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中에 이미 추월당한 韓, 격차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

太兄 2024. 9. 24. 17:28

中에 이미 추월당한 韓, 격차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

조선일보
입력 2024.09.24. 00:25업데이트 2024.09.24. 07:11
일러스트=김성규

무역협회 의뢰로 중국에서 활동하는 한국 기업인 30명을 심층 인터뷰한 보고서 초안에서 “반도체를 빼면 중국이 한국을 다 따라잡았거나 추월했다”는 결론을 냈다고 한다. “한국이 중국보다 경쟁력 있는 산업은 10%뿐”이란 진단도 나왔다. 중국이 미국의 강력한 견제에도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며 이젠 질(質)에서도 한국을 능가했다는 것이다.

중국 산업의 성공은 ‘속도’로 요약된다. 과거 한국이 ‘빨리빨리’, 중국이 ‘만만디’라고 했다면 이제는 완전히 정반대가 됐다. 중국 전기차 제조사가 신차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18~20개월이고 중국 브랜드의 평균 출시 기간은 1.6년으로 비(非)중국 브랜드보다 2~3년 빠르다고 한다. 중국 특유의 996 근무제(오전 9시 출근, 밤 9시 퇴근, 주 6일 근무) 덕분이다. 과거 한국이 했던 성공 방정식을 이제는 중국이 실행에 옮기고 있다. 한국 경제 부처 차관 출신은 최근 중국 방문에서 “우리는 회사에서 지시하면 관련 직원 전원이 며칠 밤을 새우는 정도는 기본”이라는 중국 기업 임원 말에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주 52시간 근무 규제에 묶여 저녁만 되면 연구개발 부서의 불이 꺼지는 우리 상황과는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중국은 경제성장률이 4~5%대로 둔화됐지만 당장의 내수 진작보다 과학기술 혁신에 더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그 덕에 조선·화학·철강 등 전통 제조업은 물론이고 우주항공, 자율주행, 드론 등에서도 비약적 발전을 이루고 있다. 한국은 기술을 개발하고도 규제에 묶여 상용화를 못 하지만, 중국은 정부가 법과 제도를 만들어 상용화를 적극 지원한다. 대표적 신성장 분야인 자율주행차의 경우 첩첩산중 규제에 묶인 한국의 개발 수준은 1~2단계에 그치고 있지만 중국은 이미 3~4단계까지 올라가 본격 상용화를 앞두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글로벌 시장 전망에 따르면 5~10년 이내에 중국이 세계 최대의 자율주행 모빌리티 시장이 될 것이라고 한다.

중국 정부는 드론택시, 드론택배, 도심항공교통(UAM) 등도 전폭 지원하며 세계 최첨단을 달리고 있다. 중국은 전 세계 드론 시장의 매출 70% 이상을 석권하고 있다. 2017년부터 드론 배달 서비스를 해온 온라인 음식배달업체 메이퇀은 중국 대도시에 31개 드론 노선을 구축하고 누적 주문량이 30만건을 초과했다. 우리가 온갖 규제 때문에 ‘만만디’ 나라가 된 사이 거대한 중국이 혁신을 향해 가공할 속도로 달리고 있다. 이런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기라도 해야 한다.