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 물폭탄, 철도 무너져 1900명 고립... 中 휩쓴 태풍 독수리
제5호 태풍 ‘독수리’가 휩쓴 중국 베이징시, 허베이성 등에 폭우가 쏟아지면서 침수 피해가 속출하고 한때 도시 기능이 마비됐다. 허베이성에는 약 이틀간 1000㎜에 육박하는 물폭탄이 퍼부으면서 한 마을이 물에 잠겨 150여명의 주민이 고립됐다.
1일(현지 시각) 중국중앙TV(CCTV)에 따르면 태풍 독수리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든 지난달 29일부터 이날 오전까지 베이징시에 내린 비의 양은 평균 257.9㎜다. 먼터우거우구가 470.2㎜로 가장 많았고, 팡산구 414.6㎜, 창핑구 285.8㎜ 등을 기록했다.
앞서 태풍 독수리는 지난달 28일 중국 동남부 푸젠성으로 상륙한 뒤 동부 해안을 따라 최고 풍속 초속 50m의 빠른 속도로 북상했다. 이에 따라 태풍 영향권에 든 남부 지역과 베이징·톈진·허베이성 등 수도권, 중부 내륙 지역, 동북 지역에는 이틀가량 폭우가 내렸고, 중국 기상당국은 이들 지역에 사상 두 번째 적색경보를 발령했다.
특히 베이징·톈진·허베이성 등 중국 수도권과 북부 내륙 지역에 많은 비가 집중됐다. 허베이성 일부 지역에서는 1일 오전 11시까지 1003.3㎜의 폭우가 쏟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허베이성에 내린 이번 폭우의 강수량은 기상 관측 이래 최대치다. 1996년과 2016년 허베이성 인근에 내린 집중호우에 따른 누적 강수량은 600㎜였다.
베이징시 홍수·가뭄 대응 지휘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기준 최소 11명이 사망하고 27명이 실종됐다. 사망자 가운데 2명은 구조 작업 과정에서 순직했고, 실종자 중 4명은 긴급 구조 작업에 투입됐다고 한다. 베이징시 13개 구 4만4673명이 수해 피해를 입었고, 대피 인원은 12만7000여명으로 집계됐다.
베이징과 톈진을 둘러싸고 있는 허베이성에서는 이날 정오 기준 9명이 숨지고 6명이 실종됐다. 허베이성에서도 이재민 54만703명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 보도나 소셜미디어에 공개된 영상에는 폭우로 인한 피해 상황이 그대로 담겼는데 재난 영화를 방불케 했다. 중국 소셜미디어 등에는 불어난 물에 차량 수십여 대가 속절없이 떠내려 가는 모습과 폭우로 순식간에 불어난 강물이 세차게 흐르는 모습, 교량의 한가운데가 붕괴된 모습 등을 찍은 영상이 공유됐다.
고층아파트 주차장에는 차량 수십 대가 겹겹이 쌓여 경보음이 계속 울리는 장면과 시민들이 식수를 얻기 위해 양동이를 들고 줄을 서는 모습도 목격됐다고 AFP는 전했다.
베이징에서 출발하는 기차는 물론, 항공기 취소와 결항 사태도 빚어졌다. 베이징에서는 철도 붕괴로 운행 중이던 열차가 멈춰서 1900명의 승객과 승무원이 30여시간 고립됐다 뒤늦게 구조되기도 했다. 자금성 등 주요 관광지도 한때 모두 폐쇄됐다. 베이징 서부 펑타이구에서는 교량 가운데 부분이 붕괴되고, 베이징 시내 대형 쇼핑몰 앞 주차장에 싱크홀이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허베이성 줘저우시의 한 마을은 강 상류가 넘쳐 시간당 15㎝가량씩 물이 차오르면서 주민 150여명이 전날 오후 10시를 전후해 고립됐다. 대부분 노인인 이 마을 주민들은 건물 2층 위로 피신한 상태로, 현지 당국은 보트가 진입하기 어려워 구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시진핑 주석은 “모든 지역의 실종자와 고립된 사람들을 수색하고 구조하며 부상자 치료와 희생자 가족을 위로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관련 부서는 책임감을 갖고 각종 홍수 방지 조치를 시행해 전반적인 사회 안정 보장에 힘써야 한다”고 했다.
현재 제6호 태풍 카눈도 중국 동남부로 접근하고 있어, 중국 당국은 이동 경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서 베이징은 지난달 중순까지 극한 폭염에 시달렸다. 지난 6월23일부터 사흘 연속 40도를 웃도는 등 1951년 기상 관측 이래 처음으로 사흘 연속 폭염 황색 경보가 발령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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