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경기 침체로 음식점·유원지 손님 '뚝'... 매출 급감

太兄 2025. 3. 17. 19:21

경기 침체로 음식점·유원지 손님 '뚝'... 매출 급감

 

입력 2025.03.17. 16:10업데이트 2025.03.17. 16:47
 

“겨울에도 가족 단위로 오던 손님들이 뚝 끊겼네요. 기껏 와도 10만원 쓰던 걸 7만원 쓰고 돌아가네요.”

지난 6일 인천 월미도 먹자골목에 관광객이 없어 한산한 모습이다. 최근 정치 불안과 내수 침체가 겹치면서 월미도 등 관광지를 찾는 이들이 크게 줄었다. /강우량 기자

지난 6일 오후 7시 인천의 대표 관광지인 월미도 먹자 골목. 횟집을 운영하는 박모(40)씨가 손님이 없어 텅 빈 매장 안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박씨는 “올겨울부터 영업이 유난히 안되는 것 같다”며 “1월에는 그나마 설 명절로 조금 버텼지만 지난달에는 말 그대로 파리만 날렸다. 요즘은 정치적으로도 시끄러우니 사람들이 돌아다니질 않는다”고 했다.

이날 찾은 월미도에는 관광객들의 북적임 대신 황량함이 감돌았다. 월미도 앞바다 먹자골목에 늘어선 조개구이집과 실내 게임장, 포장마차 등의 가게 내부는 대부분 텅 비어 있었다. 길거리에도 사람들의 말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고, 가게에서 크게 튼 음악 소리나 상인의 호객 목소리만 간간이 들려올 뿐이었다.

월미도에서 조개구이집을 운영하는 임모(57)씨는 “이 자리에서 장사한 지 8년째인데 계엄 이후 매출이 곤두박질쳤다”며 “2년 전과 지금 비교하면 매출이 3분의 1토막 수준”이라고 했다. 임씨는 장사가 잘되지 않아 올해 초 종업원 3명을 모두 자르고, 주방 직원들 역시 주 5일 근무에서 주 3일 근무로 단축했다고 했다. 이날 월미도를 찾은 대학생 커플 한모(21)씨와 조모(21)씨는 “요즘 친구들을 보면 시국도 좋지 않고 물가도 부담스러워 실제로 밖에 돌아다니지를 않는 것 같다”며 “여행을 갈 거면 제주도나 해외를 가지 월미도 같은 가까운 곳은 잘 찾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탄핵 찬반 논쟁에 가족 사이도 쪼개져 “나들이 할 때 아닌 느낌”

지난해 12월부터 이어진 비상계엄·탄핵 국면 등으로 내수 소비가 침체되고 경기 부진이 이어지면서 유원지나 해안가 관광지, 놀이공원 등의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 경기 부진과 정치 불안이 결합된 소비 부진은 코로나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통계청이 집계한 1월 음식점업 생산은 작년 같은 달보다 4.8% 떨어져, 코로나 유행 1주년인 2021년 1월(-32.3%) 이후 1월 기준 3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1월 주점업 생산의 낙폭 역시도 6.7%에 달해 2021년 1월 이후 1월 기준 가장 낙폭이 컸다.

윤석열 퇴진 비상행동과 야 5당 등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윤석열 탄핵 촉구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소비 부진에는 최근 정치적 사태 등으로 가족이나 친구, 연인 단위 나들이가 크게 줄어든 요인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탄핵 찬성·반대 등 정치 이슈를 둘러싼 인식들이 가족이나 친구 사이에서도 갈리고, 정치 행사들이 주말에 집중되면서 친목 모임 자체가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도에 사는 직장인 김모(42)씨는 “반탄 집회에 꾸준히 나가는 아내와의 갈등 때문에 가족 나들이나 외식이 크게 줄었다”며 “정치 이슈에 둔감한 편인데도 아내가 계속 자신의 생각을 강요해 마찰이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양모(44)씨는 “토요일을 맞아 모처럼 가족들하고 외식을 하러 나가려 했는데 대통령 사저 복귀로 교통이 마비된다고 해서 집콕(집에만 박혀 있었다는 의미)했다”고 말했다.

◇해안 관광 무너지자 탕·구이용 가리비 가격 반 토막

실제 유원지·놀이공원 서비스업 생산지수는 지난 1월 낙폭이 8.2%에 달해 지난 2021년 1월(-78%) 이후 낙폭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2030 세대들이 당일치기나 1박 2일 짧은 여행을 주로 다녀오는 월미도나 충남 대천해수욕장 등도 불황을 겪고 있다.

활가리비 사진.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조선DB

특히 조개탕이나 조개구이 재료로 흔히 쓰이는 가리비는 최근 소비가 급감하면서 수협 현지 도매가가 kg당 1400~1500원으로 지난해 11월(kg당 평균 2500~2700원)의 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갈치나 고등어, 오징어, 새우 등 여타 수산물은 가정 내에서나 일반 도심 식당들의 수요가 많지만, 손질이 어려워 행락지에 놀러를 가서야 먹는 조개류는 이 같은 관광 수요 급감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것이다.

경남 고성군 수협 김철호 직판팀장은 “일반적으로 가리비는 입식(2cm 미만의 종패를 구입해 양식을 시작하는 것)을 5월에 해서 9~10월부터 수확해 출하를 한다”며 “지난해 출하 시작 시기에는 하루에 20톤 미만으로 나가다가 12월 초 계엄 사태가 벌어지고 이틀 뒤부터 주문이 10t으로 크게 줄었다”고 했다.

소비 급감으로 바닷속 양식장에 재고로 있는 남은 가리비들은 3월 말쯤부터 수온 상승으로 폐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이에 수협중앙회는 지난 5일부터 가리비 소비 촉진을 위한 특판 행사에 나서고 있다. 수협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경남 고성군 수협에서 생산된 활가리비를 일반 매장 대비 34~38%가량 할인한 1만원대(1만3000원~1만8500원)에 무료 배송으로 판매하는 것이다.

한편, 여수 돌산·남면 지역에서 양식하는 참돔도 소비 심리 위축으로 재고 쌓이면서, 전남 여수시도 지난달 20일부터 참돔 직거래 할인 행사를 시작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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