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韓 대통령 12년 만의 방일과 日의 유보적 태도

太兄 2023. 3. 17. 14:52

韓 대통령 12년 만의 방일과 日의 유보적 태도

조선일보
입력 2023.03.17. 03:16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취임 후 처음으로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85분간 회담했다. 한국 대통령이 다자회의가 아닌 일본 총리와의 양자 회담을 위해 일본을 찾은 것은 12년 만이다. 윤 대통령은 “오늘 만남으로 어려움을 겪던 한일 관계가 새롭게 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도 “미래를 위해 한일 관계에 새로운 장을 열 기회가 찾아왔다”고 했다.

이날 일본 정부는 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 소재 3종에 대한 대(對) 한국 수출 규제 조치를 4년 만에 해제했다. 한국은 수출 규제에 대한 대응 조치인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취하했다. 문재인 정부의 파기 선언 이후 조건부 연장 상태였던 한일 지소미아(군사정보보호협정)의 완전 정상화도 선언했다. 이로써 2018년 징용 판결 이후 양국 정부의 대응 조치가 대부분 해제돼 표면적으론 한일 관계가 징용 판결 이전으로 회복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한일 정상회담 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윤석열 대통령에게 악수를 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징용 문제와 관련해 일본 측의 진전된 입장이 나오지 않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기시다 총리는 공동 기자회견에서 “1998년 10월 발표된 한일 공동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한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의 징용 해법 발표 직후 발언 그대로다. 1998년 공동선언에 담긴 ‘반성과 사죄’ 내용도 언급하지 않았고 한국의 징용 피해자에 대한 위로 표명도 없었다. 윤 대통령의 결단에 대한 일본의 호응을 요구하는 한국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계속 과거에만 얽매일 수는 없다. 미래로 전진해야 한다. 양국 정부는 한일 경제안보 협의체와 차관급 전략 대화를 비롯해 분야별 소통 채널을 신설하기로 했다. 한일 양국의 미래를 위한 협력 관계를 전방위로 확대하기 위한 조치다. 한일의 경제단체인 전경련과 게이단렌은 피고 기업을 포함한 일본 기업의 참여가 예상되는 ‘미래 파트너십 기금’을 창설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의 국익은 일본의 국익과 제로섬 관계가 아니다, 윈윈할 수 있는 국익”이라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앞으로도 양국이 자주 연계해 하나씩 구체적인 결과를 내고 싶다”고 했다.

이번 방일은 미·중 전략 경쟁과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질서의 새판 짜기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유엔 안보리가 유명무실화하고 중립국들까지 재무장·군비경쟁 대열에 뛰어들고 있다. 낙오하지 않으려면 자유·인권·법치의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우방과 공조해야 한다. 이날 두 정상은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빈번하게 상대국을 방문하는 셔틀외교에 합의했다. 윤 대통령의 방일은 한일 관계 정상화의 첫걸음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양국 정상의 만남이 거듭되고 신뢰가 쌓인다면 과거사를 비롯해 이번에 풀지 못한 현안들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韓소주·日맥주 함께 마셨다… 尹·기시다 1시간 ‘2차 독대’

[韓日 정상회담] 정상회담 후 만찬… 4시간 넘게 회동

도쿄=최경운 기자
입력 2023.03.17. 03:00업데이트 2023.03.17. 10:31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오후 일본 도쿄 긴자의 오므라이스 노포에서 친교의 시간을 함께하며 생맥주로 건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은 12년 만의 한일 ‘셔틀 외교’ 복원을 알리는 윤석열 대통령의 방문에 자위대 사열, 부부 동반 만찬같이 ‘국빈 방문(state visit)’에 준하는 예우를 했다. 만찬 후엔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128년 된 오므라이스집에서 한국 소주, 일본 맥주를 놓고 통역만 대동한 단독 친교 모임을 했다.

