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문제를 과학으로 푼 美, 檢 수사로 국가·기업 낭비 韓
퇴행성 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의 성분을 속여 정부 허가를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기소된 지 4년 4개월 만이다. 인보사는 코오롱이 2017년 세계 첫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로 내놓은 제품이다. 하지만 2019년 미 식품의약국(FDA) 임상 과정에서 주성분이 당초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보고했던 ‘연골 세포’가 아니라 종양 유발 가능성이 있는 ‘신장 유래 세포’ 성분이라는 점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이후 식약처는 인보사의 국내 허가를 취소했고, 검찰은 이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세간에는 ‘제2의 황우석 사태’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런데 법원이 다 무죄판결을 내린 것이다.
무죄판결 이유는 무엇보다 고의가 없다는 것이다. 인보사가 식약처 판매 허가를 받은 것은 2017년이다. 그런데 코오롱 측이 이 착오를 인지한 것은 미 FDA에 최종 검사 결과를 통보한 2019년 3월 이후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개발 과정의 착오”라는 코오롱 입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재판부는 수사와 재판으로 인한 문제도 지적했다. 식약처의 허가 취소로 인보사 국내 생산과 판매는 5년 정도 중단돼 있다. 반면 미국은 인보사 주성분 논란이 제기된 뒤 바로 안전성 점검을 마치고 1년 뒤 3상 임상 시험 재개를 결정했다. 3상 임상은 시판 허가를 받기 위한 마지막 단계다. 재판부는 “미국 FDA는 과학적 관점에서 차분히 검토해 안전성 우려가 해소됐다고 보고 임상 시험을 승인했다”며 “반면 한국에선 허가 취소 후 형사재판이 수 년간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죄판결이 확정된다면) 수 년에 걸쳐 막대한 인원이 투입된 이 소송의 의미는 무엇이었는지, 과학 분야에 대한 사법적 통제는 어떻게 진행돼야 하는지 깊이 생각해볼 문제”라고 했다.
바이오 산업은 안전을 도외시할 수 없다. 하지만 신약 개발부터 상용화까지 10년 이상 걸리고 거액의 연구 개발비가 드는 산업이다. 문제가 있다면 과학으로 대응해야 하는데 우리는 수사부터 한다. 이래서 과학이 되고, 신산업이 되겠나. 재판부의 지적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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