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불법 대북송금·이화영 뇌물' 김성태 실형, 법정구속은 면해

太兄 2024. 7. 12. 16:31

'불법 대북송금·이화영 뇌물' 김성태 실형, 법정구속은 면해

입력 2024.07.12. 14:40업데이트 2024.07.12. 16:24
대북송금 관련 혐의로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12일 오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 공판을 마치고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뉴스1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도지사이던 2019년 도지사 방북비용 등 800만 달러를 불법으로 북한 측에 전달하고,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수억원 대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에게 징역 3년6개월이 선고됐다.

수원지법 형사11부(재판장 신진우)는 이날 오후 김 전 회장의 뇌물공여 및 정치자금법 위반, 외국환거래법 위반,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등의 사건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을 열고 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해서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뇌물공여죄 등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2년6월을 선고했다. 다만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검찰은 앞서 김 전 회장에 대해 징역 3년6개월을 구형했다.

김 전 회장은 2018년 7월부터 2022년 7월까지 4년 동안 이 전 부지사에게 쌍방울 그룹의 법인카드와 법인차량을 제공하고, 이 전 부지사의 측근에게 허위 급여를 지급하는 방법으로 3억3400여만원의 정치자금 및 뇌물(2억5900여만원)을 공여한 혐의를 받았다.

그는 또 이 전 부지사의 부탁을 받고 2019년 경기도가 내야 할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 달러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방북비용 300만 달러를 대신 북한에 전달한 혐의(외국환거래법·남북교류협력법 위반)도 받는다. 그는 지난해 1월 구속기소 됐으며, 올해 1월 보석 석방됐다.

이날 재판부는 ‘800만 달러’가 북한 측에 전달됐다는 사실은 모두 인정하고, 이 전 부지사에게 뇌물과 정치자금을 준 혐의 등에 대해서도 대부분 유죄로 봤다.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 달러의 경우,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지 않고 북한 조선아태위에 500만 달러를 전달한 것은 ‘미승인 협력사업’을 시행한 것으로, 남북교류협력법을 위반했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그러나, 법리상 ‘금융제재대상자’인 조선노동당에 전달된 사실이 입증되지 않아 외국환거래법 위반은 일부 무죄라고 봤다. 재판부는 500만 달러 중 법리적으로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한 금액은 164만 달러 만으로 판단했다. 나머지는 이른바 ‘환치기’ 수법 등으로 국외로 빼돌린 돈이어서, 검찰이 기소한 외국환거래법 위반은 아니라는 해석이다.

도지사 방북비용 300만 달러 전달은,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협력 사업의 ‘시행’이 아니라 ‘준비’에 불과해 남북교류협력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고 재판부는 봤다. 그러나 송명철 조선아태위 부실장을 통해 200만 달러를 북한에 지급한 것은 김 전 회장 등 관계자 등의 진술 등에 의해 사실로 판단돼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또 리호남을 통해 조선노동당에 100만 달러를 지급한 부분은 이 돈이 실제로 조선노동당에 전달된 사실이 입증되지 않아 무죄라고 판단했다. 방북비용 300만 달러 중 재판부가 실제로 법을 위반했다고 본 금액은 230만 달러 만이다.

재판부는 김 전 회장이 이 전 부지사에게 건넨 정치자금은 검찰의 공소사실인 3억3400여만원 중 2억1800여 만원을 유죄로 인정했다. 이씨가 2018년 지방선거 전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 후보 캠프에서 비서실장을 맡은 기간, 부지사 사임 후 민주당에서 활동한 기간 수수한 금액만 인정한 것이다. 이중 김 전 회장이 이 전 부지사에게 건넨 뇌물 2억5900여만원 중에서는 1억700여만원만 유죄로 인정했다. 부지사를 그만둔 시기 받은 돈은 뇌물이 안 된다고 본 것이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오른쪽)과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스1

재판부는 또 김 전 회장이 뇌물공여로 쌍방울그룹에 2억2000여만원의 손해를 입히고(배임), 회사 자금 1억100여만원을 횡령한 것으로도 판단했다. 또 김 전 회장이 이 전 부지사와 공모해 쌍방울 직원들로 하여금 PC하드디스크 등을 파쇄하도록 하는 등 이 전 부지사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 등 증거를 인멸한 점도 유죄로 봤다.

재판부는 쌍방울 그룹의 대북 송금 혐의에 대해 “남북평화 조성에 기여하려는 목적과 쌍방울 그룹의 사업을 확장하려는 목적이 있더라도 통일부 장관 승인없이 시행하고 남북한 교류협력 질서를 심각하게 침해해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외에 도피한 사정 등을 비춰볼 때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나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이화영 요청에 의해서 범행에 이르게 된 거로 보인다”며 “피고인에게 실형을 선고하나,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재판 성실하게 임한 태도를 고려해 법정구속은 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김 전 회장은 선고 후 심경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이야기)하겠다”고 짧막하게 대답한 후 법원을 떠났다.

한편, 김 전 회장은 이외에도 쌍방울 임직원 명의로 세운 5개 페이퍼 컴퍼니 자금 538억원을 횡령하고, 그룹 계열사에 약 11억원을 부당하게 지원하도록 한 혐의(배임)로도 기소됐다. 재판부는 지난 6월 7일 1심 선고를 내린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연관된 대북송금 및 뇌물 혐의들에 대해서만 사건을 분리해 이날 선고했다. 나머지 혐의에 대한 심리는 계속 진행된다.

수원지법 형사11부는 불법 대북송금 및 쌍방울 뇌물수수 및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부지사에게 징역 9년 6월, 벌금 2억5000만원의 중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쌍방울이 경기도가 북한에 냈어야 할 스마트팜 사업비와 경기도지사 방북비용을 대납한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