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女 10연패 이어 男 3연패...'신궁의 나라' 클래스는 달랐다

太兄 2024. 7. 30. 18:52

女 10연패 이어 男 3연패...'신궁의 나라' 클래스는 달랐다

男양궁 단체전, 프랑스 꺾고 금메달
'속사포 궁사' 이우석 6발 모두 '텐'

입력 2024.07.30. 00:29업데이트 2024.07.30. 11:42
김우진, 김제덕, 이우석이 29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전 결승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승리하며 금메달을 확정한 뒤 환호하고 있다./뉴시스

막내 김제덕(20·예천군청)은 시끄럽다. 경기 중 몇번이고 ‘파이팅’을 외치면서 사기를 북돋는다. 둘째 이우석(27·코오롱)은 날카롭다. 별 말 안하다가도 10점을 맞추고 나면 포효한다. 맏형 김우진(32·청주시청)은 무덤덤하다. 엑스텐을 쏘고도 별 것 아니라는 듯한 표정으로 하이파이브를 나눈다.

세 남자는 척 보기에도 다르다. 그렇지만 30일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양궁 단체전이 열린 파리 앵발리드의 사대(射臺) 위에서는 같은 눈빛을 갖고 있었다. 승리에 대한 집념을 넘은 확신이었다. 셋은 서로 끊임없이 대화를 나눴다. 활에 대한 조언부터 바람에 대한 정보를 계속 공유했다. 상대 팀이 중요한 활을 쏠 때도 그쪽을 쳐다보지 않고 대화를 할 때도 많았다. 상대가 누군지 흔들리지 않고 본인들의 궁(弓)에만 집중한 것이다.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 양궁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 결승전 한국과 프랑스의 경기. 금메달을 차지한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연합뉴스

그 결과 8강 일본전 6대0 승, 4강 중국전 5대1 승, 프랑스와의 결승에서 5대1 승리를 거뒀다. 긴장감 없는 압도적 우승이었다. 셋은 총 54발 중 32발을 10점에 꽂아 넣는 가공할만한 정확도를 보여줬다. 결승에선 18발 중 14발이 가운데에 꽂혔다. 남자 양궁 대표팀은 경기를 마치자마자 태극기를 가져와 관중석을 향해 펼치고 기뻐했다. 2016 리우와 2020 도쿄에 이어 단체전에서 3연패(連覇)에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이우석은 2020년 처음으로 올림픽에 나설 예정이었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해 대회가 1년 연기되면서 출전이 불발됐다. 그리고 이듬해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떨어지면서 쓴 맛을 봤다. 절치부심해서 돌아온 2024 파리 올림픽. 평소 성격이 차분하지만 사대 위에서 만큼은 불같아지는 덕에 ‘속사포’로 활을 쏜다. 기선을 제압해야 하는 첫번째 사수 자리가 제격이었다. 결승에서는 지난 대회의 한을 풀어내듯 6발을 전부 10점을 쐈다.

 

김제덕은 2021년 열렸던 도쿄 올림픽에서 이미 2관왕에 올랐다. 당시보다 한층 성숙해진 외형으로 돌아왔지만 목청만큼은 그대로였다. 트레이드 마크인 ‘이우석 파이팅!’ ‘김우진 파이팅!’을 연달아 외쳤다. 10점을 쏘고 난 뒤에는 상대팀을 바라보면서 포효하기도 했다. 남자 양궁이 올해 4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1차 월드컵에서 은메달에 그쳤다면서 우려가 나올 때마다 김제덕은 “걱정 없다”고 늘 당당히 말해왔다. 그리고 이날 첫째와 마지막을 연결해주는 두번째 사수로 나서서 왜 그렇게 말해왔는지를 알려줬다.

대한민국 양궁대표팀 김우진, 김제덕, 이우석이 30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전 결승 프랑스와의 경기에 입장하고 있다./뉴스1

맏형 김우진은 한국이 자랑하는 세계 최고의 명궁(名弓)이다. 지난 2번의 올림픽에는 전부 첫째 사수로 나섰는데,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마지막 사수로 나섰다. 맏형으로서 팀의 승패를 책임지는 위치에 서게 된 것이다. 리우 때는 가장 나이가 많긴 했지만 2~3살 터울이라 친구 같은 느낌이 강했다. 도쿄 때는 든든한 맏형 오진혁(43·현대제철)에 이어 둘째 노릇을 했다. 이번에는 활을 쏘고 돌아오는 동생들에게 조언을 해주는 등 팀을 이끄는 확실한 리더로 거듭났다.

대한민국 양궁대표팀 30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전 결승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뉴스1

우승을 일궈낸 셋은 이제 개인전에서 적으로 만난다. 셋은 아직 개인전 금메달이 없다. 김우진은 2016 리우 대회에선 32강, 2020 도쿄 대회에선 8강에서 탈락했다. 혼성에도 출전하는 이번 대회에선 3관왕을 차지하겠다는 각오다. 김제덕 역시 도쿄 때 32강에서 탈락하면서 놓쳤던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 마음으로 파리에 왔다. 올림픽에 처음 나선 이우석도 2관왕과 함께 본인 존재감을 확실하게 알리겠다는 생각이다.

한국 선수들의 남자 양궁 개인전은 이날 오후 9시 36분(한국 시각) 김우진과 마야데 이스라엘(차드)의 32강전으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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