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가격 40% 낮춘 '땡처리 재고' 쏟아져... 팔아줄 옷 가게도 없다

太兄 2024. 11. 12. 16:20

가격 40% 낮춘 '땡처리 재고' 쏟아져... 팔아줄 옷 가게도 없다

내수 부진 따라… 3분기 소매업 재고 역대 최대

입력 2024.11.12. 00:35업데이트 2024.11.12. 10:35
 

소매 판매액 지수가 10분기 연속 감소하는 등 내수가 역대급으로 악화하면서 재고 처리 업체에 폐업 업체들의 재고가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고금리·고물가 장기화로 얼어붙은 소비 심리 탓에 재고 처리마저 차질을 빚고 있는 분위기다.

8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의 한 의류 재고 처리 업체의 창고에 폐업 재고 처리를 위해 들어온 옷 봉투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최근 내수 부진으로 곳곳에 재고가 쌓이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고운호 기자

◇쌓여가는 땡처리 ‘재고’

지난 8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A 재고 처리 업체의 200평 규모 지하 창고에는 빼곡히 들어선 수납 선반 위로 거래처를 찾지 못한 의류 재고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A사 관계자는 “과거엔 온라인쇼핑몰이나 수도권 옷 가게에서 단순히 팔고 남은 재고를 싼값에 가져오는 게 대부분이었다면, 최근에는 전체 물량의 30~40% 정도는 폐업한 업체의 재고를 무상으로 받아 오고 있다”고 했다.

더구나 예전엔 이렇게 사들인 재고를 팔아 수익을 냈는데, 최근엔 소비 심리가 얼어붙어 재고 수집이 매출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A사가 들여온 재고들은 통상 서울 동대문 의류 상가 등에 있는 도매 시장이나 소매 판매점으로 다시 유통돼 왔다. A사는 최근 시장이나 상점 납품 가격을 시장 도매가보다 40% 낮췄으나, 이를 받아주는 동대문 의류 소매 업체 등 거래처는 되레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매입한 물건을 팔아 처리하는 주기도 기존 한 달에서 서너 달로 늘어났고, 매출은 지난해보다 30%가량 줄었다. A사 대표 B씨는 “체감하기론 코로나가 확산하던 2020년보다 경기가 안 좋은 것 같다”고 했다.

민간 소비 위축이 의류 재고 시장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가구 거리의 경우 가구 점포 40여 곳이 들어서 있었는데, 2~3곳 걸러 한 곳은 폐업하거나 점포에 ‘임대 문의’ 현수막을 내걸고 있었다. 이 거리에서 20년째 장사를 해왔다는 C씨는 “2년째 가게 안에 두고 있는 침대는 500만원짜리 인데, 사겠다는 사람만 있으면 20만원에라도 내놓고 싶다”고 했다.

그래픽=이철원

◇3분기 소매업 재고 역대 최대

11일 통계청에 따르면, 소매업 재고액 지수는 지난 3분기(7~9월) 105.4로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20년 1분기 이후 모든 분기 통틀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지수가 클수록 재고가 많다는 뜻이다. 또 3분기 도소매업 재고율도 108.3으로 3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는데, 코로나 확산기였던 2020년 1분기의 105.5를 크게 웃돌았다.

소매 단계는 물론, 생산 단계에서도 쌓이는 재고량은 매우 높은 수준이다. 통계청에서 산정한 3분기 생산자 제품 재고 지수는 110.6으로 3분기 기준으로 역대 둘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 지수는 작년 3분기(117.7)에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소매 판매는 10분기 연속 감소

재고가 쌓이는 것은 내수 소비가 부진해 제품을 만들어도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3분기 소매 판매액 지수는 100.7로 1년 전보다 1.9% 감소했다. 특히 이 지수는 2022년 2분기(4~6월) 이후 10분기 연속 줄고 있다. 이는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95년 1분기 이후 최장 기간이다.

그 결과 폐업자 수도 크게 늘고 있다. 국세청 국세 통계에 따르면, 작년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는 98만6000명으로, 2006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많았다. 폐업 사유별로 보면 ‘사업 부진’이 48만2000명으로 가장 많았다.

전문가들은 “고금리와 고물가가 소비를 짓누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 3%대의 높은 기준 금리가 2022년 10월부터 2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 소비자들이 주택 담보 대출 등 대출 이자를 갚고 나면 소비 여력이 크게 줄어든다는 것이다. 고물가로 선뜻 지갑을 열기 어려운 것도 내수 회복을 가로막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 9~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로 내려오긴 했지만,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는 3%대 가파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속됐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내수 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 요인은 선제적 금리 인하인데, 제때 이뤄지지 않았다”며 “금리 인하가 효과를 내는 데는 시차가 있기 때문에 당분간 내수가 더 위축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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