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일대일로 참여국들 폭발 "눈뜨니 빚 폭탄, 이건 약탈"
2018-11-24 22:59:39
中일대일로 참여국들 폭발 "눈뜨니 빚 폭탄, 이건 약탈"
황수연 입력 2018.11.23. 01:01 수정 2018.11.23. 09:04
몰디브 "국고 약탈당해" 탈중국 움직임파키스탄, 말레이시아 등 곳곳서 폐기·재검토
“국고가 약탈당했다. 중국으로부터 너무 많은 빚을 져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도양의 섬나라 몰디브 대선에서 현직 대통령을 상대로 완승을 거둔 이브라힘 모하메드 솔리 신임 대통령이 지난 17일 한 말이다. 그가 취임 일성으로 ‘탈중국’을 꺼내 든 이유는 전임 압둘라 야민 대통령 시절 추진된 중국의 일대일로(육·해상 신실크로드) 정책 참여로 나라 재정이 위기에 처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국가의 재정 상황이 불안정하다”며 “오로지 정치적 이유로 진행된 프로젝트로 인한 피해와 손실이 엄청나다”고 우려했다.
몰디브에서 최근 새로 출범한 솔리 정부는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합의를 무력화하고, 중국 주도의 일대일로 참여를 재고하기로 했다. 사실상 탈중국을 공식화한 셈이다. 2013년 취임한 이래 친중 노선을 걸어온 야민 전 대통령은 도로, 주택, 교량 등의 건설 과정에서 중국으로부터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빚을 떠안게 됐다. 로이터통신은 “몰디브는 중국에 15억 달러(약 1조 6950억원)의 빚을 졌고, 더 불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15억 달러는 이미 몰디브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에 해당한다”고 썼다.
지난 21일 말레이시아에서 회담을 가진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왼쪽)와 파키스탄 임란 칸 총리. [EPA=연합뉴스]파키스탄은 부채 급증과 외환보유액 부족 탓에 국제통화기금(IMF)에 손을 벌릴 처지에 놓여 있다. 칸 총리가 460억 달러(약 52조 260억원) 규모의 경제회랑(CPEC) 사업을 비롯해 620억 달러에 달하는 중국과의 인프라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이유다. 15년 만에 재집권한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 역시 220억 달러 짜리 일대일로 계획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8월 중국을 방문한 자리에서다. 그는 “우리는 새로운 식민주의 등장을 원치 않는다”고까지 말했다. 네팔 정부도 중국 기업이 맡기로 했던 발전소 건설 계획을 폐기했고, 미얀마 정부는 8조원에 달하는 항만 개발 사업 규모를 5분의 1 수준으로 축소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8월 일대일로에 참여 중인 78개국을 대상으로 국가위험도(7점 만점)를 매긴 결과 평균 5.2점으로 나타났는데 신흥국(3.5점)과 비교하면 월등히 높다. 국가위험도를 평가하는 기준은 주로 경제 상황이다.
일대일로는 중국이 주로 국유은행을 통해 해당 국가에 거액의 돈을 빌려주고 국유기업을 통해 철도·항만·도로·댐 등 인프라를 구축해 주는 방식으로 진행돼왔다. 하지만 일부 참여국들이 채산성을 제대로 따지지 않고 무리한 투자 계획을 수용하면서 재정난에 빠지는 사태가 속출하는 것이다. 미국 컨설팅업체 RWR의 앤드류 데번포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프로젝트나 나라의 신용도와 중국이 제공하는 차관 규모간 불일치가 발생하면서 사업 지연, 여론 반발, 정치적 혼란 등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방어 논리를 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최근 “일대일로는 문호가 막힌 폐쇄적인 정책이 아니다. 중국의 개방 의지가 담긴 공동 번영의 길이기 때문에 ‘덫’의 성격을 지닌 것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내심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신규 투자 속도 조절에 나서는 등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4일 보도했다. SCMP는 “중국이 부채외교에 관여하고 있고, 일부 투자 프로젝트가 실패했다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관련 사업의 평가 관리를 개선하는 등 대외 원조 정책의 고삐를 늦추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뉴스 따라잡기]中 일대일로 ‘빚의 덫’ 빠진 국가들 잇따라 ‘거리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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