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주택·방산법도 발목… 국회, 국민 괴롭히고 국익 훼손

太兄 2024. 1. 26. 16:07

주택·방산법도 발목… 국회, 국민 괴롭히고 국익 훼손

국회 문턱 못 넘는 주요 법안들

입력 2024.01.26. 03:32
 
민생은 어디에… - 국민의힘 유의동(왼쪽) 정책위의장과 윤재옥 원내대표가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더불어민주당 홍익표(오른쪽) 원내대표가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통화 도중 문자 메시지를 확인하는 모습. /뉴스1·연합뉴스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유예하는 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조차 못 되는 가운데,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의 실거주 의무 폐지를 담은 주택법과 국내 방산 수출을 뒷받침하는 수출입은행법, 사용후 핵연료 저장 시설 설치를 위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 등 민생과 국가 기간산업, 국내 에너지 안보에 필수적인 법들도 줄줄이 국회 문턱에 가로막혀 있다. 지금 상황이라면 당장 한 달 후부터 아파트 입주를 둘러싸고 주택 실수요자들이 큰 혼란을 겪게 되고, 어렵게 기회를 잡은 국가 전략 산업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눈앞에 닥친 ‘실거주 의무’ 혼돈

‘실거주 의무 폐지’ 무산의 악몽은 눈앞에 다가왔다. 요즘 서울 강동구 ‘e편한세상’ 입주 예정자 중에는 잔금을 마련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이들이 많다. 내달 27일 입주가 시작되면 무조건 5년간 실거주를 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작년 초 실거주 의무 폐지를 밝히고, 야당도 처음에 특별히 반대하지 않았을 때, 이들은 ‘실거주 의무 폐지’를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였다. 전월세를 놓고, 그때 받는 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르려 했으나, 주택법 개정이 무산되면 잔금을 급하게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는 것이다.

직접 들어가지 못하면 입주자들은 아파트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분양가로 되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 입주 예정자는 “정부 말만 믿고 있었는데, 내 집 마련의 꿈이 악몽이 될 판”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잔금이나 기존 전세 계약 등의 문제로 입주하지 못하는 예정자들 사이에선 분양권 전매 뒤 세들어 살거나 주소지만 옮기는 ‘위장전입’ 같은 불법적 방법까지 공유되고 있다. 불법이 적발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벌금 1000만원 이하의 형사 처벌을 받게 된다.

이 같은 혼란이 눈앞에 닥쳐 있지만, 국회는 주택법 개정을 위한 국토교통위 법안 심사 소위 일정조차 못 잡고 있다. ‘실거주 의무’가 적용되는 아파트들의 입주는 앞으로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3월에는 경기 하남에 980가구, 서울 강동에선 6월과 12월에 1만3300여 가구가 입주한다. 이렇게 실거주 의무가 적용되는 아파트는 총 72개 단지, 4만7575가구 규모다.

그래픽=김성규

◇수은법 차질로 K방산 타격

100조원 수주 잔고를 달성하며 수출 효자 산업으로 떠오른 ‘K방산’도 비상이 걸렸다. 수출입은행의 금융 지원이 한도 문제로 지지부진하면서 약 30조원에 달하는 폴란드 2차 무기 수출은 무산 또는 축소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수은법 개정이 발의 후 반년 넘게 미뤄지는 사이, 동유럽 방산 시장을 한국 기업에 내준 독일, 영국 등 서유럽 방산 강국들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계기로 시장 탈환을 노리고 있다. 독일 방산기업 라인메탈은 올해 안에 우크라이나 현지에서 장갑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세계 최대 방산업체 중 하나인 영국 BAE시스템스는 작년 우크라이나에 현지 법인을 세우고 105mm 경량포 등 무기 현지 생산을 준비 중이다. 어렵게 뚫은 ‘동유럽 방산 교두보’에서 밀리면, K방산 경쟁력 약화도 불가피하다.

국회에는 수은의 자본금 한도를 현행 15조원에서 최대 35조원으로 늘리는 법안이 발의돼 있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수은법이 통과되지 않아 계약 차질이 발생하면, 당장 폴란드 계약뿐 아니라 ‘신속 납기’ 등 한국 방산의 강점에 대한 국제 사회의 신뢰도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고준위 특별법 밀리면 에너지 안보 위협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은 여야가 비슷한 법안을 발의해놓고도 1년 넘게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폐기될 상황에 처했다. 이 법은 원자력발전소를 가동할 때 나오는 사용후 핵연료(고준위 방사성 폐기물)를 저장할 영구처분장과 중간저장시설 건설, 주민 지원 방안 등을 담고 있다.

부지 내 건식저장시설 건설에 보통 약 7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더 이상 지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당장 2030년부터 전남 영광 한빛원전을 시작으로 사용후 핵연료를 임시 저장하는 수조의 용량이 포화돼 원전을 멈춰야 하는 사태가 닥칠 수 있다. 경북 울진 한울원전은 2031년, 부산 기장 고리 원전은 2032년이면 수조가 꽉 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