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최재해 직무정지 때… 野성향 대행, 감사 결과 바꾸려 했다

太兄 2025. 3. 15. 18:34

최재해 직무정지 때… 野성향 대행, 감사 결과 바꾸려 했다

감사원장 없던 98일간 무슨일이

입력 2025.03.15. 05:00업데이트 2025.03.15. 08:02
 
최재해(왼쪽) 감사원장이 2023년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자료를 살피고 있다. 뒷줄 왼쪽이 최 원장이 탄핵소추된 뒤 감사원장 직무대행을 맡았던 조은석 감사위원이다. /연합뉴스

최재해 감사원장이 탄핵 소추로 직무 정지돼 있는 동안, 감사원이 원장 직무대행들의 지시에 따라 검찰에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 용산 이전에 관한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문서를 보낸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최 원장이 자리를 비운 98일 동안 감사원에서는 대통령실 이전에 관한 재감사가 추진됐고, 더불어민주당은 ‘국회가 요구한 사안은 감사원이 무조건 감사해야 한다’는 국회법 조항을 이용해 감사원에 야권이 제기한 의혹에 관한 감사를 강제했다. 최근 5년간 정부가 한 일을 감사하는 감사원의 특성상 문재인 정부 시절 벌어진 문제점을 주로 감사해온 감사원의 칼끝을 윤 정부로 돌리는 작업이 진행된 것이다. 이 기간 감사원장 직무를 대행한 조은석·김인회 감사위원은 모두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 윤 정부가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국가계약법 등 관련 법규를 다수 위반했다는 내용의 감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감사 기간은 1년 8개월에 달했고, 이전 공사에 참여한 민간 업체들까지 모두 조사받았다. 감사원이 대통령실의 공사 계약 내용을 상세히 들여다본 것은 처음이었다.

지난 2023년 10월 26일 조은석 감사원 감사위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감사원, 헌법재판소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뉴스1

그러나 야권은 곧바로 ‘부실 감사’를 주장했다. 감사에서 김건희 여사가 용산 이전에 관여한 정황이 드러나지 않았고, 70㎡(약 21평)짜리 건물의 존재를 감사원이 알지 못해 조사에서 빼먹었다는 것이 이유였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은 지난해 12월 5일 최 원장을 탄핵 소추해 직무 정지시켰고, 조 위원이 감사원장 직무를 대행하게 됐다. 그러자 조 대행은 감사원 직원들에게 대통령실 이전 감사를 ‘직권 재심의’하기 위한 사전 조사를 지시했다. 직권 재심의는 감사원장과 감사위원들이 함께 심의·의결한 감사 보고서 내용을 고쳐 다시 심의·의결하는 것으로, 사실상 재감사를 해서 결론을 바꾸겠다는 의미다.

직원들이 반발했으나, 조 대행은 감사에 허점이 드러난 이상 추가 감사를 해야 하고, 그래야만 나중에 ‘봐주기 감사’라는 논란이 불거졌을 때 감사원 직원들이 수사받는 일을 피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이철원

민주당도 1월 17일 대통령실 이전 감사를 다시 하라는 내용의 ‘감사 요구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다수결로 처리해 감사원에 보냈다. 국회가 본회의 의결로 감사원에 감사를 요구하면 감사원은 5개월 안에 결과를 내야 한다는 국회법 조항을 이용한 것이다.

민주당은 다른 감사 요구안들도 속속 처리해 감사원으로 보냈다. 최 원장을 탄핵 소추한 날에는 민주당의 검사 탄핵에 반대 의견을 낸 검사들을 감사하도록 하는 요구안이 처리됐고, 올 들어선 윤 정부가 추진한 의대 증원과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을 감사하라는 요구안도 처리됐다. 내란죄 수사 과정에서 윤 대통령의 방어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안건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올린 김용원 인권위 상임위원, 야권이 ‘민원 사주’ 의혹을 제기한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을 감사하라는 요구도 감사원에 보냈다.

조은석 위원에 이어 감사원장 직무대행이 된 김인회 위원은 문 전 대통령과 함께 ‘검찰 개혁’에 관한 책을 쓴 바 있다. 김 대행은 윤 대통령이 조 위원 후임으로 임명한 백재명 감사위원의 임명을 무효화하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초 백 위원을 올해 1월 18일 자로 미리 발령 낸 것이었는데, 윤 대통령이 탄핵 소추로 직무 정지됐으니 발령도 무효라는 것이다. 김 대행은 백 위원이 출근하자 백 위원을 찾아가 ‘당신의 임명은 무효’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최 원장 부재 중엔 올해 감사 계획까지 의결됐다. 문 정부 시절 임명된 감사위원들은 2030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일본 사도광산 문제에 대한 윤 정부의 대응, 양평고속도로 관련 의혹 등을 감사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원장은 지난 13일 헌법재판소가 탄핵 소추를 기각하면서 직무에 복귀했다. 헌재는 대통령실 이전 감사에 관해 “부실 감사라고 볼 만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감사원은 앞으로 민주당이 보낸 감사 요구대로 감사를 진행해 국회에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

13일 헌법재판소는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를 기각하면서 국회 측이 제기한 탄핵 사유를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국회는 최 원장이 ...
 
헌법재판소가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안을 13일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했다. 헌재는 “최 감사원장의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