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원전 생태계 붕괴, 건설 역량 갖춘 한국과 협력 필수적"
[WEEKLY BIZ] 제니퍼 애틀랜틱 카운슬 국장 "한미 협력하면 러시아·중국과 경쟁할 수 있을 것"

원전 부문은 조선(造船)·반도체와 더불어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한미 협력이 기대되는 대표적인 분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첫날부터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할 정도로 미국의 글로벌 에너지 경쟁력을 강화하려 하는 만큼 한국이 경쟁력을 갖춘 원전 분야에서 한미 파트너십이 유망할 전망이다.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원자력 정책 국장을 맡고 있는 제니퍼 고든 박사는 지난달 20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WEEKLY BIZ와 인터뷰를 갖고 “한국은 제한된 예산으로 정해진 기간(On Time, On Budget) 내 원전을 건설하는 엄청난 강점을 지녔다”며 “(미국의 원전 부문은) 한국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미국 내 원자력 에너지 수요는.
“최근 크게 늘고 있다. 인공지능(AI) 붐이 일면서 미국 빅테크들의 데이터센터용 전력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탈탄소와 기후변화 대응 차원으로 원전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2023년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에선 ‘원자력 에너지 확대 선언’을 통해 2020년 기준 400GW(기가와트) 수준의 전 세계 원전 용량을 2050년까지 3배인 1200GW까지 늘리기로 합의했다. 이 합의에는 미국, 영국, 캐나다, 프랑스, 일본, 한국 등 전 세계 25국이 참여했고 지난해 총회에서 31국으로 확대됐다.”
-글로벌 원전 시장 현황은.
“현재 글로벌 원전 시장은 러시아와 중국이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 러시아는 원전 연료인 농축 우라늄 공급에서 막대한 비중을 차지한다. 중국도 러시아와 경쟁하며 더 큰 원자력 에너지 수출국이 되려 하고 있다.”
전 세계 농축 우라늄 수출에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35%(2023년 기준)에 이른다. 러시아와 중국이 2000년 이후 해외 원전 수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50% 이상인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은 러시아에 대한 원전 연료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2023년부터 ‘센트루스’라는 회사를 세워 약 70년 만에 처음으로 자체 농축 우라늄 추출에 들어갔다. 지난달 한국수력원자력은 센트루스와 향후 10년 동안 농축 우라늄을 제공받기로 계약을 맺으면서 센트루스의 해외 ‘1호 고객’이 되기도 했다.
-트럼프는 ‘드릴, 베이비, 드릴’이란 구호를 내세우며 원전보다는 화석 연료 개발을 중시하지 않나.
“트럼프의 입이 아니라 행동을 봐야 한다. 트럼프가 에너지부 장관으로 지명한 크리스 라이트는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원자력을 공부했고, 차세대 첨단 원자로 개발 회사 ‘오클로’의 이사회 출신이다. 트럼프는 원자력 에너지를 미국의 글로벌 에너지 지배력을 강화하는 도구로 보고 있다. 미국은 앞으로 러시아와 중국의 민간 원자력 수출 부문과 경쟁할 것이다.”
-미국이 한국을 원전 협력 파트너로 여기는 핵심 이유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은 값싼 천연가스와 석유에 의존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경험이 많고 납기 내 원전 건설 능력이 뛰어난 한국은 미국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본다.”
미국 내 원전 제조 생태계와 연료(농축 우라늄) 공급망은 사실상 붕괴된 상황이다. 제조 공급망이 붕괴된 탓에 2009년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원전을 새로 짓는 프로젝트는 2017년 이후 건설이 중단됐을 정도다.
-한미가 원전 분야에서 협력했을 때의 강점은.
“현재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상대적으로 원전 시장에서 소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해 체코 원전 수주에서 보듯 가성비 측면에서 한국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반면 러시아와 중국은 국가 지원을 받는 원자력 기업을 보유하고 있고, 이들은 원전 건설뿐만 아니라 연료 공급, 사용후 핵연료 회수 등의 ‘원전 패키지’를 제공해 국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미 원자로 설계 원천 기술을 가진 미국(웨스팅하우스사) 측과 원전 제조 및 공급 생태계가 탄탄한 한국 측이 협력한다면 원전 시장에서 러시아·중국 기업들과 충분히 경쟁을 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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