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일반상식

美정부, AI 빅3에 '반독점' 칼 뽑았다

太兄 2024. 6. 8. 15:55

美정부, AI 빅3에 '반독점' 칼 뽑았다

엔비디아·MS·오픈AI 조사
거대 권력 억제… EU도 제동

입력 2024.06.08. 00:55업데이트 2024.06.08. 06:14
일러스트=김성규·Bing image creator

미국 정부가 인공지능(AI)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픈AI를 대상으로 반독점 조사에 나섰다. 이들이 압도적 자금력과 점유율을 앞세워 기술적 대변환이 이뤄지고 있는 테크 산업에서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하고 있는 건 아닌지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7일 미국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와 우리나라 공정위 격인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엔비디아·MS·오픈AI 3사에 대한 반독점 조사에 들어갔다. 이 3사는 AI 각 분야를 주도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AI 학습 핵심 반도체인 AI 가속기 시장의 약 98%를 장악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AI 가속기는 대당 가격이 5000만원을 웃돌고, 그마저도 구하기 어렵다. 오픈AI는 가장 널리 쓰이는 생성형 AI ‘GPT’를 개발한 회사로, 현재 가장 앞선 AI 모델을 갖고 있다. 오픈AI의 최대 투자자가 지분 49%를 소유한 MS다. MS는 오픈AI의 기술을 자사 워드·엑셀 같은 오피스 프로그램에 적용했고, 막강한 자본으로 기술력 있는 AI 스타트업을 잇따라 인수하고 있다.

미 법무부 소속 조너선 캔터 차관보는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AI 기술 권력이 집중된 회사들을 긴급 조사해야 할 시점”이라며 “AI 산업의 급소(choke point)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했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연합(EU)도 거대 AI 기업들에 대한 반독점 조사를 검토 중이다.

미 정부가 AI 3대 빅테크를 상대로 반독점 조사의 칼을 빼 든 것은 이들이 구축한 AI 산업 생태계가 너무 견고해 다른 기업들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AI 반도체 가격 급등으로 이를 구매해야 하는 다른 기업들은 비명을 지르고 있다. 또 이 기업들이 AI 관련 인력까지 싹쓸이해 기술적 독점력은 더 강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래픽=김성규

◇AI 산업 독점하는 3사

엔비디아는 AI 모델 학습에 필수 반도체인 AI 가속기 시장의 약 98%를 점유할 뿐 아니라, 그 핵심 부품인 그래픽 처리 장치(GPU)의 약 80%를 장악하고 있다. 중소 스타트업뿐 아니라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다른 빅테크도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선 엔비디아의 AI 가속기를 구매하느라 줄을 서야 하는 상황이다.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독점은 ‘쿠다’라고 하는 AI 개발용 소프트웨어가 뒷받침하고 있다. AI 개발자 대부분이 사용하는 쿠다는 엔비디아의 GPU에서만 작동한다. 엔비디아 의존이 갈수록 심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결과 개당 5000만원에 이르는 AI 가속기 ‘H100′은 없어서 못 파는 제품이 됐다. 엔비디아의 지난 1분기 매출은 260억달러(약 35조7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262% 올랐다. 영업이익률은 65%에 달한다.

MS는 AI 스타트업의 인력과 기술력을 빨아들이고 있다. 이번에 미 정부가 직접 겨냥하고 있는 것은 지난 3월 MS가 ‘인플렉션 AI’라는 스타트업의 공동 창업자와 직원 70여 명을 영입한 것이다. MS는 이 회사에 기술 재판매 비용 명목으로 6억5000만달러(약 8900억원)를 지급하기로 했다. 기업을 직접 인수하는 것이 반독점에 걸릴 것을 우려한 MS가 ‘파트너십’이라는 이름으로 ‘직원 빼내기’를 한 것 아니냐는 게 미 정부의 의심이다.

오픈AI는 GPT4o(포오) 등 가장 앞선 AI 모델을 내놓고 있다. 이뿐 아니라 향후 AI 반도체 개발에 약 7조달러(약 9000조원)라는 천문학적 투자를 단행해 시장을 지배하겠다는 계획이다. EU 규제 당국은 MS가 오픈AI에 130억달러를 투자해 최대 주주가 된 것도 반독점에 해당하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거대 AI 기업이 국가 위협할 수도

주요국이 초거대 AI 기업을 본격적으로 견제하고 나선 데에는 이들이 기술 독점을 통해 안보와 보안 등에서 정부를 위협할 정도로 커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법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가 반독점 조사에 나선 것은 거대 기술 기업들의 권력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작년 10월 국가 안보와 안전 등을 위협할 수 있는 AI 개발자는 안전 시험 결과를 정부에 제출하게 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 캘리포니아 주의회도 최근 AI로 인한 각종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첨단 AI 시스템을 위한 안전과 보안 혁신법’을 하원에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AI 관련 단체가 생물학 또는 핵무기를 만들거나 사이버 보안 공격을 지원하는 등 ‘위험한 능력’을 가진 모델을 개발하지 않겠다고 주정부에 서약하도록 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MS)∙오픈AI 등 인공지능(AI) 업계에 대해 대대적인 반(反)독점 조사에 나선 것은 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