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기다린다, 치매 정복에 다가간 한국 스타트업
[스타트업 취중잡담] 뇌질환 치료 신약 후보물질 개발하는 '큐어버스' 조성진 대표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창업에 뛰어들며 한국 경제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성장을 돕기 위해 스타트업 인터뷰 시리즈 ‘스타트업 취중잡담’을 게재합니다. 그들은 어떤 일에 취해 있을까요? 그들의 성장기와 고민을 통해 한국 경제의 미래를 탐색해 보시죠.
치매는 인간이 정복하지 못한 영역이다. 치매 치료가 어려운 이유는 아직 정확한 발병 원인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존 치료제는 증상을 완화하거나 질병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수준이다.
큐어버스는 치매 정복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회사다. 큐어버스는 조성진(49) 대표를 필두로 치매나 파킨슨병과 같은 난치성 뇌질환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 스타트업이다. 2021년 10월 창업했다. 조 대표를 만나 치매 치료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봤다.
◇뇌 질환 치료를 위한 글로벌 신약 개발
큐어버스는 난치성 저분자 화합물 기반의 뇌 질환 치료를 위한 글로벌 신약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후보 물질인 ‘CV-01′과 다발성 경화증과 같은 자가면역질환의 치료제 후보 물질 ‘CV-02′를 개발했다. 신약은 크게 항체를 포함하는 단백질 신약과 저분자 신약으로 나뉜다. 저분자 신약은 뇌 질환 치료제 개발에 여러 장점을 가진 유망 분야다. 후보 물질이란 신약 개발 시 목표 질환에 효과가 있을 만한 물질을 일컫는다.
CV-01은 증상 완화제 수준인 기존 약물과 달리, 뇌 염증 질환에 표적이 되는 단백질 (Keap1-Nrf2)을 효과적으로 변형시켜 뇌 질환에 효능을 보인다. CV-02는 기존 치료제와 같은 혈액 내 면역세포 이동을 조절하는 ‘S1P1′ 단백질이 표적이지만, 심장 등 다른 장기의 부작용을 낮췄다는 특징이 있다.
큐어버스는 6월 13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서 임상 후보물질 CV-01의 임상 1상 시험계획(Investigational New Drug, IND)을 승인받았다고 밝혔다. 임상 후보물질 CV-02는 비임상을 끝내고 2024년 하반기 임상 1상을 준비 중이다.
- 창업 전에는 무슨 일을 했나요?
“2004년에 연세대학교 생명공학과에서 박사를 취득했어요. 이후 서울대 기초과학연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등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했죠. 2010년엔 SK 바이오팜에 입사해 글로벌 제약사의 다양한 신약 개발을 연구했어요. 2012년 무렵, 신약 발굴을 적극적으로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케이메디허브(KMEDIhub,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의 초기 멤버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 신약을 적극 발굴한다는 게 무슨 뜻인가요?
“2010년 이전 우리나라는 신약을 새로 개발하기보다는 기존 약물을 변형해 만드는 약물 개발이 주를 이뤘어요. 2010년을 기점으로 나라에서 신약 개발을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한국 바이오산업이 커지기 시작하면서 케이메디허브가 본격 설립된 거예요. 그래서 초창기 멤버로 들어가 국가 주도의 신약 개발에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에 이직했어요. 처음에는 ‘여기가 내 평생직장이다’하고 들어갔죠.”
- 주로 어떤 일을 했나요?
“2014년부터 2021년까지 당뇨병과 같은 대사성 질환 관련 치료제 개발을 주로 했어요. 대사성 질환이란 신체의 비정상적인 대사 과정으로 발생하는 병을 뜻해요. 비만, 고지혈증 등이 대표적인 대사 질환입니다. 평균 생존 기간이 1년 미만으로 알려진 미분화 갑상샘암이나 급성 췌장염 관련 치료제도 연구했습니다.”
큐어버스는 CEO 조성진 박사를 필두로, 박기덕(49) 박사와 진정욱(46) 박사가 공동창업 했다. 박기덕 박사는 조 대표의 대학 동기다. 2022년부터 KIST 뇌질환극복연구단장을 맡은 뇌질환 치료제 개발 전문가다. 진정욱 박사는 2009년 서울대학교 박사를 취득하고 2022년까지 케이메디허브 신약센터에서 난치성질환팀장으로 일했던 신약 개발 의약·화학 전문가다.
