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정보기관 무력화로 북한 70년 소원 들어준 한국 국회

太兄 2024. 7. 30. 18:56

정보기관 무력화로 북한 70년 소원 들어준 한국 국회

조선일보
입력 2024.07.30. 00:25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서명한 '판문점 선언문'을 교환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보사 요원들의 신상 정보 유출을 두고 방첩 당국은 정보사 군무원을 조사하고 있다. 기밀이 그의 노트북에 저장돼 유출되는 과정에서 북한이 군무원을 포섭했다면 대공 수사 사안이다. 북한이 해당 군무원만 포섭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연계 고리가 있는지도 수사로 밝혀져야 한다.

군 방첩 당국과 국정원의 대공 수사 역량을 총동원해야 할 사안이지만, 현재 우리 국정원은 대공 수사권이 없다. 간첩을 수사할 권한이 없다는 뜻이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12월,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도록 국정원법을 개정했고 올해 1월부터 경찰이 대공 수사를 전담하게 됐다. 그때도 민주당이 국회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였다. 국민의힘은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을 복원하는 법안을 총선 직후에 내겠다고 공언했지만 총선 참패로 공염불이 됐다.

오히려 운동권 출신이 중심이 된 더불어민주당 의원 11명은 안보 범죄에 대한 국정원의 조사권까지 박탈하는 내용의 국정원법 개정안을 최근 제출했다. 구체적으로는 현장 조사·문서 열람·시료 채취·자료 제출 요구·진술 요청 등의 권한을 폐지하는 것이다. 대공 수사권을 상실한 국정원에 조사 권한까지 뺏는 것은 국정원을 유명무실하게 만들겠다는 뜻이다. 우리는 지척에서 폭력 집단의 위협을 받고 있는 특수한 처지에 있다. 그런데 우리 국회가 정보기관의 핵심 기능을 스스로 무력화하고 있다.

민주당 정부 때 이뤄진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 이관으로 국정원과 경찰, 군 방첩사라는 수사의 3축이 무너졌다. 이병호 전 국정원장은 최근 회고록에서 재임 중 검거한 ‘목사 간첩’ 사건에 대해 “신학대학 사무실 컴퓨터로 대북 보고를 하던 현장을 검거했지만, 민변의 종용으로 그는 묵비권을 행사했다”고 했다. 조사가 미진한 상태에서 검찰로 넘겨져 그는 3년형을 받는 데 그쳤다고 한다. 이 전 원장은 “간첩 수사는 국정원의 정보 역량이 융합적으로 총동원돼야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은 대공 수사권 파괴로 70년의 소원을 이뤘다”고 말했다.

정보와 방첩 역량 축적에는 수십 년이 걸리지만, 무너지는 건 순간이다. 정보기관의 권한 강화는 중국, 러시아 같은 전체주의 국가뿐 아니라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자유 국가들의 공통적 추세다. 유독 한국만 정보기관의 손발을 묶고 정보기관도 내부에서부터 무너지고 있다. 안보는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의 시작이자 끝이다. 이재명 전 대표가 정말 ‘먹사니즘’이라면 그 시작은 대공 수사권의 정상화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