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민주당의 검찰청 해체 시도..."中 문혁 때 공·검·법 파괴 연상"

太兄 2024. 7. 14. 16:42

민주당의 검찰청 해체 시도..."中 문혁 때 공·검·법 파괴 연상"

[주간조선]

이동훈 기자
입력 2024.07.14. 05:20
지난 7월 2일 국회 의안과에 검사탄핵소추안을 제출한 더불어민주당 김용민(왼쪽부터), 민형배, 장경태, 전용기 의원. photo 뉴시스

지난 7월 2일 더불어민주당이 현직 검사 4명(강백신·김영철·박상용·엄희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면서 민주당과 검찰이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공교롭게도 피소추된 현직 검사 4명 중 2명(강백신·엄희준)은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의 성남 대장동·백현동 사건, 1명(박상용)은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수사를 담당한 검사다. 이에 검찰 내부는 “민주당이 이재명 전 대표를 구하기 위해 입법권을 무기로 폭주한다”며 격앙된 모습이다. 현직 검사탄핵과 별개로 민주당 검찰개혁 태스크포스(TF·단장 김용민 의원)는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를 전제로 검찰청을 완전 해체하고 기소를 전담하는 공소청과 수사를 전담하는 중대범죄수사처(중수처)를 신설하는 법안 마련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민주당의 이 같은 입법폭주가 마치 중국의 문화대혁명 때 “공안(경찰)·검찰·법원을 때려 부숴라(破爛公檢法)”라는 구호를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공검법을 때려 부숴라”는 구호 아래 문혁 와중인 1968년 한국의 대검찰청에 해당하는 최고인민검찰원은 전격 해체됐다. 그 와중에 검사들은 홍위병(紅衛兵)들에게 조리돌림 당하고, 노동개조 현장으로 하방(下放)됐다. 당시 “공검법을 때려 부숴라”라는 구호 아래 줄잡아 3만4000여명에 달하는 검사와 판사 등 사법계통 인사들이 홍위병들에게 박해를 당했고, 이 와중에 1200여명이 사망했다.

문화대혁명 때인 1969년 중국 후베이성의 한 노동개조 농장으로 하방된 검사들. photo 중국 최고인민검찰원

검찰개혁, 문혁 ‘공검법 파괴’ 연상

혼란의 반작용으로 최고인민검찰원은 마오쩌둥의 사망과 함께 문혁이 공식 종료된 1978년 10년 만에 되살아났다. 이후 ‘공검법 파괴’를 주도하며 대혼란을 부추긴 ‘4인방(장칭·장춘차오·왕훙원·야오원위안)’은 특별법정에서 최고 사형유예의 유죄판결을 받았다. 4인방과 함께 ‘공검법 파괴’를 주도했으나 문혁 종료 전에 사망했던 셰푸즈 전 공안부장 역시 베이징의 팔보산 혁명공묘에서 파묘(破墓)된 후 이장됐다.

하지만 민주당은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검찰청 해체로 상징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시즌 2’를 강행할 태세다. 민주당 검찰개혁 TF를 이끌고 있는 김용민 의원은 지난 7월 10일 국회에서 열린 ‘수사·기소 완전 분리를 위한 검찰개혁 TF 공청회’에서 검찰을“비(非)선출된 정치집단”으로 규정하고 “7월 중 법안을 만들어 당론으로 발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2022년 4월 ‘검수완박 시즌 1’ 때 위장탈당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민형배 의원을 비롯해, 문재인 정부 때 서울중앙지검장과 서울고검장을 지낸 민주당 이성윤 의원 등도 패널로 참석했다. 민형배 의원은 지난 7월 2일 현직 검사 4명에 대한 검사탄핵소추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할 때도 김용민 의원을 비롯해 장경태·전용기 의원 등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다만 이 자리에는 민주당 검찰개혁TF 소속이지만 ‘박상용 검사탄핵안’에 기권표를 던진 곽상언 의원(노무현 전 대통령 사위)은 불참했다. 아울러 법무부, 검찰, 대한변협 관계자도 불참했다.

국회에서 압도적 다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이 검찰청 해체를 공언하면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 한 법안 통과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검찰개혁TF 측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무력화하기 위해 관련 법안을 쪼개서 발의한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법안을 쪼개서 발의하면 그만큼 거부권 횟수가 늘어난다. 정당한 거부권 행사라고 해도 대통령실과 정부·여당의 정치적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원내 제3당인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 역시 지난 6월 26일 국회에서 경찰 출신 황운하 원내대표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의 수사권은 신설될 ‘중수청’으로 넘기고, 기소권은 ‘공소청’으로 나누는 것을 골자로 하는 ‘검찰개혁 4법’을 7월 초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민주당안과 조국혁신당안은 신설되는 수사전담 조직의 이름이 각각 중대범죄수사처(민주당안)와 중대범죄수사청(조국당안)으로 다르고, 이를 각각 총리실(민주당안)과 법무부(조국당안) 산하에 두자고 주장하는 점에서 조금 차이가 있다.

지난 6월 26일 국회에서 검찰개혁안을 발표하는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황운하 원내대표(왼쪽). photo 뉴시스

개헌 없이 검찰청 해체 가능?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주장처럼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를 위해 검찰청을 전격 해체하고 이를 대체할 공소청과 중수처(혹은 중수청)를 신설할 경우, 지금까지 큰 무리 없이 작동해온 형사사법 질서의 일시적 공백 내지 와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이 준비 중인 공소청법안은 헌법(제12조)에서 보장한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제외한 수사지휘권과 직접 수사권을 완전 박탈하고, 범죄정보 수집기능까지 폐지하는 안이다.

