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새 성장 동력, 첨단 제조업 아니라도 만들 수 있다

太兄 2025. 3. 14. 20:12

새 성장 동력, 첨단 제조업 아니라도 만들 수 있다

첨단 산업 집착도 사실 고정관념
경제정책 최종 목표는 일자리
다른 분야 산업도 얼마든 가능
교육 산업 육성이 최우선이고
이미 강한 의료 산업 더 키워야
관광·농수산업은 규모의 경제로
일자리 늘리고 외화 획득 가능한
모든 산업서 새 성장 동력 만들자

입력 2025.03.14. 00:15

지난달 한국은행이 올해 성장 전망을 1.9%에서 1.5%로 내리면서 기준 금리를 0.25%p 인하했다. 1%대 후반의 성장률이 우리 경제의 실력이며, 오랫동안 새로운 성장 동력을 키울 투자를 못 한 결과라는 지적도 덧붙였다. “새로운 성장 동력의 부재”는 흔히 “지난 20년간 10대 수출 품목에 변화가 없다”는 말로 표현하는데 이는 암암리에 성장 동력을 첨단 제조업에서 찾으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음을 보여 준다.

트럼프의 미국에서도 보듯이 경제정책의 최종 목표는 일자리다. 모든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수출도 중요하다. 그런데 일자리 창출과 외화 획득은 꼭 새로운 산업, 제조업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경쟁력 있는 새로운 첨단 제조업은 만들기도 어렵고, 일자리가 많이 생기지 않을 뿐만 아니라 거기에 취직할 수 있는 사람도 극히 제한적이다. 서비스업과 농림수산업 같은 평범한 기존 산업을 키우는 것이 더 쉽고 효과적이다. 서비스업, 농업에서 일하는 국민도 제조업 종사자와 꼭 같은 DNA를 가지고 있다. 제조업을 세계 정상 반열에 올려 놓은 전략, 정책을 그대로 적용하면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공계를 중심으로 교육 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다른 첨단 산업 육성의 필수적 전제이기도 하다. 우리가 오늘날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업을 가지게 된 것은 이승만 대통령 때 이미 시험용 원자로를 받아들였고, 박정희 대통령 때 한백, 한독 등 직업훈련원을 비롯해서, KIST와 KAIST 등 과학기술 연구 기관과 교육 기관을 키운 데에서 시작되었다. 여야가 다투어 대학 등록금을 16년 동결시키면서 고등교육을 초토화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교육부의 울타리 밖에 이공계 교육기관들을 만든 것이 신의 한 수였다는 생각도 든다. 전 국민에게 25만원 민생 지원금을 줄 돈 12.5조원이 있으면 이공계 교육에 퍼부어야 한다.

수출 산업으로 키울 가능성이 가장 큰 것은 의료 산업이다. 이미 경쟁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국내 시장만 보는 의사들이 의대 입학 정원 확대에 반대하고, 병원 산업에 대한 투자를 금지하고 있는 의료법이 장애 요인이다. 정부가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한 병원 건설과 바이오, 제약, 의료 기기 등 의과학 산업에 대규모의 선행 투자를 해 의료 산업이 성장 동력 산업으로 클 수 있음을 보여 주고, 의사의 보상 체계 합리화를 먼저 하고 나서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했어야 한다. 병원은 참으로 다양한 일자리의 보고다. 모쪼록 의사들이 의사가 못 되는 평범한 국민의 일자리도 걱정해 주는 아량을 가져 주기를 바란다.

 

관광 산업만 생각하면 속이 터진다. 일본은 2011년 600만명에 지나지 않던 외국인 관광객을 2019년 3190만으로 끌어올렸고 작년에 벌써 3687만으로 회복시켰다. 우리는 같은 기간에 1000만에서 1731만으로 늘렸을 뿐이다. 일본만큼 했다면 작년 관광객 유치는 6000만이 되었을 수도 있다. 현실은 1633만이다. 지자체들이 출렁다리를 238개나 만들고 있는 이런 방식으로는 안 된다. 푼돈을 모아 목돈을 만들어 세계인이 주목할 거대한 관광 인프라 투자를 하나씩 해 나가야 한다.

농업과 수산업도 중요하다. 비싼 농산물 가격은 국민에게 큰 짐이고 고임금과 경쟁력 잠식의 원인이다. 영세농 구조하에서 그 작은 규모의 농사로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값을 비싸게 유지하고 수입도 막아 주고 있는 탓이다. 농업에 대한 기업의 투자를 장려하여 규모화를 촉진해야 한다. 기업이 농업까지 넘보자는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농업인들이 해 온 것은 농업이 아니라 농사이며, 농사는 농업이 아무리 기업화되어도 농민이 하게 마련이다. 다음 세대는 규모화된 농기업에 ‘취업’하여 안정된 일자리를 가질 수 있게 해 주자. 어차피 고령화로 탈농이 가속화되고 있는 지금이 농업에 기업 투자를 유치하여 경쟁력 있는 농업, 괜찮은 일자리를 만들 호기이다.

수산업의 경우 원양 어업은 처음부터 기업화, 국제화, 수출 산업화를 지향해 경쟁력이 있지만, 연근해 어업은 ‘어민’과 어촌계에 맡겨져 있어서 투자가 미미했고 따라서 성장도 발전도 부진했다. 어족 자원 고갈과 기후 변화로 수산물 공급이 위기에 처해 있는 지금, 선진국 수준의 대규모 양식 어업을 지금부터라도 키워야 한다.

서비스업과 농수산업에서도 기업의 투자를 적극 지원하면 제조업 못지않은 일자리 창출과 외화 수입(절약)이 가능하다. 모든 업종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 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