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인용? 기각? 각하? 헌법 전문가 3인이 예상한 '尹 탄핵심판'

太兄 2025. 3. 17. 19:43

인용? 기각? 각하? 헌법 전문가 3인이 예상한 '尹 탄핵심판'

입력 2025.03.17. 05:00업데이트 2025.03.17. 15:29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리는 탄핵심판 8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결론이 이르면 이번 주에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헌재는 지난달 25일 윤 대통령 사건의 변론을 종결한 이후, 17일 기준 20일째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탄핵 심판 종결부터 선고까지 각각 14일, 11일이 걸렸다.

법조계에선 쟁점마다 재판관들의 의견이 달라 평의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해석이 나온다. 결론을 놓고서도 헌재가 윤 대통령의 탄핵 소추를 인용할 것이라는 전망부터 기각하거나 각하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본지는 16일 각각 윤 대통령의 탄핵 인용과 기각, 각하를 예상하는 헌법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봤다.

정태호 경희대 로스쿨 교수, 황도수 건국대 로스쿨 교수, 이호선 국민대 법과대학장(왼쪽부터)

“국회에 軍동원, 위헌 명백... 아니라면 계엄 남용될 것"

◇ 정태호 경희대 로스쿨 교수 : 탄핵 인용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8대0 만장일치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을 인용할 것이다. 대통령이 병력을 동원해 현행 헌법 질서를 침해했다는 점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파면을 면하기 어려운 중대한 헌법 위반이다. 법리와 상식에 따라 판단한다면 인용 외 다른 결론은 나올 수 없다고 본다.

비상계엄 선포는 절차적으로나 실체적으로 헌법과 계엄법에 위배된다. 특히 국회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 헌법기관을 장악하려 했다는 점이 인정된다면 파면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윤 대통령은 국회 무력화, 비상입법기구 설치 등을 시도해 새로운 체제를 구축하려고 했다. 헌법 수호 의무가 있는 대통령이 헌법을 제거하려고 한 것이다.

비상계엄이 2시간 반 만에 싱겁게 끝난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계획이 실패했기 때문이지 위법성이 경미해서가 아니다. 헌재가 이를 중대한 헌법 위반으로 보지 않는다면, 향후 대통령들이 정치적 위기에 처했을 때 비상계엄을 남용할 위험이 커진다. 결국 계엄이 정치의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는 ‘고속도로’가 깔리게 되는 셈이다.

윤 대통령 측이 제기한 탄핵 심판의 절차적 문제는 ‘시간 끌기’ 전략에 불과하다. 탄핵 심판은 일반 형사 절차와 다른 특별한 징계 절차고, 헌재는 이에 반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만 형사소송법을 준용해야 한다. 형사소송법을 그대로 따르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아 심판 절차의 정당성을 흔들 순 없을 것이다. 최근 법원이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를 결정하며 공수처의 수사 과정에 대해 일부 의문을 제기했지만, 윤 대통령이 공수처 수사에 제대로 응한 적이 없어 탄핵 심판의 대세엔 지장이 없을 것이다.

현재 헌재가 좌고우면(左顧右眄)해 결정을 못 내리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노무현, 박근혜 전 대통령 때는 헌재가 오로지 대통령 사건에만 집중할 수 있었지만 이번은 상황이 다르다. 다른 탄핵 사건들도 동시에 심리, 선고하고 있기 때문에 헌재의 에너지가 분산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부 재판관이 세부 논리에서 의견 차이를 보일 수는 있지만, 기각 의견을 낼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국론 분열이 이미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에 헌재가 헌법 수호자로서 역할을 다하려면 한목소리로 낼 필요가 있다. 그래야 탄핵 결정 후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

대한민국은 ‘법치주의’에 기반한 민주주의 국가다. 국민 다수가 원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법 테두리 안에서 민주적 절차가 지켜져야 한다는 의미다. 대통령이 국민 다수의 선택을 받았다 해도 헌법을 위반했으면 책임을 져야 한다.

헌법 재판은 정치적 갈등을 문명적으로 해결하는 수단이다.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불복한다면 극심한 혼란과 내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탄핵이 인용될 경우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상실감이 클 수밖에 없는 점도 이해한다. 그러나 대한민국 공동체의 평화와 유지를 위해, 어떤 결과든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위법성, 파면할 정도 아냐... 증인과 증거 조사도 부실”

◇ 황도수 건국대 로스쿨 교수 : 탄핵 기각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의 핵심은 국헌 문란과 계엄법 위반이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당일 열린 국무회의는 회의 시간이 5분에 그쳤고, 회의록도 작성되지 않아 일정 부분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 그러나 대통령을 파면할 정도로 위법성이 중대하진 않다고 본다. 남은 것은 국회 봉쇄, 정치인 체포 등 국헌 문란이 있었는지 여부다.

헌법재판소는 윤 대통령 탄핵 심판 변론을 진행하면서 증인 신문 시간을 90분으로 제한했고, 증인들이 부인한 검찰 조서를 증거로 채택하기도 했다. 증인이나 증거 조사가 부실하게 이뤄진 것이다. 특히 윤 대통령 측이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버 감정을 헌재 재판부에 세 차례나 신청했는데, 납득할 만한 사유도 없이 모두 기각했다.