검찰의 범죄정보 수집기능이 정치인 사찰 등 다른 목적으로 쓰일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지만, 자칫 조직폭력과 마약, 보이스피싱 등 날로 진화하는 범죄집단에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 권력이 비대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만큼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범죄로부터 안전한 것도 사실”이라며 “형사사법질서를 자칫 잘못 건드리면 일부 동남아 국가처럼 범죄도시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검찰청 해체가 법리적으로 가능한지에도 의문을 표시한다. 우리 헌법 제89조는 ‘검찰총장’의 직제를 규정하고 있다. ‘검찰총장’의 직위는 1948년 제헌헌법에서부터 단 한 차례도 바뀌지 않고 내려왔다. 이에 ‘검찰총장’의 직위를 규정한 현행 헌법이 유지되는 한 검찰을 해체하고 ‘검찰총장’을 선출하지 않는 것은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과거에도 비대한 검찰 권력을 줄이기 위해 ‘검찰총장’이란 명칭을 ‘검찰청장’으로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번번이 좌절된 것도 현행 헌법에 위배돼서다. 이에 ‘공소청법’ 발의를 준비 중인 민주당 검찰개혁TF 소속 이성윤 의원은 “공소청장을 검찰총장에 보임한다”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개헌이 수반되지 않는 한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의문이 뒤따르는 것이다. 이에 “수사권만 가져가면 됐지 왜 굳이 ‘검찰’이란 이름까지 바꾸려 하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로부터 수사 관련 기능을 넘겨받게 될 ‘중수처(혹은 중수청)’ 역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실패 사례에 비추어 봤을 때 기존에 검찰이 수행했던 것만큼의 거악(巨惡) 척결에 나설 수 있을지에 대해서 의문이 제기된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출범한 공수처는 출범한 지 3년이 넘도록 실적이 전무해 ‘폐지론’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공수처가 직접 기소한 사건 중 ‘유죄’를 이끌어낸 사건은 ‘고발사주’ 사건이 유일하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공수처 검사는 검찰청 검사와 달리 신분보장이 되지 않아 3년마다 재계약을 해야 해 인기가 시들하다”고 지적했다. 공수처가 3급 이상 고위공직자에게 안전한 범죄도피처만 제공한 격이란 비난도 나오는 형편이다.

출범 초 홍콩의 ‘염정공서(ICAC)’를 모델로 이른바 ‘범털’을 잡겠다고 호언장담한 공수처마저 제 역할을 못하는 마당에 검찰로부터 이른바 ‘중대범죄’에 대한 직접 수사권을 넘겨받을 중수처가 과연 제 역할을 해낼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다. 민주당 검찰개혁TF는 중수처의 수사범위를 기존의 이른바 ‘6대 범죄(부패·경제·선거·방위사업·공직자·대형참사)’에서 ‘조직·테러·마약’ 등 3개를 추가해 총 ‘9대 범죄’까지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범죄행위를 세부적으로 확장 해석하지 못하도록 못박았다. 이에 갈수록 ‘하이브리드화’하는 범죄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중수처·공수처·국수본 역할 논란

아울러 검찰청 해체는 정부조직개편에 해당하는 사안이고, 특히 검찰의 수사기능을 이관받을 중수처(혹은 중수청)는 전국 단위에 걸친 지방조직 신설이 불가피하다. 이에 인력과 청사 확보 등을 위한 막대한 예산이 필수적이다. 한데 윤석열 정부 임기 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고 해도 인력 배정과 조직 신설을 위한 예산편성에 현 정부가 흔쾌히 협조하겠느냐는 의문도 나온다. 예산심의·확정권은 국회에 있다고 하지만, 예산편성권은 정부에 있다고 헌법(제54조)은 규정하고 있다.

결국 기존 검찰청 간판을 억지로 내린다 해도 같은 건물에서 공소청과 중수처(혹은 중수청) 두 개의 간판으로 출범할 가능성이 크다. 이같이 한 지붕 아래 두 집 살림을 하는 상황에서 법안 취지대로 제대로 된 수사와 기소의 분리가 가능한가 하는 의문도 뒤따른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같은 건물에서 맨날 같이 밥 먹고 차 마시면 제대로 된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가 되겠느냐”며 “독립기관인 공수처 역시 경기도 과천 법무부 청사에 세들어 살면서 수사독립성 및 보안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수처(혹은 중수청) 신설 시 이미 출범한 공수처, 경찰청 산하 국가수사본부(국수본)와의 역할중복도 재차 논란이 될 수 있다. 지난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되면서 경찰에 몰리는 과도한 권한집중으로 인한 폐해를 막고, 경찰의 수사역량을 강화한다며 한국형 FBI(미 연방수사국)를 표방하는 ‘국가수사본부’를 별도 발족시켰다. 하지만 국수본은 당초 출범 취지와 달리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별관을 쓰면서 사실상 한 지붕 두 집 살림을 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에 국수본 출범 후에도 간판만 바뀌었지 그전과 달라진 것이 무엇이냐는 의문 역시 지속적으로 뒤따른다.

이에 중수처법 발의를 준비 중인 민형배 의원 측은 “중수처 소속 공무원은 공수처 및 국수본 등 다른 수사기관 소속 공무원 및 검찰과 업무상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도록 한다”는 안을 제시했지만, 그러려면 기존의 수사권을 조각내 수사역량을 떨어뜨릴 이유가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공청회에서도 “당위적·선언적 조항만으로 실무상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오병두 홍익대 교수·전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중수처법 법안 발의에 앞서 기존의 공수처, 국수본과의 역할설정 문제도 심도 있게 논의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공수처의 실패로 인해 중수처 역시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며 “검수완박 시즌 1과 달리 검수완박 시즌 2가 별로 여론의 주목을 못 끄는 것도 이런 까닭”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