- 평생직장이라 여긴 직장에서 나와 창업을 결심한 이유는요?
“케이메디허브에서 높은 효능의 안전성 있는 다양한 신약 후보 물질을 개발했어요. 6년 정도 일하다 보니 연구자가 아닌 창업자로서 직접 신약 개발 기업을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박 박사와는 졸업 후 서로 다른 회사에서 근무했지만, 꾸준히 교류했어요. 하는 일도 같고 워낙 친했거든요. 진 박사는 서울대 박사후연구원 때 만났습니다. 2014년부터는 케이메디허브에서 함께 근무했고요. 그들과 대화하면 자연스럽게 창업 이야기가 나왔어요.
2019년쯤 임상 후보물질 CV-01과 CV-02에 대한 자신감으로 창업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2020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주최 ‘바이오 스타’ 사업에 지원했고 선정됐습니다. 2021년 10월 큐어버스를 창업했고 2년 반이 넘었네요.”
- 뇌질환 치료제 개발에 확신을 가진 이유가 궁금합니다.
“큐어버스의 핵심 기술은 뇌질환 특화 임상 후보물질 CV-01과 CV-02인데요. 이 두 기술의 원 개발자가 박 박사예요. ‘좋은 물질을 가지고 사업을 하자’ 마음먹었는데, 딱 맞는 물질을 찾은 거죠. 신약이라는 게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던 물질을 만들어내는 거거든요. 예를 들어 타이레놀이나 이부프로펜도 세상에 없던 물질이었어요. 누군가 처음으로 만들어낸 거죠. 뚝딱 약이 되는 건 아니고, 몇천 개의 화합물을 만들어서 그중 선택하는 거예요.
저뿐만 아니라 박 박사와 진 박사 모두 신약 전문가다 보니, 박 박사가 개발한 물질이 괜찮은지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었고요. 그래서 확신을 가지고 창업을 선택할 수 있었어요. 또 이전 회사에서 기술 이전을 해봐서 창업에 자신감이 생겼어요. 기술이전이란 특정 목적 달성을 위해 관련된 과학·기술상의 체계적 지식·기능·기기를 이전하는 것을 뜻해요.”
◇증상 완화 아닌 ‘근원적 치료’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은 고령화에 따른 퇴행성 뇌질환이다. 기존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 승인 약물은 질병 진행 속도를 늦추는 수준으로 치료제보다 증상 완화제에 가깝다. 기존 치료제는 부작용 측면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다발성 경화증의 발병률도 증가하고 있다. 다발성 경화증이란 중추 신경계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으로 30~50대 사이의 젊은 층에서 발병률이 높다. 큐어버스가 공개한 미국, 프랑스 등 7개국의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 시장 크기를 보면 2018년 23조원대이고, 2028년에 39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젊은 나이에 발병하면, 오랜 시간 약을 먹어야 하므로 시장은 자연스레 커질 수밖에 없다. 다발성 경화증은 치료제가 있지만 부작용이 커 완전한 치료제는 없는 실정이다.
- 그렇다면 왜 ‘저분자’ 뇌질환 신약인가요?
“세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먼저 저분자 신약이 유망하기 때문입니다. 최근까지도 미국 FDA에서 승인한 신약 대부분이 저분자 신약입니다. 다양한 글로벌 기업이 저분자 신약을 개발한다는 건 경쟁사가 많다는 의미지만 다르게 보면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는 뜻이기도 해요.
비교적 스타트업이 접근하기 쉽습니다. 저분자 신약 개발비는 그외 다른 신약 개발비보다 훨씬 적게 들거든요. 예를 들어 큐어버스가의 임상 1차를 마치는 데까지 100억원쯤 든다고 하면, 타 단백질 신약은 5배 이상인 500억원의 돈이 필요합니다.
사람의 뇌에는 뇌혈관장벽(Blood-Brain Barrier)이 있습니다. 이는 뇌와 혈관을 격리하는 장벽인데요. 저분자 신약은 이 뇌혈관장벽을 잘 통과하기 때문에 뇌질환을 대상으로 한 약물에 강점이 있습니다.”
