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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도 추석 쇤다… 고향 찾아 성묘하고 차례 지내

太兄 2023. 7. 25. 18:46

유대인도 추석 쇤다… 고향 찾아 성묘하고 차례 지내

[홍익희의 新유대인 이야기] [43] 유대인 최대의 명절… 한국과 비슷한 초막절

입력 2022.09.06 00:10

이번 주에 추석 연휴가 시작된다. 고향을 찾는 민족 대이동이 시작되며, 조상을 기려 차례를 드리며 성묘 길에 오른다. 우리 조상들은 추석에는 햅쌀로 밥을 짓고, 술을 빚으며, 송편을 만들어 조상의 제사상에 올렸다. 그리고 저녁에는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 돼지를 잡아 천지신명께 올리며 추수 감사 제사를 드렸다. 그리고 한바탕 신명 나게 놀았다.

그런데 우리와 비슷한 풍습을 지키는 민족이 있다. 유대인이다. 그들의 초막절이 우리 추석과 아주 흡사하다. 성인 남자들은 초막절에 예루살렘을 방문해 조상의 묘를 찾아뵙고, 성전에서 예물 제사를 드렸다. 이때 여호와에게 빈손으로 나아가지 않고 성의껏 예물을 드렸다. 이것이 매년 한 번씩 조상과 고향을 찾는 그들의 전통이 되었다.

“여러분은 모든 곡식을 타작하고 포도즙을 짜서 저장한 후에 7일 동안 초막절을 지키십시오. 여러분은 지정된 예배처에서 7일 동안 이 명절을 지키면서 여러분의 하느님 여호와께서 여러분의 농사와 여러분이 하는 모든 일에 복을 주신 것을 감사하고 기뻐하십시오.”(신명기 16:13, 15)

 

초막절 맞아 함께 모인 유대인들 - 유대인의 명절 초막절은 한민족의 추석과 아주 비슷하다. 고향을 떠난 이들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여 수확한 곡물로 제사를 지내고, 춤과 노래로 흥을 돋우며 가난한 이웃들을 위해 베푼다. 두 민족은 전통적으로 음력을 지켜왔다는 공통점도 있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살고 있는 유대인들이 초막절을 맞아 전통 음식을 장만하고 한자리에 모여 동포의 정을 나누고 있다. /게티이미지 코리아

강강술래처럼 여성은 ‘15계단 춤’ 놀이

초막절 기간에 유대인들은 집 마당이나 베란다 또는 시나고그(회당) 앞뜰에 초막을 짓고 전 가족이 그곳에서 먹고 자며 7일을 보낸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좋아한다. 그들은 초막 지붕을 종려나무 가지로 얼기설기 만들어 밤에 별을 볼 수 있게 했다. 이는 그들 조상이 광야에서 장막을 치고 살았던 고난의 40년을 기억하기 위함이다. 8일째 날에는 함께 모여 성회를 마치고 난 뒤 초막을 헐고 집으로 돌아간다. 다만 이스라엘 유대인들은 성경이 지시하는 날짜대로 절기를 지키지만 외국에 사는 유대인들은 3대 절기를 하루씩 더 길게 지킨다. 그것은 달력이 불분명하던 시절에 생긴 관습으로 만약 달력이 부정확하여 절기를 어기면 안 되기 때문이다.

집 앞마당의 가족용 초막 - 초막절 기간에 유대인들이 집이나 회당 앞에 설치하는 작은 초막. /플리커

초막절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 그들의 조상이 애굽(이집트)을 탈출해 시나이 광야에서 보낸 40년간의 고난 시기를 되새기는 것이다. 그래서 조상들이 광야 생활에서 쳤던 장막의 형태로 초막을 짓는 것이다. 레위기 23:43에 “이는 내가 이스라엘 자손을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내던 때에 초막에 거하게 한 줄을 너희 대대로 알게 하려 함이니라”고 쓰여 있다.

둘째, 그러한 40년간의 광야의 고난 가운데서도 여호와는 매일 ‘만나’라는 먹거리를 내려주고, 낮에는 구름 기둥으로 뜨거운 햇빛을 가려주고, 밤에는 불기둥으로 사막의 차가운 날씨를 덥혀줬다. 이렇게 여호와의 보호로 약속의 땅에 도착하여 농사짓고 추수할 수 있도록 살펴주신 은혜에 감사하는 시간이다. 신명기 29:5절을 보면 “주께서 사십 년 동안 너희를 광야에서 인도하게 하셨거니와, 너희 몸의 옷이 낡아지지 아니하였고, 너희 발의 신이 해지지 아니하였으며”라는 말씀처럼 정말 놀라운 기적으로 그들을 보살폈다.

사실 초막절뿐 아니라 유대인의 3대 절기, 곧 유월절(애굽 탈출), 칠칠절(시내 산에서 율법 받음), 초막절(광야의 40년)은 모두 조상의 고난을 되새기는 시간이다. 동시에 3대 절기 모두는 감사절이기도 하다. 유대인들은 일 년에 세 번 추수한다. 유월절(무교절)에는 추수한 첫 보리로, 칠칠절(맥추절)에는 첫 밀로, 초막절(수장절)에는 첫 포도와 올리브, 무화과, 대추야자, 석류 등 과일로 제사드린다. 세 절기 모두 추수 감사의 의미를 갖고 있다.

한민족과 유대인은 모두 달을 중심으로 하는 음력을 세는 민족이다. 창세기 1장에 보면 하느님이 천지창조 첫날에 ‘저녁이 되며 아침이 되니 첫째 날이니라’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유대인의 하루는 달이 뜨는 저녁에 시작하여 다음 날 해 떨어질 때 끝난다. 안식일이 금요일 저녁에 시작하여 토요일 저녁에 끝나는 이유이다. 다만 여호와께서 절기를 지키라 명하시어 유대인들은 음력을 지키면서도 태양의 절기를 맞추기 위해 19년 사이에 윤달을 7번 끼워 넣음으로써 이를 해결했다. 이를 ‘태음태양력’이라 부른다.