윤 대통령은 16일 오전 10시 공군 1호기를 타고 서울공항을 출발해 오전 11시 50분쯤 도쿄 하네다공항에 도착했다. 네이비색 정장에 붉은색 넥타이를 맨 윤 대통령, 연한 회색 코트와 흰 바지를 입은 김건희 여사를 윤덕민 주일 한국대사와 다케이 슌스케 일본 외무성 부대신 등이 영접했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실무 방문임에도 부대신이 영접을 나왔고 도심 교통을 통제하는 등 최고 수준의 경호로 예우를 표했다”고 했다. 재일동포 오찬 간담회 참석을 위해 시내로 가는 길엔 태극기를 든 교민들이 윤 대통령을 환영했다.

윤 대통령이 총리 관저에서 자위대 의장대를 사열하며 태극기를 향해 목례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오후 4시 40분쯤 정상회담을 위해 도쿄 총리실에 도착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현관 앞까지 나와 있다가 차에서 내리는 윤 대통령을 맞이했다.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 회담 이후 4개월 만에 대면한 한일 정상은 서로 밝은 얼굴로 악수한 뒤 관저 안으로 이동했다. 두 사람은 태극기·일장기가 나란히 게양된 단상에 올라 자위대 의장대를 사열했다. 우리 대통령이 일본 현지에서 자위대 의장대를 사열한 건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의 국빈 방문 이후 20년 만이다. 약 8분 동안 진행된 행사에서 군악대가 애국가·기미가요를 차례로 연주했는데, 윤 대통령은 태극기를 보고 가슴에 손을 올려 국기에 대한 예의를 표시하고 이어 목례를 했다. 두 정상은 상대국 국무위원들과도 악수한 뒤 회담장으로 이동했다.

1박2일간의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부부와 16일 도쿄 긴자의 한 스키야키·샤부샤부 전문점에서 만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일 정상은 23분 동안 소수 인원이 참여하는 회담에 이어 61분 동안 확대 회담을 했다. 기시다 총리는 공개 발언에서 “이번 주 도쿄에 벚꽃이 벌써 개화(開花)했는데 봄을 맞이한 이 시점에 한일 관계에 새로운 장을 열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것을 대단히 기쁘게 생각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여러 현안으로 어려움을 겪던 한일 관계가 새롭게 출발한다는 것을 양국 국민들께 알려드린다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화답했다.

환영 만찬은 오후 7시 40분부터 긴자에 있는 스키야키·샤부샤부 전문점 ‘요시자와(吉澤)’에서 열렸다. 1924년 정육점으로 시작한 곳이다. 만찬은 김 여사와 기시다 총리 배우자인 기시다 유코 여사도 배석해 약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기시다 총리 부부가 식당 앞에서 맞이했고, 네 사람이 입구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 대변인은 “일본 관례상 두 부부만 동반하는 만찬은 매우 드문 편”이라고 했다. 통상 실무 방문에선 총리 관저에서 관계자들이 배석한 채 총리가 주최하는 만찬을 실시했다. 짧은 시간 안에 친밀감을 높일 수 있도록 기시다 총리가 윤 대통령에게 특별한 배려를 한 것으로 보인다.

한일 정상은 이후 약 300m 떨어진 긴자의 돈가스·오므라이스집 ‘렌가테이(煉瓦亭)’로 이동했다. 1895년 창업한 경양식집으로 윤 대통령이 일본에 왔을 때 꼭 가보고 싶다고 한 식당이다. 일본 언론은 “한일은 문화가 비슷한데, 1차는 제대로 된 가게에서 식사하고 2차는 익숙한 가게에서 가슴을 펴고 이야기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1시간 정도 진행된 2차 만찬에선 통역만 배석한 채 사실상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 독대로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한일 양국이 처한 위기 극복과 공통의 이익을 위해 두 정상이 정말 잘해 보자”는 뜻을 나타냈고, 기시다 총리도 윤 대통령 뜻에 공감하면서 정상 간 신뢰와 우의를 위해 소통을 계속 이어가자는 뜻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시절 주한 일본대사관에 파견된 일본 검사들과의 소통 경험 등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3월 16일 한국 정상으론 12년만에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정상회담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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