신약 개발 과정은 ‘신약 후보 물질 탐색·발굴 → 비임상 시험 → 임상 시험(1상·2상·3상) → 신약 허가 신청 및 승인 → 신약 시판’ 총 5단계로 나뉜다. 하나의 신약이 개발되는데 최소 10년에서 15년의 기간이 필요하다.
- 큐어버스의 신약 개발 현황이 궁금합니다.
“큐어버스의 임상 후보물질은 선도 파이프라인 CV-01, CV-02와 후속 파이프라인 CV-03, CV-04로 나뉘어요. 신약을 개발하려면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요. 이런 일련의 과정을 ‘파이프라인’이라고 부릅니다. 임상 후보물질인 CV-01은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 치료를 목표로, CV-02는 자가면역질환인 다발성 경화증 치료를 목표로 삼습니다.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서 임상 후보물질 CV-01의 임상 1상 시험계획(Investigational New Drug, IND) 승인을 받았습니다. 이는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 시험을 할 수 있도록 허가 당국으로부터 공식 심사와 승인을 받았다는 뜻입니다. 임상 후보물질 CV-02는 비임상을 끝내고 2024년 하반기 임상 1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 개발한 치료제의 핵심 기술, 경쟁력이 궁금합니다.
“첫 번째 파이프라인 CV-01은 뇌 염증 질환에 표적이 되는 단백질 (Keap1-Nrf2)을 효과적으로 변형시켜 뇌 질환에 효능을 보여요. 큐어버스의 CV-01은 고선택적이라 치료 효과가 높습니다.
‘고선택’이라 함은 한마디로 약의 부작용은 적으면서, 필요한 부위에 필요한 만큼 작용한다는 뜻입니다. 사람 몸에는 수만 개의 단백질이 있는데요. 약물이 사람 몸에 들어가서 아무 단백질이나 건드리면 부작용이 생기거든요. 부작용을 갖지 않으려면, 약물이 선택적이어야 해요. CV-01이 효과를 내는 농도에서 210여 종 표적에 대해 검사했고 표적을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안전한 약물이라는 검증이 되는 거죠.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을 앓는 쥐로 동물 실험(In Vivo)을 반복한 결과 CV-01 약물을 쓴 치매 쥐 모델이 정상 쥐와 유사한 학습·기억 능력을 보였습니다.”
- 안전성은요.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한 검증(ADMET, Absorption-Distribution-Metabolism-Excretion Toxicity)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는데요. 이는 약물이 잘 흡수되고 분포되는지, 대사와 배출이 잘 이뤄지는지, 독성은 없는 지 확인하는 거죠. 평가 결과 뇌 질환 치료제로 적용할 수 있는 수준의 우수한 약물성을 보였어요.”
- 다른 파이프라인에 대해서도 듣고 싶어요.
“CV-01과 CV-02의 가장 큰 차이부터 설명해드리고 싶은데요. CV-01은 계열 내 최초약물 퍼스트인클래스(First-in-Class)입니다. 이는 기존 치매 치료제 중 뇌 염증 질환에 표적이 되는 단백질 Keap1을 표적으로 한 약물이 없다는 뜻이에요.
두 번째 파이프라인 CV-02는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 후보물질이에요. CV-02는 베스트인클래스(Best-in-Class) 약물인데요. 다발성 경화증에 쓰이는 약물로 최초는 아니지만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뛰어난 약물이라는 의미입니다.
기존 치료제와 마찬가지로 혈액 내 면역세포 이동을 조절하는 ‘S1P1′ 단백질이 치료 표적입니다. 심장이나 간 등 다른 장기의 부작용을 낮췄다는 게 차별점입니다. 사람 심장 조직을 이용한 ‘심장계 부작용 극복 시험’ 결과 다국적 회사의 경쟁 약물 대비 부작용이 100분의 1 수준임을 확인했어요. 또 후속 파이프라인 CV-03, CV-04의 개발도 계획 중입니다.”
- 스타트업의 작은 규모 특성상 여러 파이프라인을 다루기 어렵지 않나요?
