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치 강수 하루만에 쏟아져 2m 차올랐다... 스페인 폭우로 95명 사망
스페인 동남부 지역에 한달치 강수량이 하루만에 퍼부으면서 마을 거리가 마치 강처럼 물에 잠기고 교통이 마비되고 인명피해가 속출했다. 이번 폭우는 최근 유럽 국가를 강타한 최악의 자연 재해로 꼽히는데, 최소 95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31일(현지시각) CNN, AP통신 등에 따르면, 29일부터 이틀간 이어진 폭우로 스페인 남부와 동부에 홍수가 발생하면서 마을과 도로가 침수됐다. 발렌시아 구조 당국은 30일 92명의 사망자를 확인했으며, 카스티야 라 만차 지역에서 2명의 사망자, 안달루시아에서 1명의 사망자가 각각 보고됐다. 현재 피해 지역에서 구조 활동이 진행 중이라 사망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말라가에서 발렌시아에 이르는 남동부 지역에는 29일 하루 동안 한 달 치 이상의 엄청난 양의 비가 내렸다. 스페인 기상청은 특히 발렌시아에서 8시간 동안 내린 비가 이 지역의 지난 20개월 치 강수량보다 많다고 밝혔다. 발렌시아 서쪽 치바에선 밤사이 4시간여 만에 318mm 이상의 비가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발렌시아의 통상적인 10월 강수량(72mm)의 4배를 넘는 수치다.
기상 당국은 29일 한때 적색경보를 내렸다가 30일 비가 잦아들며 황색경보로 낮췄다. 기상학자들은 이번 폭우를 ‘고타 프라이아(gota fría)’로 알려진 스페인 지중해 연안에서 발생하는 강우 현상으로 분석했다. 차가운 공기가 지중해 따뜻한 바다 위로 이동하면서 강력한 비구름이 생성되는데, 이 비구름이 스페인 지역으로 밀려들며 폭우가 쏟아지는 현상이다.
발렌시아 지역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응급구조대가 헬리콥터에서 촬영한 영상에는 발렌시아 외곽 침수된 지역의 다리가 무너지고 도로 위에는 차와 트럭이 켜켜이 쌓인 모습이 담겨 있었다. 도로 곳곳에 교통 체증이 발생했고, 감귤 농사를 짓는 농경지가 침수됐다. 나무가 뿌리째 뽑히고 건물 일부가 붕괴됐으며 사람들은 차 지붕 위로 올라가 대피했다. 주민들은 “거센 흙탕물이 거리를 덮쳤다”고 말했다. 밤새 구조를 기다리던 주민 데니스 흘라바티는 “강물이 집으로 흘러들면서 문이 부서졌고 저는 그곳에서 밤을 보내야 했다”며 “2m 깊이의 물에 둘러싸여 있었다”고 말했다.
말라가 근처에서는 약 300명이 탑승한 고속열차가 탈선했지만 다행히 부상자는 없었다. 철도 노선이 파손되면서 발렌시아와 마드리드 간 고속열차 서비스가 중단됐다. 버스와 통근 열차 등 대중교통도 마비된 상태다. 29일 밤부터 많은 항공편이 취소되면서 약 1500명이 발렌시아 공항에 갇혔다가 다음날 항공편이 재개됐다. 피해가 극심한 지역에서는 학교도 휴교령을 내렸다. 현지 전력 회사는 발렌시아에서 약 15만 명의 고객이 전기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역 비상 대응 서비스는 시민들에게 모든 도로 여행을 피하고 공식적인 권고를 따르라고 당부했다.
정부는 31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사흘간 희생자들을 위한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하고 피해 지역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마르가리타 로블레스 국방부 장관은 “구조 작업을 전문으로 하는 군부대가 31일부터 가장 피해가 심한 지역에서 탐지견을 동원해 진흙과 잔해에서 실종자를 수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TV 연설에서 “스페인 전체가 실종자 가족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있다”며 “우리의 최우선 과제는 여러분을 돕는 것으로, 우리는 이 비극에서 회복할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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