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대북송금' 김성태 "이화영이 '이재명은 뱀 같은 사람'이라 해"
“(이화영이)나한테 이재명이 뱀 같은 사람이라고 했다.”
‘불법 대북송금’과 불법 뇌물 및 정치자금 수수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9년 6개월이 선고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대한 항소심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이 17일 법정에서 한 말이다.
이화영 측 변호인이 “이재명에게 (대북송금을)보고했다고 진술하지 않으면 불리하게 진술할 것이라고 협박한 것 아니냐”고 묻자, 김 전 회장은 “전혀 그런적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수원고법 형사1부(재판장 문주형)는 이날 오후 이 전 부지사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증거인멸교사 혐의에 대한 2심 6차 공판을 열고, 김 전 회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이날 변호인 측은 김 전 회장이 이 전 부지사를 회유·협박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허위진술을 하게 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 전 부지사는 당초 모든 혐의에 대해 부인해오다가, 지난해 6월 입장을 바꿔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방북 추진을 보고했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전 부지사 측은 또 입장을 번복해 검찰의 회유와 압박에 의한 것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변호인은 김 전 회장에게 “검찰 조사 과정에서 피고인(이화영)에게 ‘이재명이 들어갈 수 있도록 우리가 협력 안 하면 형님에게 불리하게 진술할 것이다” ‘빨리 이재명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하고 법정에서 인정해달라’라고 한 거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김 전 회장은 “전혀 아니다. 왜 뇌물 받은 사람이 재판을 잘 받으면 되지, 자꾸 절 끌어들이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그때 이것저것 얘기할 때, 본인이 나한테 ‘이재명이 뱀 같은 사람이다’라고 했다”고 했다.
변호인이 “이재명에게 보고했다는 진술을 얻기 위해 피고인을 압박한 사실 없냐”고 재차 묻자, 김 전 회장은 “뇌물은 저도 같이 기소됐다”며 “사건 조작이네 뭐네 그러는데, 초등학생도 아니고 짜장면 사준다고 검찰이 회유한다고 (진술을)바꾸는 거냐. (검찰청에서)갈비탕을 먹었네 하는 건 비상식적인 거 같다”고 했다. 이 전 부지사 측이 주장하는 ‘검찰청 술자리 회유 의혹’에 대해 반박한 것이다.
이어 김 전 회장은 “이화영 부지사는 당시 거꾸로 큰소리치고, 탁자 손바닥으로 치고 조사받았다”며 “제가 검찰 프락치도 아니고, 저도 처벌받을 각오로 증언하는 거다. (허위 진술을)압박한 적 없고, 압박받을 분도 아니다”라고 했다.
변호인은 김 전 회장에게 “북한에 사기 당했다고 생각하지 않냐” “800만불 사기당한 거 아니냐” “삥 뜯긴 거 아니냐”고 따지기도 했다. 그러자 김 전 회장은 “무슨 사기를 당했다는 거냐”고 했고, 검찰도 “지금 뭐하는 거냐”고 했다.
이날 재판부는 “10월 31일 변론을 종결하겠다”고 했다.
이 전 부지사는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이던 2019년 도지사 방북 비용 300만 달러와 북한 스마트팜 사업 비용 500만 달러를 쌍방울 그룹이 대신 북한 측에 내게 한 혐의를 받는다. 이 전 부지사는 또 경기도 평화부지사, 경기도 산하기관인 킨텍스 대표이사로 재임했을 당시 쌍방울 측에서 법인 카드와 차량 등을 제공받고, 자신의 측근에게 허위 급여를 지급하도록 하는 등의 방식으로 모두 3억3400여만 원의 정치자금(뇌물 2억5900여만 원)을 받은 혐의도 받는다. 그는 자신의 법인카드 사용 등에 대한 자료를 쌍방울로 하여금 삭제하도록 한 혐의도 있다.
1심 재판부인 수원지법 형사11부(재판장 신진우)는 지난 6월 7일 이 전 부지사에 대한 불법 대북 송금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와 뇌물, 증거인멸교사 등을 모두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9년6개월에 벌금 2억5000만원, 추징금 3억2595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경기도가 지급해야 할 스마트팜 사업비와 당시 이재명 지사 방북비용 등 800만 달러를 쌍방울이 북한 측에 전달한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한편, 이 대표는 이 사건으로 기소돼 수원지법에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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