“맞습니다. 돈도 많이 들고 인력도 필요하지만, 큐어버스는 후속 파이프라인 개발을 공격적으로 다루고 있어요. 지속 가능한 신약 개발 회사가 되고 싶거든요. 신장 섬유화와 희귀암을 목표 질환으로 한 CV-03과 신경계질환과 만성염증을 목표 질환으로 한 CV-04의 개발을 꾸준히 진행할 예정입니다.”
◇바이오 기업으로는 첫 선정 쾌거
큐어버스는 올해 중소벤처기업부 ‘아기유니콘’과 기술보증기금 ‘IP-밸류(IP-Vaule) 강소기업’으로 선정됐다. 이는 기술과 성장성을 갖춘 기업에 주는 상이다. IP-밸류 강소기업의 경우 바이오 분야로는 1호 기업으로 선정됐다.
올해 4월에는 서울바이오허브에 입주했다. 서울바이오허브는 서울시가 조성하고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고려대가 운영하는 바이오·의료 창업 혁신 플랫폼이다.
- 투자 현황을 알려주세요.
“2022년 창업 1년 만에 81억원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어요. 신약 개발 과정에서 후보물질 발굴에 약 50억원이 들고, 비임상 시험을 거쳐 임상 1상까지 드는 금액이 약 50억원이거든요. 큐어버스의 경우, 후보물질 발굴까지는 박 박사의 연구실에서 완료된 상태였기에, 신약 후보물질 CV-01에 50억원, CV-02에 50억원 해서 총 100억원이 필요했어요.
시리즈 A로는 돈이 모자라서 국가 정책의 일환으로 시행하는 국책 과제를 적극 활용했습니다. ‘바이오 스타’ 창업 과제 등 신약 개발 관련 핵심 국책 과제 13건에 선정돼 정부로부터 67억원을 수주했어요. 시리즈 A와 국책 과제 금액을 활용해서 선도 파이프라인 CV-01, CV-02에 대한 비임상 시험을 마쳤고요. CV-01 임상 1상까지 마칠 수 있었어요.”
- 향후 투자 계획도 궁금합니다.
“200억을 목표로 시리즈 B를 진행 중이에요. 시리즈 B 투자금 활용 계획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요. 먼저 CV-01의 임상 2상 승인, CV-02의 임상 1상이 목표입니다. 또 글로벌 상업화 파트너도 확보하고 싶어요.”
- 서울바이오허브의 지원이 많은 도움이 됐을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올해 4월 서울바이오허브에 입주했는데요. 6월에 열린 ‘2024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BIO International Convention 2024, BIO USA 2024)’에 다녀왔어요. 다양한 제약·바이오 기업이 기술 이전, R&D, 투자 등을 목적으로 만나는 자리예요.
전 세계 70여개국, 1만9000여명이 참여했어요. 서울바이오허브가 유망 바이오 기업 10개 사를 선정해 지원했는데요. 큐어버스가 5: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선정돼 다녀올 수 있었어요. 글로벌 제약회사와의 미팅 등 투자자나 창업자와 함께 교류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 새로운 협력 파트너를 찾는 좋은 기회였어요.”
◇신약 기술 수출을 꿈꾸며
- 앞으로의 계획은요.
“신약 개발 스타트업은 신약 출시를 목표로 하지는 않아요. 임상 2상 이후로는 돈이 많이 들어가서 스타트업이 감당하기는 어렵거든요. 보통 임상 1상이나 임상 2상 정도까지 마치고, 기술 이전을 하는 게 신약 스타트업의 목표입니다. 임상 1상·2상 이후에는 ‘얼마나 좋은 파트너를 찾느냐’가 관건이에요. 훌륭한 글로벌 파트너를 찾아 신약 기술을 수출하고 그 수익으로 다음 파이프라인을 발굴하는 게 큐어버스의 방향성입니다.”
- 바이오 창업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조언한다면요?
“기술이 가장 중요하지만, 경영 능력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두 가지가 균형을 이뤄야 해요. 자신이 가진 기술에 대한 신뢰도 중요하지만, 기술만 가지고 성공하는 건 아니거든요. 회사 경영이나 관리는 공부하던 분야가 아니잖아요. 창업 공부는 필수적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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