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하나로 경제 분위기 바뀌어, 지원 속도 더 내야
부진하던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면서 삼성전자가 2분기(4~6월)에 10조4000억원 영업이익을 냈다. 7분기 만에 10조원을 돌파한 호실적이어서 주가도 연중 최고치로 올랐다. 반도체 수출이 전년 대비 50% 이상 급증한 데다, 주력 제품인 D램과 낸드 가격이 대폭 오른 덕분이다. 코스피 시가총액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 덕에 코스피 지수도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같은 날 발표된 5월 경상수지도 89억달러 흑자로, 32개월 만의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역시 반도체 수출 호조 덕분으로, 1~5월 경상수지 누적 흑자액이 254억달러로 늘었다. 삼성전자 호실적, 코스피 연중 최고, 경상수지 흑자 확대 등 일련의 좋은 소식들은 모두 반도체 수출 호조 덕분이다. 반도체로 인해 경제 전체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발(發) 호황이 지속되면 좋겠지만 미래는 불투명하다. 반도체 산업은 기술 경쟁이 치열하고 경기 흐름을 많이 타는 업종이라 기술 경쟁력 우위를 상실하거나 투자 시점을 놓치면 곧바로 위기에 빠질 수 있다. 눈앞의 실적 호조에 취해 있을 때가 아니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주요국들이 국가적 사활을 걸고 반도체 산업 육성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지만 한국 반도체가 처한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여전한 데다 송배전망 구축 지연에 따른 전력 수급 문제가 심각하다. 여기저기 지방자치단체들은 반도체 공장으로 들어가는 용수를 막겠다고 한다.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가 낳은 기술 인력난 등 각종 걸림돌이 한두 개가 아니다. 모두 우리 반도체 산업의 목을 조이고 있다. 정치권의 ‘대기업 특혜’ 시비로 국가적 지원 시스템도 경쟁국에 비해 불리하다. 이런 상태가 이어지면 한국 반도체 산업 전체의 경쟁력 상실을 낳을 수 있다.
다행히 국회를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이 반도체 투자 세액 공제율을 15%에서 25%로 높이고 세액 공제 기간도 10년으로 연장하는 새 ‘반도체 특별법’을 발의했다. 더 나아가 반도체 기업들이 최우선 과제로 꼽는 전력 공급 대책을 빨리 수립해야 한다. 세계 최대 규모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기 구축을 위해 전력뿐만 아니라 산업용수, 도로망 등 기반 시설 확충, 고급 인재 육성 등에서도 더 속도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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