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함 전문 부사관 절반이 떠나, 이래서 군이 유지되겠나
최근 5년간 양성된 잠수함 승조원의 절반 이상이 잠수함을 떠난 것으로 집계됐다. 해군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이후 해군에서 키운 잠수함 승조원 750명 중 421명(56%)이 전역, 보직 변경 등으로 더는 잠수함 근무를 하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힘든 근무 환경에 비해 열악한 처우 때문이다. 잠수함은 20~30평 지하 공간에 40명이 공동 생활하는 것과 같은 환경이다. 침대는 겨우 누울 수 있다. 물이 부족해 샤워는 불가능하고 누수(漏水) 확인이 중요하기 때문에 얼굴만 씻어도 물방울까지 닦아야 한다. 화장실 사용도 물 내리는 소리를 적이 탐지할까 봐 제한된다. 한 번 출항하면 3~4주간 신선한 공기와 햇볕을 쐬기도 어렵다. 그런데 월급은 다른 보직에 비해 70여 만원 더 받는 정도다.
잠수함 승조원은 모두 장교, 부사관이고 특히 80% 이상이 부사관이다. 교육과정만 1년이 넘는 전문직이기 때문에 일반병은 잠수함 근무를 할 수가 없다. 어뢰·음파탐지 등 핵심 전투 장비를 전부 부사관이 운용한다. 잠수함뿐 아니다. 1조원짜리 이지스함, 1000억원짜리 스텔스기, 고위력 현무 미사일도 실제 운용과 정비를 담당하는 부사관이 없으면 모두 쇳덩이에 불과하다. 육·해·공군이 첨단으로 무장할수록 부사관 역할은 중요해진다.
천안함 용사 46명 중 30명이 부사관이었다. 앞으로도 실제 전투 상황에서 목숨 걸고 나서는 군인은 부사관일 것이다. 그런 부사관이 낮은 보수와 장래 불안 때문에 군을 빠르게 떠나는 것은 보통 심각한 국가적 문제가 아니다. 중사 이하 전역 희망자가 2019년에 비해 두배 늘었다. 작년부터 선발 정원도 못 채우고 있다.
내년 병장 월급이 200만원을 넘으면서 실수령액에서 병장보다 적게 받는 초급 부사관이 나올 것이란 우려도 있다. 국방 개혁은 ‘병사 월급 200만원’ ‘병 복무 단축’ 같은 포퓰리즘이 아니라 군을 실제 움직이는 부사관의 처우를 개선하고 사기를 높이는 것이 핵심이고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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