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더 많이 쌓는다… 다가오는 '꿈의 HBM 기술'
'하이브리드 본딩' 개발 박차
인공지능(AI) 시대 필수 메모리 반도체로 부상한 고대역폭 메모리(HBM) 경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HBM은 특수 액체나 필름을 이용해 D램을 쌓아 만든다. 현재 12단까지 상용화돼 있다. 하지만 기존 방식으로 16단 이상 높게 쌓는 것이 물리적 한계에 다다르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더욱 얇게, 높게 쌓을 수 있는 ‘하이브리드 본딩’이라는 새로운 제조 방식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현재 5세대 HBM까지는 기존 방식으로 수율(생산품 중 정상품 비율)을 높이고 발열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게 중요했다”며 “6세대부터는 새로운 제조 공법이 적용되면서, 경쟁 구도도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꿈의 기술 하이브리드 본딩
‘꿈의 패키징(조립) 기술’이라고 불리는 하이브리드 본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개발 중이다. 현재 HBM을 제조할 때는 D램과 D램을 잇는 기둥 역할을 하는 돌기(범프)를 활용한다. 이 돌기 사이에 접착용 특수 액체를 넣어 한 번에 열과 압력을 가하거나(SK하이닉스), D램과 D램 사이에 필름을 넣고 열과 압력을 가하는 방식(삼성전자)을 써왔다. 돌기의 크기를 한계까지 줄이면서 틈을 10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미터)대까지 좁혔다. 하지만 HBM이 16단까지 높아지면서 이런 방식이 한계에 부딪혔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D램을 접합할 때 돌기 없이 연결해 쌓는 방식이다. 제조 공법을 완전히 바꿔, D램을 더 많이 쌓아도 높이를 줄일 수 있는 것이다.
각 제조사는 하이브리드 본딩 개발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AI 발전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빨라지면서, AI 칩 성능도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16단 이상의 6세대 HBM 개발을 빨리 끝내야 차세대 HBM 시장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 실제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SK하이닉스에 “HBM4를 예정보다 6개월 빨리 납품해 달라”고 요청했을 정도다.
하지만 하이브리드 본딩 방식은 기술 난도가 매우 높다. 현재는 D램과 D램 사이에 있는 납으로 만든 돌기끼리만 균일하게 붙이면 된다. 하지만 높이를 낮추기 위해 이 돌기를 빼고, 바로 D램의 구리 소재끼리 붙여야 한다. 김정호 KAIST 전기및전자공학과 교수는 “납보다 구리가 녹는점이 높다”며 “하이브리드 본딩을 하려면 더 높은 온도와 압력을 가해줘야 해 수율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발열 제어 등 기술적 난도가 높은 고도의 패키징 기술”이라며 “기존 방식에서 수율이 좋았다고 해서 새로운 방식에서도 좋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고 했다.
◇역전 기회? 수성의 발판?
현재 시장 우위를 선점한 SK하이닉스는 일단 성공 방정식인 기존의 방식을 극한까지 고도화해 차세대 HBM을 쌓고, 하이브리드 본딩 방식은 ‘백업’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도전자 입장인 삼성전자는 하이브리드 본딩 도입 계획을 앞당겨 6세대 HBM(HBM4)부터 전격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하이브리드 본딩 도입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논문을 통해 “16단 이상 HBM에는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또 지난달 말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는 “고객 맞춤형 HBM 제조와 관련, 파운드리 파트너 선정은 고객 요구를 우선으로 내·외부 관계없이 유연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HBM4에 하이브리드 본딩을 적용하는 것과 더불어 TSMC의 패키징 기술을 활용할 것을 시사한 것이다.
시장 선두 SK하이닉스는 모험보다는 안정을 선택했다. 현재 자사 공법으로도 HBM4 16단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는 지난 4일 SK AI서밋 행사에서 “16단 제품에는 양산 경쟁력이 입증된 공정을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2026년 양산 예정인 7세대 HBM(HBM4E) 부터는 하이브리드 본딩을 본격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고대역폭 메모리와 하이브리드 본딩
HBM은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올린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를 말한다. 세대를 거듭할수록 단수가 높아지는 게 특징이다. 현재는 D램과 D램 사이에 전기 신호를 보내는 돌기(범프)를 넣어 이어 붙이는 방식을 쓴다. 하지만 차세대 제품부터 HBM 높이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돌기를 없애고 직접 D램끼리 붙이는 방식을 쓰는데, 이를 하이브리드 본딩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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