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3억·임기 3년 다 챙겨놓고… 김은경 “尹 밑서 임기 마쳐 치욕”
민주당 혁신위원장, 연일 ‘설화’
더불어민주당의 위기를 혁신으로 극복하겠다던 당 혁신위원회가 오히려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 혁신위가 ‘혁신 대상’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노인 비하’ 논란을 일으킨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이번엔 ‘윤석열 치하(治下)가 수치스럽다’ 발언으로 또 다른 파문을 만들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일 인천시당 간담회에서 노인 비하 논란을 수습하며 난데없이 윤 대통령 비난을 쏟아냈다. 김 위원장은 자신이 혁신위원장을 맡은 이유를 설명하는 대목에서 “분노가 치밀어서”라며 “윤석열 밑에서 통치받는 게 창피했다”고 했다. 그는 “저는 문재인 대통령 때 금융감독원 부원장으로 임명받았는데, 윤석열 밑에서 임기를 마치는 게 엄청 치욕스러웠다”고도 했다. 김 위원장은 ‘대통령’ 호칭을 쓰지 않고 ‘윤석열’이라고 불렀다.
한국외대 교수 출신인 김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금감원 사상 여성 최초 부원장(소비자보호처장)에 임명됐다. 그는 연봉 3억원에 제네시스급 관용차, 운전기사까지 제공되는 이 자리에서 3년 임기를 다 채우고 지난 3월 퇴임했다. 2021년 5월과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해 6월, 금감원장이 두 차례나 바뀌는 동안 다른 부원장들이 모두 사표를 썼는데도 김 위원장은 자리를 지켰다. 당시 그는 “임기를 마치는 것이 주어진 임무이자 소명”이라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금감원에선 “이해할 수 없는 처신”이라는 말이 무성했다.
당시 김 위원장은 자신이 맡은 소비자보호처장직이 3년 임기제라는 점, 소비자보호처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중요하다는 논리로 임기 보장을 주장했다고 한다. 그러나 소비자보호처뿐 아니라 다른 부원장 자리도 모두 임기제다. 금감원 관계자들은 “금감원이 관할하는 은행, 보험, 자본시장, 회계 등 다른 업무도 모두 독립성과 전문성이 보장돼야 한다”며 “자신의 업무만 독립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없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5월 현 정부 출범 이후 지난 3월까지 11개월 동안 윤석열 정부의 금감원 부원장으로 재직했다. 다른 부원장들은 원장이 두 차례 바뀌는 동안 모두 사표를 냈다. 그때 함께 사표를 냈으면 본인 표현대로 ‘치욕스러울’ 일도 없었다. 연봉을 다 받고 임기 3년을 채운 뒤 “치욕스러웠다”고 말하는 것이야 말로 염치가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대통령을 향해 이름만 부르는 행위 역시 고위 공직자였던 인사의 처신으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노인 비하 논란이 확산하던 지난 1일 민주당 전체 의원실에 편지를 돌렸다. 그는 현 정부를 ‘무도한 정권’으로 지칭하며 “국격을 떨어뜨리고 국민 고통을 가중시키는 독단과 아집에 빠져 있다”고 비난했다.
김 위원장이 현재 당면한 정치적 위기를 돌파하려 적(敵)에게 시선을 돌리는 모습이 이재명 대표를 닮았다는 지적도 있다. 이 대표는 과거 대장동 의혹이나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 등이 불거질 때마다 “국민의힘 의혹을 조사하라”는 등의 발언으로 시선을 돌리려 했다. 노인 비하로 정치적 코너에 몰리자 야권의 반윤(反尹) 정서를 자극,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들에게 ‘나를 지켜달라’는 SOS를 보낸 측면도 있다.
김 위원장은 혁신위 출범 3개월째인 지금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당 혁신안 1호였던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은 첫 의원총회에서 퇴짜를 맞았다. 이후 혁신안 역시 ‘꼼수 탈당 방지’ ‘체포동의안 기명투표’ 등 방안을 놓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그러는 동안 정작 김 위원장 본인의 설화(舌禍) 논란만 커지는 상황이다. 그는 지난달 이낙연 전 대표를 겨냥해 “자기 계파를 살리려 (정치적 언행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가 친낙계의 거센 저항에 직면했다. 또 당내 초선 의원들을 ‘코로나 학력 저하 대학생’에 비유하며 “소통이 잘 안 된다”고 말해 초선들이 집단 반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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