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文 '미래학교' 사업에 멀쩡한 건물 허물고 신축...경기교육청, 4000억 낭비

太兄 2025. 3. 13. 19:56

文 '미래학교' 사업에 멀쩡한 건물 허물고 신축...경기교육청, 4000억 낭비

감사원 감사 결과

입력 2025.03.13. 14:21업데이트 2025.03.13. 15:04
감사원 전경. /뉴스1

문재인 정부가 교육 분야 역점 사업으로 추진한 ‘그린 스마트 미래 학교’ 사업이 일선 교육청에서 심각한 재정 낭비를 일으키고 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다.

감사원은 13일 공개한 경기도교육청 정기 감사 보고서에서 경기교육청이 그린 스마트 미래 학교 사업을 추진하면서 3012억원을 낭비했고, 앞으로 적게는 777억원에서 많게는 1374억원이 불필요하게 더 지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가 2020년 발표한 그린 스마트 미래 학교 사업은 2021년부터 올해까지 5년간 18조5000억원을 투입해 노후 학교 건물을 리모델링하거나 개축하는 사업이다. 문재인 정부 ‘한국형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경기교육청은 이 사업의 일부로서 3조1864억원을 투입해 경기도 내 초·중·고등학교 가운데 230곳의 건물 382동을 리모델링하거나 개축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 사업이 노후도가 심한 건물이나 안전 등급이 낮은 건물, 석면 등 인체에 해로운 물질이 남아 있는 건물을 우선으로 해야 하고, 시설 개선 공사를 한 지 얼마 안 된 건물을 대상으로 해서는 안 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그런데 경기교육청이 교육부가 제시한 기준을 무시하고 마구잡이로 사업을 진행해 예산이 낭비됐다는 것이다.

경기교육청은 시설 개선 공사를 한 지 5년이 안 된 건물들도 헐어버린 뒤 새로 지었고, 그 결과 앞서 96억원을 들여 시설 개선 공사를 한 결과물이 사라져버렸다.

그러면서도 경기교육청은 정작 지은 지 40년 넘게 지난 노후 건물이나 내진 설계가 돼 있지 않은 건물, 석면이 들어가 있는 건물 35개동은 사업 대상에서 탈락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교육청은 또 학생 수 감소로 앞으로 다른 학교에 통·폐합될 가능성이 있는 학교나 아예 폐교될 가능성이 있는 학교 10곳을 사업 대상으로 선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성시 화수초는 전교생이 2021년 69명에서 지난해 30명으로 3년 만에 절반이 넘게 줄었지만 사업 대상으로 선정됐고, 63억원이 투입돼 건물이 철거 후 다시 지어졌다.

경기교육청은 개축을 하는 것이 리모델링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데도 전체 사업 물량의 절반을 무조건 개축하기로 정해 놓고 사업을 벌였는데, ‘주어진 예산을 다 써야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 과정에서 경기교육청은 그린 스마트 미래 학교 사업이 국가 시책이라는 이유로, 법령상 해야 하는 심의는 생략했다. 대신 법령상 근거가 없는 ‘개축 적정성 검토 위원회’라는 임의 기구를 만들어 약식으로 심의를 했다.

감사원이 다시 확인해 보니, 경기교육청이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다시 짓기로 한 87개동 가운데 80개동(92.0%)은 기존 건물의 안전 등급에 문제가 없어 철거 대상이 될 수 없는 건물이었다. 나머지 7개동도 개축하는 것보다 리모델링이 경제적인 것으로 나타났는데도 개축 대상으로 선정됐다. 감사원은 이 건물들을 개축하지 않고 리모델링했다면 2916억원을 덜 썼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경기교육청이 사업 물량의 25%는 임대형 민간 투자(BTL) 사업 방식으로 진행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BTL은 민간이 시설을 건설하고 소유권을 국가에 넘겨주되, 일정 기간은 국가로부터 시설 임대료를 받는 방식인데, 재정이 부족해 민간 투자가 필요할 때 쓰인다. 그런데 경기교육청에는 그린 스마트 미래 학교 사업 당시 자체 기금이 2조원 넘게 남아 있는 상황이었고, 이 돈으로 사업을 했으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경기교육청은 불필요하게 BTL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해, 앞으로 민간에 최소 777억원에서 최대 1374억원을 임대료로 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경기교육청에 앞으로 그린 스마트 미래 학교 사업을 하면서 예산을 낭비하는 일이 없도록 건물의 안전 등급과 노후도, 경제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반드시 개축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건물에 한해 개축을 진행하라고 통보했다. 교육부에도 다른 시·도교육청이 추진하고 있는 그린 스마트 미래 학교 사업 전반에 대해 실태를 파악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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