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수도권에 ‘세계 최대 삼성 반도체’ 결단, 한국에 마지막 기회

太兄 2023. 3. 17. 14:53

수도권에 ‘세계 최대 삼성 반도체’ 결단, 한국에 마지막 기회

조선일보
입력 2023.03.16. 03:16업데이트 2023.03.16. 06:59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3.3.15/대통령실

정부가 논란이 큰 수도권 규제를 푸는 결단을 내리고 경기도 용인에 세계 최대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집적단지)를 조성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강국이지만 시스템 반도체에서 밀려 고전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300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공장 5개를 짓고 기흥·화성·평택·이천에 있는 기존 반도체 단지와 유기적으로 연결한다.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가 수도권 남부에 구축된다. 또 반도체·디스플레이·2차전지·바이오·미래차·로봇 등 6대 전략 산업을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고 전국 15곳에 첨단 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삼성은 수도권 아닌 지역에 60조원을 추가로 투자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첨단 산업은 핵심 성장 엔진이자 안보·전략 자산”이라며 기업 투자 전폭 지원을 약속했다.

미·중이 패권 다툼을 벌이고,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 주도의 기술 동맹이 짜이면서 세계 질서가 요동치고 있다. 이 격변기에 한국이 살아남고 경쟁력을 이어가려면 반도체 등 첨단 산업에서 우위를 점하는 방법밖에 없다. 경쟁력 우위를 잃으면 동맹국도 없고 우방도 없다.

지금 우리가 바로 그런 도전에 직면해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쓰나미가 덮쳐오는 상황에서 저출산 고령화로 성장 여력이 감퇴하고 저성장이 고착화되는데도 첩첩의 규제에 묶여 국제 경쟁력이 쇠퇴하는 나라로 변해버렸다. 기업들의 국내 투자 기피 현상이 엑소더스(대탈출)처럼 벌어져 국내 기업의 해외 투자액이 외국 기업 국내 투자액의 8배를 넘어섰다. 경쟁력이 흔들리는 대표적 분야가 가장 중요한 반도체다. 국가적 위기다.

 

수도권에 첨단 시스템 반도체 단지를 조성하는 전략은 우리가 이 성장 동력을 잃지 않기 위해 불가피하고 미룰 수 없는 선택이다. 바이든 행정부로부터 미국 내에 공장을 지으라는 압박을 받고 있는 삼성전자는 2014년 평택 캠퍼스 이후 9년 동안 국내에 새로운 반도체 기지를 짓지 못했다. 수도권 규제 등 각종 제약이 컸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에 짓는 공장보다 한발 앞서는 첨단 공정을 이 기지에 도입해 한국의 최첨단 반도체 기지 역할을 유지시켜야 한다. 정부는 신속하게 공장 건설이 이루어지도록 뒷받침하고 국회는 산업단지 관련된 법안을 신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송전선 설치에만 5년을 허비한 삼성의 평택 반도체 공장의 전례를 결코 반복해선 안 된다.

정부는 반도체뿐 아니라 6개 첨단 산업에서 2026년까지 550조원 규모의 민간 투자를 이끌어내겠다고 했다. 그러려면 기업 투자 환경을 획기적이고 파격적으로 바꿔야만 한다. 기업들이 깜짝 놀랄 만큼 규제를 대폭 풀고 정부가 총력 지원해야 한다. 이번에 후보지로 발표된 국가 산단 15곳의 전체 면적은 4076만㎡에 이른다. 분당 신도시의 2배도 넘는다. 중앙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하지 않고 지역 스스로 우위가 있다고 판단한 분야로 정했다. 전국 곳곳에 첨단산업단지가 제대로만 조성된다면 지역 균형 발전 효과도 볼 수 있다.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고 국가 규모가 크지 않은 대한민국은 돈과, 기술과, 인재가 몰려드는 첨단 산업 국가가 되는 길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