심증을 형성할 증거가 부족하니 국헌 문란 혐의와 관련해 법률과 헌법 위반이 있었는지, 그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판단할 수 없는 상태다. 이처럼 대통령의 탄핵 여부를 판단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재판관이 여러 명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재판관 8명 중 최소 2명 이상은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기각을 결정할 것이라고 본다.

헌재가 변론이 종결된 지 20일이 다 돼가는데도 선고 기일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것도 증거 부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전반적으로 심리가 부실하게 진행된 탓에 재판관들 사이 추가 변론이나 증거 조사 등을 놓고 진통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재판관은 지금까지 재판 내용만으로도 결론을 내기 충분하다고 생각할 수 있고, 어떤 재판관은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대로 선고를 강행해야 하는지를 놓고 재판관들 사이 이견이 생겼을 것이다. 과거 10년가량 헌재에서 헌법연구관으로 일한 경험에 비춰보면 충분히 예상 가능한 상황들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경우 윤 대통령에 대한 선고는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의 임기가 끝나는 다음 달 18일 이후로 늦춰질 수도 있다. 선고 관련 재판관들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다면 문 권한대행 입장에선 선고를 서두를 이유가 없다. 만에 하나 탄핵이 인용되지 않으면 진보 진영의 모든 비난이 자신에게 향할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문 권한대행과 이 재판관이 헌재를 떠난 이후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참여한 재판관 7인 체제에서, 변론 재개나 선고 기일 지정에 대한 논의가 새로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선 국회 측이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서에서 ‘내란죄’를 뺀 점을 문제 삼아 ‘각하’를 주장하기도 한다. 탄핵소추서 내용이 바뀌었다면 다시 국회 의결을 거쳤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기 때문에, 탄핵소추 자체가 적법하지 않게 이뤄졌다는 것이다. 일견 동의한다. 그러나 각하 결정에 대해서는 형사상 ‘한번 재판한 사건은 다시 재판하지 않는다’는 일사부재리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야당이 다시 탄핵안을 발의할 수 있다. 그만큼 사회 갈등이 커질 소지가 크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월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 변론에 입장해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뉴스1

“내란죄 빼겠다고 했을 때 헌재는 심리 중단했어야”

◇ 이호선 국민대 법과대학장 : 탄핵 각하

여러 정치적 논쟁을 차치하고 오로지 법리적으로만 보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은 만장일치로 각하될 것으로 본다.

헌법재판소는 국회 측이 탄핵 소추 이유에서 내란죄를 빼겠다고 했을 때 심리를 중단해야 했다. 내란죄를 철회하는 것은 탄핵 심판의 사실관계 대부분을 지우는 것이고, 국회의원들의 표결권을 침해한 것이기 때문이다.

심리 과정에서도 윤 대통령 측의 방어권은 심대하게 침해됐다. 헌법재판소법은 진행 중인 수사·재판 기록은 요구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헌재는 검찰과 경찰,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 기록을 탄핵 심판 증거로 채택했다. 재판이 확정되지도 않은 수사 기록을 증거로 채택해 예단을 갖고 사실관계를 규명하는 것부터가 대통령 측의 방어권을 보장하지 않은 것이다. 수사 기록에 담긴 진술도 상당수 신뢰하기 어렵다는 점이 탄핵 심판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증인 신문 시간을 1명당 각각 45분으로 제한한 것도 문제다. 수사 기록을 제출한 측(국회)과 기록 내용을 일일이 반박해야 하는 측(윤 대통령)의 입장이 같을 수는 없지 않은가. 국회 측이 그만큼 시간을 벌고 들어간 것이다. 진술에서 모순이 드러난 증인은 충분히 신문이 이뤄지도록 해야 했다.

재판부 구성도 이미 공정하지 못하다. 이미선 재판관은 친동생이 민변 산하 ‘윤석열 퇴진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이고, 정계선 재판관은 남편이 국회 측 대리인인 김이수 변호사와 함께 근무한다. 공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럽인권재판소도 재판장의 조카가 한쪽의 변호사일 경우 재판의 공정성이 훼손된 것이라고 판정했다. 그런데도 헌재는 대통령 측 기피 신청은 기각하고, 재판관 자진 회피 요청에 답하지도 않았다. 회사에서 사원을 징계할 때도 이렇게 진행하지는 않는다. 법원이었다면 이런 징계는 무효라며 취소 판결을 내렸을 것이다. 직장 내 징계도 절차적 정당성을 갖춰야 하는데, 하물며 나라의 미래를 좌우하는 대통령 탄핵 심판은 더 신중하게 진행해야 하지 않겠나.

헌재가 변론 과정에서 보여준 모습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부끄러운 ‘K재판’의 결정체다. 더 큰 문제는 이번 탄핵 심판이 ‘나쁜 선례’로 남아 앞으로 있을 심판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변론 때 잘못을 지금이라도 바로잡고 싶다면 각하 결정을 내려야 한다. 각하 결정을 내리면 선례도 남지 않는다.

국민 통합 측면에서도 각하 결정이 가장 낫다. 인용이나 기각 모두 엄청난 사회적 분열을 불러올 것이다. 헌재는 공동체적 관점에서 결정해야 한다.

그럼에도 헌재가 각하 없이 본안 판단을 내리겠다면, 비상계엄 자체의 위헌성 여부뿐 아니라 비상계엄 선포 배경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파면할 정도의 위헌·위법이 있었느냐’는 문제는 그 기준이 상대적일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유로 지목한 야당의 입법 권한 남용, 선관위 서버의 부정 개입 가능성 등도 헌재가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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