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들썩이자...강남3구·용산구 전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6개월간 지정...잠·삼·대·청 해제 34일만에 '강수'
4개 자치구를 '통으로' 지정
서울 토지거래허가구역 3배로... 전체의 27%
서울시 "과열 지속 땐 추가 지정 적극 검토"

서울 강남구·서초구·송파구·용산구 내 전체 아파트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다. 앞서 서울시가 잠실·삼성·대치·청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한지 34일만이다. 특정 구역이나 동(洞)이 아닌 자치구를 한 번에 지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시와 국토교통부는 19일 이같은 내용의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했다.
토지거래허가제는 투기가 우려되는 지역에서 일정 규모 이상 집이나 땅을 거래할 때 관할 기초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규제다. 주택은 2년간 실거주 목적 매매만 허용하며, 전세를 끼고 집을 매수하는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가 불가능하다.
이번에 지정하는 구역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 안에 있는 모든 아파트다. 단지 수만 2200곳이다. 24일부터 9월 30일까지 6개월간 지정하되 필요시 연장을 검토하기로 했다. 통상적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은 1년씩 지정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시장 과열 양상이 지속될 경우 인근 지역 추가 지정도 적극 검토할 것”이라며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 등 기존 토지거래허가구역도 시장 과열 우려가 해소될 때까지 지정을 유지한다”고 했다.
이번 지정으로 서울 내 토지거래허가구역은 52.79㎢에서 163.96㎢로 3배가 된다. 서울시 전체 면적(605.24㎢)의 27% 수준이다.
이번 조치는 지난달 잠실·삼성·대치·청담 해제 이후 강남권을 중심으로 서울 집값과 거래량이 올라갔기 때문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해제 시점과 금리 인하 시점도 맞물린데다 올해 들어 금융권 대출 문턱이 낮아진 것이 집값 상승을 더 부추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2.75%로 인하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최근 해제 지역과 한강변을 중심으로 아파트 거래량이 급증하는 등 과열양상 조짐이 있었다”며 “이를 비정상적 이상조짐으로 보고 투기적 거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정부 합동브리핑에서 “토지거래 허가구역 해제 이후 강남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의 변동성이 커졌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이로 인해 심려를 끼쳐드린 점,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국부동산원이 13일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10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0.2% 올랐다. 2월 둘째 주 상승률은 0.02%였는데, 한 달 만에 상승률이 10배로 뛰었다.
강남 3구가 서울 아파트 값 상승세를 주도했다. 송파구는 전주 대비 0.72% 가격이 뛰어, 2018년 2월 첫째 주(0.76%) 이후 7년 1개월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강남구(0.69%)와 서초구(0.62%)는 아파트 값 상승률이 2018년 1월 이후 최고였다. 규제 해제와 관계 없는 마포·용산·성동구 등으로도 가격 상승세가 번졌다.

그동안 토지거래허가구역은 특정 아파트 단지나 동(洞) 등 일부 구역을 정해 지정해왔다. 자치구 전체를 묶은 조치는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특정 단지나 동을 묶으면 다른 지역 가격이 오르는 ‘풍선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라며 “강남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동안 규제에 묶이지 않았던 서초구 반포동, 용산구 한남동 등의 아파트 가격이 오름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그동안 규제혁파로 경제를 살린다는 취지로 현재까지 79건의 규제 개혁 과제를 발굴해왔다. 서울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또한 이 맥락에서 진행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토허제가 약 5년가량 지속되며 해당 지역 주민들의 피해가 컸던 데다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도 2024년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연속 하락해왔다”며 “건설경기 침체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경기 부양의 목적도 있었다”고 했다.
강남 3구와 용산구는 ‘조정대상 지역’, ‘투기과열지구’이기도 하다. LTV와 DTI 규제가 강화되고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가 중과되는 등의 규제를 받는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지정 이후에도 과열이 지속될 경우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 추가 지정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금융·가계 대출 관리도 강화한다. HUG 전세자금대출 보증비율 하향도 올해 7월에서 5월로 앞당긴다.
디딤돌 대출 등 정책대출 증가세가 주택시장 과열 요인으로 확인될 경우 대출금리 추가 인상도 할 예정이다.
한편 투기 수요와 불법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국토부와 서울시는 합동 점검반을 가동할 계획이다. 편법 대출·허위신고 등을 기획조사하고 자금출처 수시 조사도 병행할 방침이다.
주택 공급 확대와 관련해서는 재개발·재건축 관련 법률 제·개정을 국회와 협의한다. 이달부터 사업장별 최대 50억원 규모의 저리 초기사업비 융자도 시행한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시장 모니터링을 지속하면서 국민들이 주거 안정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대책을 추진해나가겠다”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규제는 최소한으로 사용해야 하지만 투기 등으로 시장이 왜곡될 경우 개입이 필요하다”며 “비정상적인 시장 흐름엔 단호히 대응하되 민간 차원의 주택 공급도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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