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이상 충전된 전기차, 서울 아파트 지하주차장 못들어간다
최근 아파트 등에서 전기차 화재가 잇따라 발생해 시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진 가운데 서울시가 아파트 등 공동주택 지하주차장에 90% 넘게 충전된 전기차의 출입을 제한하는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공동주택 지하주차장에 90% 이하로 충전을 제한한 전기차만 들어갈 수 있도록 권고할 예정이라고 9일 밝혔다.
소방청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4년 6월까지 전국적으로 전기차 화재 건수는 187건에 이르며, 서울에서만 16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특히 지난 1일 오전 인천시 서구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있던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해 차량 140여 대가 불에 타거나 그을렸고, 지하 설비와 배관 등이 녹아 대규모 정전과 단수가 이어졌다.
전기차 화재는 외부 충격, 배터리 결함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는데, 과도한 충전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서울시는 전기차 배터리 성능 유지와 화재 예방을 위해 충전율을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업계와 전문가들 의견에 따라 이 같은 전기차 충전 제한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다음 달 말까지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 개정을 통해 공동주택 지하주차장에 90% 이하로 충전을 제한한 전기차만 출입할 수 있도록 권고하기로 했다.
공동주택 관리규약이란 다수가 거주하는 공동주택의 주거생활의 질서유지와 입주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공동주택 입주자가 자율적으로 정하는 기본규칙이다.
시·도지사는 공동주택 관리규약의 표준이 되는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을 마련하고 있으며, 준칙이 개정·배포되면 입주자대표회의는 해당 준칙을 참고해 자기 단지에 알맞도록 관리규약을 정하게 된다.
전기차 충전율은 전기차 제조사의 내구성능·안전 마진 설정, 전기차 소유자의 목표 충전율 설정 등 두 가지로 제한할 수 있다.
내구성능·안전 마진은 전기차 제조사가 출고 때부터 배터리 내구성능 증가 등을 위해 충전 일부 구간(3~5%)을 사용하지 않고 남겨두는 구간을 말한다. 제조사에서 내구성능·안전 마진을 10%로 설정하면 실제 배터리 용량의 90%만 사용 가능하고, 해당 용량이 차량 계기판에 100% 용량으로 표시된다.
목표 충전율은 전기차 소유자가 직접 차량 내부의 배터리 설정 메뉴에서 90%, 80% 등 최대 충전율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제조사에서 내구성능·안전 마진을 10%로 설정한 전기차에 소유자가 목표 충전율을 80%로 설정한다면 실질적으로는 배터리의 72%(0.9*0.8)를 사용하게 된다.
다만 목표 충전율의 경우 전기차 소유주가 언제든 설정을 바꿀 수 있어 90% 충전 제한이 적용됐는지에 대한 지속적인 확인이 어렵다.
이에 시는 전기차 소유주가 요청할 경우 제조사에서 90% 충전 제한을 설정할 수 있도록 하고, 해당 차량에는 ‘충전 제한 인증서(가칭)’를 발급한다는 계획이다.
또 다음 달부터 공영주차장 등 공공시설 내 시가 운영하는 급속충전기에 ‘80% 충전 제한’을 시범 적용하고 향후 민간 사업자 급속충전기로 확대할 계획이다.
전기차 제조사들과 주차 중인 차량의 배터리 상태정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이상징후가 발생할 경우 즉각 대응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아울러 공동주택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시설에 대한 선제적 화재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화재안전조사 등 점검도 강화한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는 전기차 충전시설이 설치된 서울시내 공동주택 약 400곳에 대해 스프링클러설비 등 소방시설 유지관리 상태와 개선사항 등을 다음 달 말까지 긴급 점검한다.
이밖에 시는 오는 10월까지 서울시 건축물 심의기준을 개정해 향후 신축시설에는 전기차로 인한 대형화재 위험성을 고려해 안전 시설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기준에는 신축시설의 경우 전기차 충전소 지상 설치를 원칙으로 하되, 지하에 설치하는 경우 주차장의 최상층에 설치해야 하는 내용이 담긴다. 또 전기자동차 전용주차구역은 3대 이하로 격리 방화벽을 구획하고, 주차구역마다 차수판을 설치할 계획이다.
여장권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은 “전기차 충전 제한을 통해 전기차 화재를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시민 불안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안전성이 우수한 전기차 보급하고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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