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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지리학의 인문적 이해

太兄 2023. 7. 11. 15:23

2021-10-26 17:33:44


풍수지리학의 인문적 이해

곽 진(상지대학교 명예교수)

풍수지리설(風水地理說), 무엇이 문제인가?

기(氣)는 바람을 타면 흩어지고 물을 만나면 그친다. 그래서 풍수라 한다<氣乘風則散 界水則止 故謂之風水>. 인간이 우주에 가득한 기(氣)를 받으려는 것이 그 사상의 골격이다. 기가 많은 곳에 <陽宅;집>을 짓거나 조상을 모시면<陰宅:산소> 땅의 기운을 받아 복을 누린다는 기복적 요소가 배어있다. 

 

그런데 그 인과(因果) 관계를 설명하고 그런 결과의 산출 근거를 밝히지 못하는 게 한계이다. 풍수가가 이렇게 될 것이라고 말한 뒤, 예측과 맞으면 믿음이 되고, 아니면 엉터리 술법으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역사의 현장을 지켜온 그 까닭이 무엇일까? 풍수지리설의 이론들을 정리해보자. 

풍수지리설에 담겨진 논리들

  풍수사상의 중심은 기론(氣論)이다. 기는 천지 만물의 존재와 움직임의 근원적 법칙이고 그것을 존재시키는 에너지의 원천이다. 자연 변화의 신호인, 천둥, 바람, 눈, 비 등은 이 기의 변화 때문이라 여겼고, 천지에 가득한 기를 흡수하자는 게 이 논리의 뼈대이다. 

 

그렇다면 천지에 가득한 기나 사람의 몸속의 기가 같다면 왜 서로 소통, 교류하지 않는가? 그것은 우리 스스로가, ‘나는 천지 만물과 다르다’고 믿는 자의식(自意識)이 그 소통을 막기 때문이라 한다. 이른바 신선술(神仙術)이나 좌선(坐禪)은 그 자의식을 없애는 수련이라 한다. 양택(陽宅)의 경우 기가 모인 곳에 집을 지어야 땅기운을 받는다. 

 

인간은 잠잘 때 자의식이 가장 약해지는데, 지기가 가장 잘 흡수된다고 말한다. 가장 말이 많은 곳이 묘자리 잡기이다. 죽은 사람이 받은 기가 산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가? 라는 의문 때문이다. ‘같은 기는 반응한다’는 동기감응론(同氣感應論)이 그 답이다.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이 문제를 염려한 장치가 풍수설의 윤리성을 강조하는 소주길흉론(所主吉凶論)이라 보인다. 자칫 풍수설에서 일어날 맹목적인 기복(祈福) 행위를 차단이 목적이다. 모든 풍수설에서 ‘적선지가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의 글귀가 보이는데, 명혈(名穴)과 길지(吉地)는 선행으로 덕을 쌓아야 내 것이 된다는 경책이다.

  기가 고여 있는 산을 찾는 이론이 형국론(形局論)이다. 그런데 저 산이 왜 길지인가를 설명하기가 쉽지 않고, 그리고 배운 대로 산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럼 산을 어떻게 구별해낼까? 사람, 짐승, 나무 등에 견주어 그 모양을 유추하면 그 지세의 가부를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산은 땅의 기운이 통로이다. 산을 용(龍)에 비유하는 이유이다. 땅의 기운이 이어지는지, 병들거나 죽은 용의 모습인지, 생기를 머금은 산인지를 가려내는 것이 간룡법(看龍法)이다.

  기가 집중된 곳-혈처를 찾으려 할 때 그 범위가 의외로 넓게 보인다. 이때 명당주변의 지세를 살펴 판별하는 이론이 장풍법(藏風法)과 득수법(得水法)이다. 용이 물을 만나면 가던 길을 멈춘다. 용이 멈춘 곳에 혈이 있고 기는 그 특정지점에 모인다. 

 

우리나라는 웬만한 산에는 거의 물이 있어 장풍은 득수와 동일한 기준에서 평가된다. 물은 반드시 길(吉)한 방향에서 흘러와 흉(凶)한 방향으로 흘러야 하고, 악취가 나거나 탁해서도 안 되며 혈처를 감아 부드럽게 흘러야 한다. 곧게 치달리는 물은 흉한 땅으로 보아 버렸다.

  장풍과 득수가 갖추어졌다면 명당은 결정된 셈이다. 이제 기가 모인 혈처를 찾는 것이 안혈법(安穴法)이다. 양택은 거주자가 주거하는 특정지점이고, 음택은 시신이 직접 땅에 닿아 생기를 얻는 곳이다. 마치 침술에서 경락을 찾고 혈의 자리를 알아 시술하는 이치와 같다. 끝으로 방위에 관련된 이론이 있다. 명당을 잡은 뒤 주변의 형국을 살펴 터의 방향을 정하는 것이 좌향론(坐向論)이다.

  왜 풍수설인가? 이를 화두로 잡고 우리 전통에 녹은 풍수사상, 그것의 이론적 흐름을 집어보려 했다. 설득력이 약한 논리와 기복적 요소가 적지 않았다. 기복성의 부정적 이미지를 벗겨내 인간과 자연에 대한 통합적 사고, 즉 인간과 자연이 공동운명체이며 유기체적인 통합의 산물이라는 일깨움을 얻는다면 그 성과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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