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무시 못 할 '한동훈 對 이재명' 시중 얘기들

太兄 2024. 8. 1. 16:17

[양상훈 칼럼] 무시 못 할 '한동훈 對 이재명' 시중 얘기들

'국힘 후보가 韓이면
李가 대통령 되고
민주 후보 李 아니면
국힘 누가 나와도 안 돼'
한동훈은 바로 이 지점서
출발해야 한다

입력 2024.08.01. 00:15업데이트 2024.08.01. 09:49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뉴시스·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월 19일 “김건희 여사 명품 백 문제는 국민의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고 한 말이 자신의 인생을 이렇게 바꿀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국회의원 총선거를 눈앞에 둔 당의 대표로서 민심에 최소한이나마 부응할 수밖에 없어서 한 말이었다. 국민의힘 총선 승리가 가장 절실한 사람이 윤석열 대통령이니 윤 대통령도 못 이기는 척 넘어갈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사실 한국에서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사람이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윤 대통령 부부는 아니었다.

한 대표 발언 직후 윤 대통령은 한 대표를 사퇴시키라고 지시했다. 거의 모든 국민, 심지어는 민주당까지 놀라게 하고 어리둥절하게 만든 이 지시는 총선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미리 알려준 사건이었다. 이종섭 대사 호주 출국, 대통령실 수석의 폭언에 대한 늑장 대처, 의료 사태에 대한 일방적 담화 등 그에 이어진 사건은 모두 같은 선상에 있었다.

만약 윤 대통령이 민심 악화를 막기 위해 부인 문제에서 인내하고, 각종 현안에 기민하게 대처했으면 총선은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그랬다면 총선 승리의 공로자는 윤 대통령이고 한 대표는 친윤 2인자 정도의 위상에 그쳤을 것이다. 윤 대통령의 그런 노력에도 국민의힘이 패했다면 한 대표는 총선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했을 것이고 이번에 당대표 경선에 나서지도 못했을 것이다. 정치를 계속한다고 해도 한계가 분명했을 것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한 대표의 ‘국민 눈높이’ 발언에 분노해 그를 쫓아내려 함으로써 한국 정치의 오랜 ‘출세 공식’이 작동하게 됐다. 김종인씨의 표현대로면 한 대표에게 이른바 ‘별의 순간’이 온 것이다. 우리 정치에서 역대 여당 대선 후보들은 모두 대통령과 맞서서 각을 세운 사람들이다. 김영삼은 노태우 대통령과 맞섰고, 이회창은 김영삼 대통령과 맞섰고, 정동영은 노무현 대통령과 맞섰고, 박근혜는 이명박 대통령과 맞섰고, 윤석열은 문재인 대통령과 맞섰다. 한국 대중의 정치인 선호 인식부터가 그렇다. 권력자를 추종하는 사람이 지도자 반열에 오른 적이 거의 없다. 강자에게 맞서 옳은 소리 하다가 피해를 본 정치인이면 100점이다. 친윤들이 거의 적반하장으로 한 대표를 공격하면서 그 조건을 다 만들어줬다.

 

그런데 한동훈은 이 코스를 따라가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 가능성 1위가 한 대표라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대선 본선은 전혀 다른 문제다. 한 대표가 극복해야 할 첫 관문은 윤 대통령이 남긴 유산이다. 이제 한국 유권자들에겐 검사 정치인 기피증이 생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들은 ‘검사 대통령’ 얘기가 나오면 “또?” 하면서 고개를 흔든다. 윤 대통령이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법 적용에 예외 없다’면서 발휘했던 검사의 본질적 장점은 사라졌다. 그 대신 다른 사람들과 공감·교감하는 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검사의 단점은 크게 부각됐다. 한 대표는 비록 윤 대통령과는 차별화됐지만 ‘검사 정치인’이란 범주 밖으로 나오기는 힘들다.

한 대표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맡았다. 한 대표는 도망갈 염려가 없고 증거를 인멸할 수도 없는 양 전 대법원장을 굳이 구속했다. 그리고 무려 47가지 혐의로 기소했다. 한 인간이 죄 47건을 한꺼번에 짓는다는 게 가능한지는 지금도 의문이다. 기소 문서가 트럭 분량이라 트럭 기소라고 했다. 그 47건이 전부 무죄가 됐다. 검찰 출신들은 이 무리한 구속과 기소가 ‘검사 한동훈’을 잘 말해준다고 한다. 한 대표가 정치를 하게 된 이상 이 문제는 앞으로 결국 닥쳐올 시험대가 될 것이다.

사람들에게 ‘한동훈’이라면 할 말을 빨리, 딱 부러지게 한다는 것부터 떠오른다. 이것으로 국회의원은 몰라도 대통령은 힘들다. 108석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없고, 윤 대통령과 불화 재연 가능성은 높다. 현재 국민의힘의 대선 득표 기반은 위태롭다. 한국 대선에서 수도권과 20~50대까지 광범위한 연령층을 잃으면 승부를 할 수가 없다. 한 대표는 이들에게 어필할 무엇을 갖고 있나. 솔직히 잘 보이지 않는다.

지금 일반 시중에선 ‘국민의힘 후보가 한동훈이면 이재명이 대통령 될 수 있고, 민주당에서 이재명 아닌 새 인물이 후보로 나오면 국민의힘에서 누가 나와도 안 될 것’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 거칠지만 무언가 본질을 꿰뚫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한동훈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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