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함 갑판 90m 질주 후 날아올랐다... '킬러 드론' 이륙 성공
[르포] 해군 12일 독도함서 전투실험
우리 함정서 고정익 무인기 이륙은 처음
“속도 8노트로 올려, 침로 320도(북서방향) 잡아.”
12일 오후 3시쯤 포항 앞바다. 우리 군이 운용하는 가장 큰 수상함인 대형수송함 독도함 함교와 비행통제소에서 장병들은 김국진 독도함장(대령) 지시에 따라 분주히 움직였다. 해군 창설 이래 처음으로 함정에서 고정익(날개형) 무인기를 띄우는 이날 전투실험을 앞두고 긴장감이 가득했다. 독도함의 비행갑판 길이는 약 150m, 무인기가 필요한 이륙 거리는 100m쯤으로 알려졌다. 기존 무인기와 비교하면 이륙에 필요한 거리가 10분의 1수준으로 짧은 기종이지만 결코 여유롭지는 않는 상황. 해군 관계자들은 이륙을 위한 최적의 환경을 조성했다.
“레디 투 테이크 오프(이륙 준비 완료).” “클리어 투 테이크 오프(이륙 허가).”
카운트다운이 끝나고 오후 3시 8분쯤 미국 제너럴아토믹스사(社)의 시제 무인기 MQ-1C ‘모하비’는 비행갑판을 약 90m 가량 질주한 뒤 가뿐히 이륙했다. 김 함장은 “와 숨 안쉬고 있었다”라고 말하면서도 뿌듯한 표정은 숨기지 못했다. 헬리콥터 같은 회전익 방식 헬기·무인기가 아닌 고정익 무인기가 우리 함정에서 이륙한 것은 이날이 처음. 세계적으로도 지난해 11월 영국에 이어 두번째로 알려졌다. ‘모하비’는 ‘킬러 드론’으로 알려진 MQ-1C 그레이 이글을 토대로 단거리이륙형(STOL)으로 개발 중인 시제기다.
이날 독도함을 이륙한 ‘모하비’는 시속 90km 수준으로 독도함 좌현 60m 부근을 지나며 모의 착륙 시험을 한 뒤 독도함 상공을 한 차례 선회한 뒤 다시 시속 180km 속도로 근접통과를 하고 포항 해군항공사령부를 향해 날아갔다. 독도함 비행갑판 폭은 21m, 모하비의 날개폭은 16m로 안전상의 이유가 있다고 판단, 함상 착륙 실험은 하지 않았다. 이날 무인기 조종은 제조사 관계자들이 맡았다.
해군 관계자는 “무인항공전력을 조기에 확보 운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진행한 실험”이라며 “고정익 무인기는 회전익 무인기에 비해 빠른 속력과 넓은 활동 범위를 갖기 때문에 해상에서 효과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해군은 올해 초부터 함정에서 운용 가능한 무인기를 물색해 이날 실험에 나섰다고 한다. 군 관계자는 “현재 100m 거리에서 이륙 가능한 유일한 무인기가 ‘모하비’일 것”이라며 “이번 실험을 앞두고 2달 동안 독도함에서 관제 및 운용 준비를 했다”고 설명했다.
고정익 무인기의 장점은 확실하지만 긴 활주로를 필요로 하는 것이 운용상의 제한점이었다. 잘 알려진 ‘그레이이글’ ‘리퍼’ 같은 무인기는 이륙하려면 1㎞가 넘는 활주로가 필요했다. 미 핵 항모도 비행갑판 활주로는 300m 수준이라 운용이 어렵다. 해군은 이런 고정익 무인기를 우리 군 함정에서 운용할 수 있을지 시험해보고, 향후 해군 수상함 건설시 무인기 운용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해 이번 실험을 실시했다.
해군 관계자는 “가용병력은 물론 병력자원이 감소하고 있고, 감시정찰 및 타격 임무를 함상 고정익 무인기를 통해 진행하면 작전범위 및 시간이 크게 늘어난다”고 했다. 이날 시제기에는 무장이 탑재되지 않았지만 향후 무장 탑재가 이뤄지면 해상에서 북한 핵심시설을 타격할 능력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헬기를 최대 21대까지 탑재할 수 있고 5대를 비행갑판에서 동시 운용할 수 있다는 것을 자랑으로 삼고 있던 독도함이 고정익 무인기 ‘테스트베드’로 활용됐다는 것도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러시아-우크라이나전을 통해 ‘헬기 무용론’이 대두하고 무인기가 현대전의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는데 이 같은 변화를 반영하려는 움직임을 해군이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해군은 이번 전투실험이 모하비 도입을 위한 것은 아니며, 모하비를 포함한 다양한 무인기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테스트에 참여한 무인기 MQ-1C ‘모하비’는 미국 제너럴아토믹스와 국내 방산업체가 공동 개발하고 있다. 제너럴아토믹스는 ‘그레이이글’ ‘리퍼’ 등을 개발·생산한 주요 무인기 기업이다. ‘모하비’는 그레이이글 동체를 기반으로 했지만 이륙거리를 크게 줄인 것이 특징이다. 그레이이글의 이륙 거리는 탑재 중량에 따라 850~1200m 수준이었는데 이날 실험에서 비무장 상태였던 ‘모하비’ 시제기는 90m 를 달려 이륙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모하비는 향후 최대 16발의 헬파이어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통합직격탄(JDAM) 장착도 염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길이는 9m, 날개너비는 16m다. 시제기 체공시간은 3시간 30분 정도지만 최종적으로는 25시간까지 체공시간을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양용모 해군참모총장은 이날 “전투실험을 통해 무인전력의 효용성을 검증해, 미래전장환경 변화와 병력감소 등에 대비하여 다양한 무인전력을 조기에 도입·운용해 국민 여러분이 편히 주무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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