달을 중심으로 생활하다 보니 유대인에게는 하루가 시작되는 저녁이 중요했다. 초막절 행사는 저녁에 일곱 가지 촛대의 촛불로 성전을 밝히는 일로 시작하여, 그 촛불 밑에서 함께 횃불 춤을 추었다. 여자들은 계단마다 시편 노래 한 곡씩 부르며 내려가는 15계단 춤 놀이를 즐겼다. 유대인들은 공동체를 중시하다 보니 함께 모여 춤추는 걸 좋아한다. 이런 행사가 7일 동안 밤을 지새우며 계속되었다.

 

서로 돌아가며 농사일을 돕는 두레와 품앗이 등 공동체 정신이 강했던 한민족도 함께 모여 춤추는 데는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다. 추석날 저녁에 마을 잔치를 벌이며 달맞이 놀이도 함께했다. 보름달 아래서 횃불놀이를 했다. 부녀자들은 손을 잡고 빙글빙글 도는 강강술래 춤을 추었다. 처음에는 느린 가락으로 노래를 부르다 차츰 빨라져 춤도 빠른 속도로 경쾌하게 추게 되어 흥을 돋우었다. 이렇게 대부분의 단체 놀이는 저녁에 주로 이루어졌다. 그래서 추석이 가을 추(秋) 자와 저녁 석(夕) 자로 이름 지어진 모양이다.

광야의 고난 묘사한 그림 - 모세가 이끌던 유대인들의 광야 생활을 담은 이탈리아 화가 그레고리오 라차리니(1655~1730)의 그림. 유대인들이 광야에서 보낸 시련의 40년은 오늘날 초막절의 기원이 됐다. /게티이미지 코리아

레위기 23:22에서 “너희 땅의 곡물을 벨 때 밭 모퉁이까지 다 베지 말며, 떨어진 것을 줍지 말고, 그것을 가난한 자와 거류민을 위하여 남겨두라. 나는 너희의 하느님 여호와이니라”라고 쓰여 있다. 또 신명기 16:14절에 보면 “절기를 지킬 때는 너와 네 자녀와 노비와 네 성 중에 거주하는 레위인과 객과 고아와 과부가 함께 즐거워하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이웃을 위한 나눔이 초막절을 빛나게 했다. 이러한 나눔 전통은 오늘날에도 곳곳에 남아 있다. 일례로 안식일이 시작되는 금요일 오후에는 유대 상점들이 일찍 문을 닫으며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상품을 봉투에 싸서 가게 앞에 내어놓는 풍습이 있다.

초막절 시기도 음력 8월 15일과 같아

우리 조상들도 추석에는 잔치를 베풀어 어려운 이웃들은 물론 거지들도 실컷 먹게 하였다. 당시 빈자들을 위해 만든 떡, 곧 ‘빈자떡’이 오늘날의 빈대떡이 되었다는 설이 있을 정도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나눔의 정이 깊이 배어 있는 속담이 유래된 이유이다. 이러한 ‘정(情)’ 개념을 이해하는 건 두 민족뿐이라고 한다. 영어에는 정을 뜻하는 단어가 없다. 그러나 히브리어에는 유사한 개념이 있다. ‘라하마누트(Rahamanut)’라는 단어는 타인이 느끼는 고통을 마치 형제자매의 일처럼 공감하고 아파하는 감정이다.

추석과 초막절은 달력상 날짜는 다르지만 절기상 날짜는 동일하다. 초막절은 유대력으로 7월 15일이다. 이 날짜가 음력 8월 15일의 추석과 같은 시기이다. 유대력이 우리 음력보다 한 달 늦기 때문이다. 그래서 추석과 초막절은 날짜가 일치한다. 다만 어느 한쪽에 윤년이 들어 있는 해에만 한 달 차이가 난다. 올해가 그런 해이다. 우리 추석은 9월 10일로 추석 연휴가 9일에 시작하여 12일까지이나 초막절은 10월 10일에 첫날이 시작하여 17일까지 계속된다. 추석이 한민족 최대 명절이듯 초막절 역시 유대 민족 최대 명절이다.

[초막절 마지막 날엔]

“1년간 모세 5경 완독” 축하 의미로 예식 열고 춤추고 노래하며 축제

초막절의 마지막 날인 제8일(티시리월 22일)은 히브리어로 ‘심카 토라(Simchat Tora)’라 부른다. ‘토라의 기쁨’이라는 뜻이다. 토라는 구약성서의 도입부 5편을 뜻하는데 이를 모세가 썼다고 하여 ‘모세 5경’이라고도 부른다. 이날은 토라 전체를 1년 동안 완독했음을 기념하는 날로 초막절의 대미를 장식한다.

이날 저녁과 다음 날 아침에 1년 중 가장 엄숙한 회당 예식이 거행된다. 저녁 예배가 끝나면 토라 두루마리를 궤에서 꺼내어 이를 들고 회당 주변을 7번 이상 행진한다. 이날은 성인식을 치르지 않은 13세 이하 어린이들도 행진에 참여해 깃발을 들고 노래를 부른다. 행진이 끝나면 춤과 노래를 즐기는 축제가 벌어진다.

다음 날 아침 예배에서 토라의 마지막 편인 신명기 마지막 장을 읽은 뒤 곧바로 창세기 첫 장을 읽게 되는데, 이로써 유대인들은 토라의 연속성이 계승되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