이 다르다. 우선 135명 이상의 이스라엘 측 인질이 아직도 하마스 땅굴에 갇혀 있는 것으로 추정돼, 자칫하면 이들의 목숨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이스라엘 매체 Y네트에 따르면, 풀려난 이스라엘 인질들과 가족들은 12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우리가 땅굴에 붙잡혀 있었다. (홍수 작전으로) 인질을 죽이는 것이 하마스가 아니라 이스라엘일 수 있다. 그리고 나서 정부는 ‘하마스가 죽였다’고 할 것”이라며 “속히 인질 교환을 다시 시작하라”고 비난했다.
또 타깃으로 삼은 땅굴의 정확한 규모를 알 수 없고, 땅굴 곳곳에서 바닷물의 유입을 차단할 수도 있어서 어느 정도 바닷물이 주입 돼야 해당 땅굴이 ‘파괴’됐는지 확인하기도 쉽지 않다.
◇팔레스타인인 72% “하마스 기습 공격, 잘한 일”
이스라엘군의 최종 작전 목표가 ‘하마스 제거’이지만, 13일 발표된 팔레스타인인 여론조사는 그 전망을 어둡게 한다.
11월22일~12월2일 가자 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에서 팔레스타인인 1231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여론조사(오차 4%)에서 전체 응답자의 72%는 하마스의 10월7일 기습공격이 “옳은 일”이라고 답했다. 서안에선 응답자의 82%가,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피해가 극심한 가자 지구에서도 57%가 이렇게 답했다.
가자 지구의 하마스 테러집단이 물리적으로 궤멸되더라도, 팔레스타인인들의 반(反)이스라엘 여론은 더 높아졌고 제2, 제3의 하마스가 출현할 수 있는 토양은 더욱 강화됐다는 얘기다. 하마스 자체에 대한 지지율도 지난 9월 조사 때보다 가자에선 38%에서 42%로, 서안에선 12%에서 44%로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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