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자녀 특혜채용 의혹 제기 3년만에야 수사 의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간부의 자녀·친인척으로 선관위에 특혜 채용된 것으로 드러난 11명에 대한 수사를 경찰에 의뢰했다고 지난 7일 밝혔다. 선관위가 간부 자녀들이 특혜 채용됐을 가능성을 처음 인정한 지 1년 8개월 만의 조치다. 그동안 선관위는 특혜 채용 당사자들을 제재할 수 있는 내부 규정이 없다는 등의 이유를 대며 이들을 정상 근무시켰다. 그러다 최근 감사원이 선관위의 채용 비리 실태에 관한 감사 결과를 공개하자 뒤늦게 조치에 나선 것이다.
선관위는 이날 보도 자료를 배포해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을 지역선관위 공무원으로 전입하는 채용 과정(경력 채용)에서 특혜 논란을 빚은 고위 공무원의 자녀 등 직원 11명에 대해 사직 당국에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이 11명에 대해 “중앙선관위 고위 공무원인 아버지·삼촌·장인 등의 청탁에 따른 부당한 합격자 결정, 지방자치단체에 부당한 영향력 행사 등에 공모해 형법 123조(직권남용)·137조(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국가공무원법 44조(시험 또는 임용의 방해 행위 금지)·45조(인사에 관한 부정행위 금지) 등을 위반한 혐의가 있다”고 했다. 선관위는 또 이들에 대해 “임용 취소 사유에 해당하는지도 조사할 계획”이라고 했다.
선관위 고위직 자녀의 특혜 채용 의혹은 2022년 처음 불거졌다. 김세환 전 사무총장의 아들이 특혜 채용됐다는 의혹이었다. 그러나 선관위는 직원들로 감사팀을 구성해 사안을 조사하고는 “김 전 사무총장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이 없다”고 발표했다. 의혹이 계속 제기되자 선관위는 이듬해 5월 자체적으로 ‘특별 감사’를 다시 진행해, 이번에는 고위직 4명이 자녀 채용에 부당하게 관여한 정황이 있다며 수사를 의뢰했다.
그럼에도 선관위는 특혜 채용된 직원들을 계속 정상 근무시키다가, 2023년 6월 감사원이 선관위 채용 비리에 관한 감사에 착수하자 7월에 고위 간부의 자녀인 5명을 직무에서 배제했다. 그러나 지난해 1월 총선을 앞두고 업무가 많다며 이들을 다시 복귀시켰다. 이에 관해 선관위는 ‘감사원이 이들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지 않았다’ ‘직무 배제가 오히려 특혜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등의 이유를 댔다.
감사원은 지난해 4월 선관위가 최근 10년간 진행한 291차례의 경력 채용 전부에서 규정 위반이 878건 있었고, 선관위 고위 간부들이 자녀·친인척 채용에 관여했다는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이어서 지난달 27일 선관위 채용 비리의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감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선관위는 닷새가 지난 이달 4일 채용 비리에 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채용 비리에 관여한 직원들을 징계하며 다양한 외부 통제를 받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도 특혜 채용된 당사자들에 대해선 ‘규정이 없다’며 징계나 퇴출을 추진하지 않고, 현 직무에서만 배제했다.
그런 선관위가 다시 입장을 바꿔, 특혜 채용된 당사자들이 고위 간부인 부모·친인척과 특혜 채용을 공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 것이다. 선관위는 채용 담당자 등을 징계하지 않고 있었던 것에 대해서도 “감사원 직무 감찰이 종료되지 않아, 선관위의 자체 징계 절차가 중단돼 있었던 것”이라며 이제 징계에 나서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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